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바다는 옛날부터 고기잡이가 잘 됐다. 조선시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고, 명태 조기 청어 대구 갈치 고등어 멸치 새우 등이 특히 많이 잡혔다. 옛 문헌에도 갈치를 도어(刀魚), 고등어는 고도어(古刀魚), 오징어는 오적어(烏賊魚), 김은 해의(海衣)라 하여 우리 바다에서 많이 나왔다고 기록돼 있다. 

아득한 시절부터 함부로 우리 바다에 들어와 고기잡이를 했던 중국 일본은 구한말 개항을 하면서부터는 대놓고 노략질을 했다. 1882년 청나라에게 황해도와 평안도를, 다음해에는 일본에게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함경도의 어업권을 내주었다. 당선(唐船)으로 불리던 청나라 배들이 수백척씩 떼로 몰려 나와 조기 갈치 따위를 잡아갔고, 우리 어민들 어망의 고기를 빼앗고 사람을 죽이기도 하였다. 도적 떼가 따로 없었다. 

왜놈들은 더했다. 세금을 내면 우리 연안에서 어업을 하게 해 주었는데도 불법 조업을 일삼았다. 우리 어민들 고기잡이를 방해하고, 기술력을 앞세운 어구와 어법으로 우리 바다의 씨를 말렸다. 왜놈들은 발가벗고 고기잡이를 하는가 하면, 알몸으로 마을에 들어와 활보하였다. 그 바람에 마을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분통을 터트렸다. 

당시 제주도는 우리나라 뭍의 배들도 출어를 금지했다. 그런데도 일본 배들이 몰려들어 조업을 하는 통에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백 채가 넘는 일본 배들이 한꺼번에 상륙해 민가를 약탈하고 부녀자들을 겁탈하기도 하였다. 사람도 죽였다. 제주도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가 상소를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러일전쟁에서 이긴 후부터는 더 악랄해졌다. 일본은 우리나라 전 해역의 조업권을 따냈고, 일본인들을 우리나라에 이주시키기 시작했다. 이 바람에 왜놈들이 우리 어촌에 들어와 주인행세를 했다. 삼척 주문진 포항 감포 같은 곳이 대표적인 왜놈 이주어촌이다. 합방 이후에는 우리 왕실과 민간의 어장을 빼앗아 왜놈 어민들에게 나눠주었다. 기술력을 앞세운 근대적인 기계어업은 왜놈들 차지고, 자망어업 등 별 볼일 없는 것은 조선인 몫이었다. 조선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임금을 받고 왜놈들 조업에 동원됐다.

왜놈들이 우리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고기를 잡아들였는지, 1937년에는 연간 어획고 200만 여톤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합방 이후 무려 30배가 넘는 물량이다. 왜놈들 배에 기름이 지는 동안 우리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갔고 우리 바다의 씨도 말라갔다. 그 많던 정어리가 통째 사라지기도 했다. 정어리기름을 비료나 화장품, 군수품 연료 따위로 쓰기 위해 마구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바다는 전쟁 중이다. 불법 중국어선들 때문에 우리 어민들 생계가 위협받고 단속하는 우리 경찰들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더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무슨 이유인지 속 시원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통째로 삼키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을 사이에 두고 늘 우리들을 긴장하게 한다.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라가 힘이 없으면 모두 빼앗기게 된다는 냉혹한 현실은 변함이 없다. 바다가 힘이라고 했지만, 바다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힘이다. 여름 바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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