전경우 작가/쿤화 칼럼니스트

 

혼자 밥 먹고, 술 마시고, 심지어 노래방까지 가는 세상이다. 혼자 여행 가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 어느 여행사에서 집계한 것을 보니, 자사 여행 상품 이용객 세 명 중 하나가 ‘나 홀로 족’이었다. ‘혼밥’ ‘혼술’ ‘혼방’에 이어 ‘혼행’까지 추가된 셈이다.

이제 ‘나 홀로’ 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혼자 식당 들어가기가 실로 민망하고 두렵기조차 하던 것도 이제는 옛날이야기다. 홀로 술을 마신다 해서 술주정뱅이거나 알코올중독자라고 의심하는 일도 없어졌다. 홀로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른다고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없다. 다 저 편하자고 하는 짓이라며 이해할 뿐 아니라 심지어 부럽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직장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게 늘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상하관계가 엄격한 조직일수록 아랫것들이 챙겨야 할 것도 많다. 상사의 숟가락 젓가락을 챙기고 물 잔을 채워주는 것은 기본이고, 밥 먹는 도중 상사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상사의 되지도 않은 유머에도 허허 웃어주어야 하고, 상사 앞에 부족한 반찬이 없는지, 밥이 더 필요하지 않는지도 살펴야 한다.

어느 학교에서는 부임한 순서대로 교사들의 서열을 딱 정해놓고 칼같이 상하 예절을 지키도록 한다. 교장이 자리에 앉기 전까지 절대 먼저 앉아서는 안 되고, 밥을 먹는 도중 교장에게 쓸데없는 질문을 해서도 안 되고, 교장보다 먼저 숟가락을 놓아서도 안 되고, 교장보다 늦게 숟가락을 놓아서도 안 된다. 이런 우습지만 슬픈 풍경이 비단 이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공무원이나 군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 회사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니 이 꼴 저 꼴 보지 않고 혼자 밥을 먹는 게 훨씬 편하고 즐거운 것이다.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은 혼자 밥 먹는 게 바보짓이겠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밥이 귀로 들어가지 않고 입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느끼며 밥을 먹고 싶은 것이다. 노래방에서 가서도 되지도 않은 상사의 노래에 환호성을 지르고, 내키지도 않은 춤을 추고, 마음에도 없는 앙코르를 외치느니, 차라리 저 혼자 노래방 가서 저 부르고 싶은 노래 저 혼자 마음대로 실컷 부르는 게 백배 나은 것이다.

여행을 가면, 이리 가자 저리 가자, 이것 먹자 저것 먹자, 여기서 자자 저기서 자자,며 다투기도 하고 불구대천 원수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저 혼자 여행가서, 저 먹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대로, 제 마음 대로 즐기고 오는 게 낫다. 운이 좋으면 뜻하지 않은 로맨스를 경험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교수팀이 연구를 해보니,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먹고 혼자 노는 사람 몸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아져 심장병이나 당뇨 같은 질병에 걸리기 쉽고 수명도 짧다는 결과가 나왔다. 친구나 가족과 어울려 잘 지내는 사람 몸에는 좋은 호르몬이 듬뿍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커피숍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옆 테이블의 중년 여성들이 뭐가 그리 좋은지 푸하하 웃으며 떠들고 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 일제히 고개를 돌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럼에도, 아주머니들 몸속에는, 좋은 호르몬이 펑펑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교양’보다는, 그렇게 어울려 크하하하 웃고 떠드는 것이 몸에 이롭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러니, 인상 쓰지 않고, 같이 한 번 웃어 주는 게, 내 건강에는 이롭다. 곧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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