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1824~1864)는 과부 어머니가 재가해서 낳은 서자였고 차별을 많이 받았다. 그가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꾼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세상을 떠돌며 노비해방운동을 펼쳤고, 자신의 집 계집종 두 명을 풀어주어 며느리와 양딸로 삼았다. 차별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무극대도(無極大道)의 본을 보인 것이다. 

동학 2대 교조 최시형도 ‘사람은 곧 하늘’, 즉 인시천(人是天)의 뜻을 이어받아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은 한울이라, 평등이요 차별이 없나니 사람이 인위로써 귀천을 분별함은 곧 하늘의 뜻을 어기는 것이니 제군은 일체 귀천의 차별을 철폐하여 선사의 뜻을 잇기로 맹세하라’고 역설하였다. 양반과 상놈, 적자와 서자를 차별하지 않고, 여자와 어린 아이를 얕보지 말며, 가축을 학대하면 안 된다고까지 가르쳤다.

동학에서는 삼불입(三不入)이라 해서 양반, 부자, 선비는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설령 입도했다 하더라도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 할 수가 없었다. 동학의 지도자들은 서자나 아전, 천민 등 왕조 시대에서 소외받았던 인물들이다. 소수의 양반 귀족들만이 누리던 특권과 관인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누구나 뜻이 있고 능력이 되면 리더가 될 수 있었다. 

동학도들의 보은 집회에 양호순무사(兩湖巡撫使)로 현장에 파견돼, 동학도들을 민당(民黨)이라 부르며 그들의 요구에 공감했던 관료 어윤중은 ‘탐학이 횡행하는 것을 분하게 여겨 민중을 위하여 그 목숨을 구해보려는 자’ ‘오랑캐들이 우리의 이권을 빼앗는 것을 분통하게 여기는 자’ ‘탐관오리의 수탈을 받고 호소할 곳이 없는 자’ ‘양반 토호로부터 협박 공갈을 받아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자’ ‘농사를 지어도 남는 곡식이 없고 장사를 해도 남는 이익이 없는 자’ 등이 동학에 가담한다고 기록했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불량한 유림과 양반 무리의 못된 버릇을 바로잡는 일’ ‘노비문서는 불에 태워버릴 일’ ‘천인의 대우를 개선하고 백정머리에 씌워진 패랭이는 벗길 일’ ‘청춘과부는 개가를 허락할 일’ ‘관리의 채용은 문벌을 타파하고 인재를 등용할 일’ 등을 통해 사회평등을 실현하려 했다.

교육부 고위 관리가 ‘민중은 개, 돼지’라고 말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명문대를 나오고 이십대 초반 어린 나이에 고시에 합격해 평생을 갑으로 살아 왔으니 그 스스로 1%의 선민, 나머지는 개, 돼지로 보였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교육 정책을 맡고 있으니 교육이 잘 될 리가 없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교권이 무시당하고, 아이들이 목숨을 끊고, 학부모들의 등골이 휘고 가정이 망가지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교육부를 없애야 교육이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민중들이 개, 돼지처럼 벌어서 세금 내고 공무원들에게 월급 주고 있다. ‘불량한 유림과 양반 무리의 못된 버릇’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동학이 꿈꾸었던 평등한 세상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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