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고대 그리스에서도 지금의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제전이 열렸다. 도시국가들은 신들을 기리기 위한 축제를 주기적으로 벌였고 그 때마다 전쟁이 멈췄다. 고대 올림픽 제전은 순수한 그리스인 남자만 참여할 수 있었다. 엄격한 자격심사를 거쳐 배신이나 범죄 경력이 있으면 참가할 수 없게 했다. 이방인이나 노예는 자격이 없었다. 여성들도 경기 참가는 물론 경기장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의 지배 계급은 남성 시민이었다. 여성들은 투표권은 물론 축제 등 대규모 행사 참여에도 제한을 받았다. 아테네를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국가는 스포츠 활동을 하는 짐나지움이 있었지만, 여성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여성들은 정치적 집회가 열렸던 아고라나 광장에도 갈 수 없었다. 여성들은 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종교 행사에 일부 참여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올림피아에 참가하는 남자 선수들은 모두 나체였다. 기원전 720년 제15회 올림피아 때 도시국가 메가라의 오립포스가 알몸으로 달리기에 나서 우승한 기록이 있다. 이것이 나체 올림픽의 기원으로 여겨진다. 나체 올림픽은 신체의 아름다움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 그리스인들의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강한 육체는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제물이라는 생각도 한 몫 했다. 나체는 귀족과 야만인들을 구분 짓는 상징이기도 했다. 

고대 올림픽에서도 우승은 선수 자신과 국가의 가치를 드높이는 명예로운 일이었다. 우승자에게는 야생 올리브 관을 씌워 주었고, 대대적인 환영식을 열어 주었다. 공식적인 행사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게 해 주고 세금도 면제해 주었다. 동상을 세워주고 죽을 때까지 식량을 대주기도 했다. 때문에 선수들은 죽을 각오로 경기에 임했고, 전문 직업 선수들까지 등장했다. 국가도 올림피아를 국력과 군사력을 뽐내는 기회로 적극 활용했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올림피아를 위해 귀화도 서슴지 않았다.  

올림피아 개최를 위한 국가 간의 경쟁도 치열했다. 헤로도투스에 의하면, 고대 올림피아는 피사탄이라는 도시국가에서 최초로 주관했다. 후에 스파르타와 엘리스가 공동 주관하다가 나중에 엘리스가 단독으로 개최하게 됐다. 피사탄은 올림피아 개최권을 빼앗기자 엘리스와 전쟁을 벌였다가 패하는 바람에 도시 전체가 파괴되고 말았다. 엘리스도 강력한 국가가 아니었음에도 올림피아를 치르는 데 국력을 다 쏟아 부었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린 이후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대회 개최권뿐 아니라 성적을 놓고서도 살벌하게 경쟁한다. 국가가 나서 조직적으로 선수들에게 약을 먹이는가 하면 정치적 파워를 이용해 판정의 공정성을 해치기도 한다.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1908년 런던올림픽 때 에델버트 탈보트(Edelbert Talbot) 주교가 말한 것으로, 올림픽 강령으로 채택됐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고, 성공보다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니, 그렇게 알고, 마음 비우고, 선수들은 열심히 뛰고 우리들은 열심히 응원하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지겨운 더위도 잊을 것이다. 정말 더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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