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북한의 미녀 응원단이었다. 한국적 정서가 느껴지는 자연 미인들로 구성된 응원단은 북한 특유의 일사불란한 응원으로 화제를 모았다. 배를 타고 부산 다대포항을 통해 입국한 북한 응원단은 ‘남남북녀’라는 말을 실감케 하며 북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은 2003년 8월 대구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도 미인 응원단을 내려 보냈다. 여대생 200명과 취주악단 등 300여 명의 북한 응원단은 이때에도 언론의 집중 취재 대상이었다.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폐막을 사흘 앞둔 2003년 8월 28일 오후. 마침 양궁대회 응원을 마친 북한 응원단을 태운 버스가 중앙고속도로 예천 나들목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가 갑자기 멈추고 북한의 응원단원이 빗속을 뚫고 내달려 거리에 걸린 플래카드를 끌어안고 대성통곡했다. 플래카드에 박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비를 맞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플래카드를 고이 접어 숙소로 들고 간 응원단의 모습을 본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제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가슴에 손을 얹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지도 않고, 애국가를 부른 다음 영화를 보지도 않는다. 교실과 관공서에 대통령 사진을 걸어놓지도 않는다.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다 흘러간 옛날이야기다.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사무실 가장 좋은 자리에는 어김없이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다. 대통령 단독 사진도 있고, 대통령과 자신이 나란히 서 있거나 악수하는 사진도 빠지지 않는다. 속셈은 뻔하다.  

느닷없이 ‘존영’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을 떠난 국회의원들에게 대통령 존영(尊影)을 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이것을 두고 시대착오적 권위주의 행태라는 비난이 일었다. 청와대도 여기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국민들만 설왕설래했다. 대통령 사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몰라도, 그걸 내 놔라, 못 주겠다며 싸우는 것도 꼴불견이다. 이제는 별짓을 다한다 싶다. 

진박이네 정박이네 하면서 누가 대통령과 더 친한지 내기를 하는 모습도 가관이다. 뼈다귀 해장국집이나 족발집 원조 경쟁도 아니고,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이 지경이다. 진박이다 정박이다, 이런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나 만들어내는 말이 아닌 것이다. 본질은 오간 데 없고, 누가 더 친하고 누가 진짜 더 친한지 그걸 따져 표를 달라고 한다. 코미디라면 재미라도 있지, 이건 재미도 없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직업의 세계도 엄청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건설 현장의 콘크리트 만드는 일이나 청소, 회계, 세무 같은 일들이 먼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단순 반복적인 일들이 먼저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두려워도 한다. 

하지만, 만약, 정치를 당장 인공지능으로 대체해 버리면 어떨까? 국민들이 박수를 칠 것이 분명하다. 이상한 것은, 정치는 사람이 하는데, 사람 같지가 않다. 부끄러움 염치 체면 같은,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 흔한 감정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도 못 따라 갈 희한한 사람들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