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아라.’ 74세의 나이로 최근 세상을 떠난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 리가 전성기 시절 즐겨 쓰던 말이다. “나는 최고(I am the greatest)”라며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잃지 않았던 그였다. 그는 생애 세 번이나 세계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한 복싱 전설이었다. 미국의 ESPN은 마이클 조던, 베이브 루스와 함께 알리를 20세기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았다.   

알리는 1942년 1월 17일 미국 루즈빌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노예 집안이었다. 12살 때 새로 산 자전거를 잃어버리자 경찰관인 조 마틴을 찾아가 자전거를 훔쳐 간 놈을 때려 줄 거라 말했다. 마틴은 89파운드에 불과한 알리를 복싱 체육관으로 데려가 훈련을 시켰다. 그로부터 6년 뒤인 1960년 올림픽에서 알리는 라이트 헤비급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금메달 수상 이후에도 알리는 인종차별에 시달렸다. 코치가 햄버거를 사러 가게에 다녀오는 동안 그는 동료와 함께 자동차 안에서 기다려야 했다. 어느 날인가에는 레스토랑 출입 문제로 백인들과 싸움을 벌였고, 화를 참지 못한 알리는 금메달을 강물에 던져 버렸다. 

1964년 2월 25일 소니 리스턴에게 7회 KO승을 거두고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됐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내가 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본명인 캐시어스 클레이(Cassius Clay)가 ‘노예 이름’이라며 이슬람식 이름인 무하마드 알리로 바꿨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새로 바뀐 이름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의 강력한 라이벌 조 프레이저도 그랬고, 1967년 2월 6일 세계 타이틀 매치 상대였던 어니 테럴(Ernie Terrel)도 그랬다. 경기가 벌어지는 15라운드 내내 알리는 테럴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 이름이 뭐지?” 알리는 판정승으로 두 번째 세계 타이틀 획득에 성공했다.

알리는 심리전에도 강했다. 자이레(옛 콩고)에서 벌어진 조지 포먼과의 타이틀 매치 때였다. 알리는 비행기 안에서 자이레 국민들은 자신들을 식민 지배했던 벨기에 사람들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공항에 모여 든 환영인파를 향해 “조지 포먼은 벨기에 인간이다!”라고 소리쳤다. 1974년 10월 30일 6만명의 자이레 국민들은 “알리, 부마-야(알리, 죽여 버려)”라고 외쳤다. 알리는 자이레 국민들의 전폭적인 응원 속에 8회 KO승을 거두고 세 번째 세계 챔피언이 됐다. 

1981년 은퇴 이후 파킨슨병에 시달렸던 알리는 1990년 이라크로 날아가 독재자 사담 후세인과 담판을 벌여 이라크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인질 15명을 데리고 귀국했다. 인질 중 한 명이었던 토마스 하우저는 자신의 저서 ‘무하마드 알리-그의 인생과 시대’에서 “나는 그의 거대한 몸 안에 존재하고 있는 천사를 보았다”고 술회했다. 

평생을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싸웠던 알리였다. 그는 “위험을 감내할 충분한 자신감이 없으면 인생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복싱 전설의 헌신과 소망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사는 세상도 여전히 ‘위험을 감내할 자신감이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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