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의 문화 창] 권위를 내려놓으면 얻는 것들
[전경우의 문화 창] 권위를 내려놓으면 얻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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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격의 없는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권위적이지도 않고 위엄을 뽐내지도 않는다. 소탈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상대를 배려한다. 얼마 전에는 워싱턴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흑인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부시 전 대통령이 오바마의 등을 툭 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자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미국 언론들은 놀랍고 좋은 일이라며 대통령도 우리와 똑같다고 호평했다. 

지난해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이 전 세계에 전해졌다. 백악관 잔디밭에 착륙한 전용 헬기에서 내리는데 마침 비가 쏟아졌다. 오바마는 우산을 펴들고 뒤를 돌아보며 손짓을 했다. 발레리 재럿 백악관 선임 고문과 애니타 브레켄리지 부비서실장을 기다린 것이다. 오바마는 가운데에서 우산을 들고 두 여인과 함께 백악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셋이 사이좋게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모습이 감동을 안겼다.

3년 전에도 오바마의 우산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을 방문한 터키 대통령과 회담한 뒤 야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오바마는 옆에 서 있던 해병대원 두 명에게 우산을 씌워 달라고 부탁했다. 비를 맞고 서 있는 기자들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제복을 입고 있는 해병대원은 우산을 쓰면 안 된다는 규율을 대통령이 어기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미국 언론은 그러나 오히려 그런 공화당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오바마는 취임할 때부터 격의 없는 행동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자신의 방으로 직원을 부르는 대신 직접 직원의 방을 찾아가고, 셔츠 차림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좌진들도 편안한 복장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정장 차림을 하지 않으면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던 부시 전 대통령과는 정반대였다. 부시 대통령 때는 콜린 파웰 국무장관이 회의 시간에 늦는 바람에 밖에서 한참이나 서 있은 적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미국 유명 휴양지 섬에 있는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오바마의 둘째 딸 사샤(15)가 여름방학 동안 시급 12~15달러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식당 직원들도 대통령의 딸인 줄 모르고 있다가 경호원들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사샤의 아르바이트는 딸들을 평범한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오바마도 도착 10분 전에야 방문 사실을 알리고 딸이 일하는 레스토랑을 찾아 직접 주문을 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내, 그 딸이다. 

오바마 대통령 앞에서는 참모들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편안한 자세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고 한다. 문화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좀 이상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격의 없고 탈권위적인 대통령의 진정성은 울림이 있다. 

꼭 대통령이 아니어도, 권위를 내려놓고, 상대의 지위에 상관없이, 귀하고 천함을 따지지 않고,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진심으로 존경을 받는다. 그런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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