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의 문화 창] 백세 인생을 살려면
[전경우의 문화 창] 백세 인생을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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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라고 전해라’라는 유행어와 함께 인기몰이 중인 ‘백세 인생’이라는 노래는 2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작곡가 김종완씨가,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에 갔다가 유족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와, 쓸쓸한 기분에 곡을 썼다고 한다. 죽음을 슬퍼하는 대신 당당하게 삶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흥겨운 가락에 담았다. 제목은 ‘저 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답하리’였다. 이 곡을 다른 음악인에게 주었고, 당시 그 밑에서 노래 공부를 하던 이애란씨가 그 노래를 알게 됐다. 그게 1995년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이애란씨는 사촌오빠의 소개로 김종완씨를 만났다. 이애란씨는 김종완씨 앞에서 20년 전 들었던 ‘저 세상에서 부르면 이렇게 답하리’를 흥얼거렸고, 김종완씨는 깜짝 놀라며 “그 노래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해서 제목을 ‘백세 인생’으로 바꾸고 1년 6개월간 연습한 끝에 세상에 내놓았고,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이애란씨는 이 노래 한 곡으로 25년간의 무명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함박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1963년생이라고 하니 우리 나이로 쉰 넷이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았지만 노래 하나로 어려운 시절을 묵묵히 견뎌왔고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인간승리가 따로 없다.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스스로 별 볼일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폭풍 공감하며 박수를 보내는 것은, 그녀를 통해 위안과 희망을 얻기 때문이다.

사람 인연이라는 것도 묘하다. 이애란씨는 1990년에 TV 드라마 ‘서울 뚝배기’ 주제곡을 불렀는데, 이 노래 작사를 김종완씨가 했다. 당시 이애란씨는 김종완씨를 만나지도 못했고 존재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되고 엄청난 히트곡을 만들어냈으니 인연이라는 게 따로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요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말 중에, 오십 넘어서야 이해되는 말 18가지라는 게 있다. 인생은 운칠기삼, 잘난 사람보다 약간 무능한 사람이 회사를 오래 다닌다, 학교 다닐 때 별 볼일 없었던 이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를 떠나면 그쪽 인맥은 거의 남지 않는다, 등 구구절절 무릎을 치게 하는 말들이다.

인생 운칠기삼(運七氣三)이라 해서, 운이 칠할이고 재주가 삼할이라고 한다. 하지만 운이 칠십 프로 이상이다. 인생이라는 게 제 뜻대로 계획대로 착착 되지 않는 법이다. 사람 팔자라는 게 재주나 실력과 아무런 상관없다는 걸, 나이가 들수록 실감하게 된다. 이애란씨가 “어느 날 어느 시에 ‘백세 인생’으로 대박친다고 전해라” 하고 계획을 세웠던 것도 아니다. 살다 보니, 죽으나 사나 열심히 노래를 부르다 보니, 대박 났다고 전해라, 하고 소식이 왔던 것이다. 인생이 그런 것이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고 했다. 요즘에야 쥐구멍 보기도 힘든 세상이지만, 아무튼 별 볼일 없는 인생에도 쨍 하고 해 뜰 날 올 때도 있는 것이다. 해가 언제 뜰지, 죽고 나서 뜰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해가 뜰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 다.

그나저나, 백세 인생 살면서, “못 간다고 전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주머니에 뭐가 좀 있어야 할 텐데. 그게 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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