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최근 어느 신문사에서 설문조사를 했더니, 초등학생들이 현충일이나 6.25 전쟁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충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어느 유명 가수가 컴백한 날이라고 답하는가 하면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 누구와 싸웠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도 많았다. 심지어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에 대해 짜증난다고도 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건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다. 비단 초등학생뿐 아니라 20대 이상 젊은 층들 중에서도 안보나 역사에 깜깜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 입시에서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돼 있어 중고등학교 때부터 역사 교육을 소홀히 한 탓이다. 초등학교에선 국사를 세계사의 일부로 편성해 5학년 때에만 가르치고 있어 국사 교육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예전에는 교과과정뿐 아니라 웅변대회나 그림, 글짓기 대회 등을 통해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안보의식을 다지는 계기가 자연스레 마련되기도 했지만 최근 십여 년 전부터는 이런 풍경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이 안보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이해하기도 힘들고 명백한 역사적 사실마저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아이들이 역사와 안보에 눈 뜬 장님이 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 중에는 6.25 전쟁을 누가 일으켰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거나 노골적으로 북침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며 떼로 몰려가 난리를 치고 미군을 몰아내고 우리 민족끼리 살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참혹한 전쟁을 겪고 오늘날 대한민국을 일궈내고 대한민국의 안보와 미래를 걱정하는 노인들을 헛소리나 하는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하기도 한다.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두려운 것이다.

6.25 전쟁은 케케묵은 역사 책 속의 머나먼 과거 일이 아니다. 백발성성한 팔순의 노인이 6.25 때 전사한 전우의 시신을 찾기 위해 강원도 깊은 산골을 헤매고, 제 키보다 더 큰 총을 잡고 학도병 소년병으로 전쟁터에 나아갔던 노병들이 먼저 간 전우들을 기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6.25 때 남편을 잃고 시부모를 모시고 어린 자식들을 키워낸 전사자 미망인들의 굴곡진 삶이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북한군의 포격을 받고 쑥대밭이 된 연평도에는 아직도 당시의 참혹한 흔적이 여전하고, 당시 해병대에 지원 입대하였다가 제대를 불과 한 달 앞두고 목숨을 잃은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부모는 먼저 간 자식을 가슴에 묻고 고통의 세월을 견뎌내고 있다. 천안함과 함께 운명을 달리한 청춘들과 그의 부모 형제들은 또 어떤가.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현재진형형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도발해 왔다. 지금도 입에 담지 못할 소리로 위협하고 협박한다. 최근엔 전자파교란으로 민간인 항공기와 선박이 위협을 받기도 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야 하고, 잘못 알고 있다면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모르면 휘둘리고, 잘못 알고 있으면 무모해진다. 불순한 그들은, 모르는 이들을 선동하고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을 부추긴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외교적 결례이며 내정간섭이라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북한의 세습 체제를 인정하고 먼저 공격해 오더라도 맞서지 않는 것이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탈북자에게 변절자라고 하는 말이 또한 무슨 소리인지, 그것들이 과연 무슨 소리인지, 척 하고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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