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세계문학전집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 중 하나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다. 2차 대전이 끝난 지 이틀 뒤인 1945년 8월 17일 출간됐는데,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됐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필독 문학서로 자리 잡고 있다. 20세기 영국 문학의 얼굴을 바꾸어 놓았다는 이 걸작도 처음에는 출판사들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러시아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었기에, 2차 대전 당시 연합국으로 러시아와 동맹관계에 있던 영국과 미국에서 정치적 이유를 들어 출판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동물농장’은, ‘인간’에게 착취를 당하던 ‘동물’들이 인간들을 내쫓고 동물들의 세상을 만들었지만, 결국 비참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수많은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모두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이후 권력 다툼의 중심에 섰던 인물과 민중들을 상징한다.

이 소설이 나온 지 70년이 지났고, 러시아는 물론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린 지금에도 그것이 담고 있는 정치적 풍자는 여전히 우리들 가슴을 아프게 찌른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절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아픈 현실이 매우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중, 동물세상이 된 다음 잔인한 살육이 이뤄지는 등 동물들이 꿈꾸던 세상과 달리 돌아가자, 짐수레를 끄는 암말 클로버가 탄식한다.

‘그녀의 머릿속에 담긴 미래의 그림이 있었다면 그것은 굶주림과 회초리에서 벗어난 동물들의 사회, 모든 동물들이 평등하고 모두가 자기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회, 메이저의 연설이 있던 그날 밤 그녀가 오리새끼들을 보호해 주었듯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 주는 그런 사회였다. 그런데 그 사회 대신 찾아온 것은, 아무도 자기 생각을 감히 꺼내놓지 못하고 사나운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돌아다니고 동물들이 무서운 죄를 자백한 다음 갈가리 찢겨죽는 꼴을 봐야 하는 사회였다. …… 그녀를 비롯해서 농장의 동물들이 바랐던 것은 오늘 같은 날이 아니었고 허리가 휘게 일한 것도 이런 날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리들도, 독재자를 몰아내면 살기 좋은 세상이 올 거라 믿었고, 지금도 그렇길 소망하지만, 지금 우리들 중에서도 ‘동물농장’의 암말 클로버의 탄식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소설 속 장면인지, 우리들 눈앞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이런 대목도 있다.

‘동물들은 다시 창문으로 달려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니나 다르랴, 험악한 입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방 안은 고함소리, 탁자 치는 소리, 의심에 찬 눈길, “그게 아니라니까”라며 맹렬하게 부정하는 소리들로 가득했다. …… 열 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 맞고함질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똑같았다. ……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눈에 익은 장면 아닌가.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정치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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