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은 초‧중‧고등학교 현장이 어수선한 모양이다. 이번 학기부터 교과부에서 마련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시행되면서 이와 관련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 사이에 다툼이 일고 혼란이 많다는 소식이다.

교과부는 올해 3월 1일부터 발생하는 학교폭력의 경우, 가해자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그 사실을 기재해 초‧중학교는 졸업 후 5년, 고등학교는 졸업 후 10년간 보존토록 했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에게 상급 학교 진학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가해 학생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입시는 물론 대학 입시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교과부는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교사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은폐 축소하려 한다는 비난에 따라 교사의 책임을 더 엄하게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생활지도부 교사 등 학교폭력과 관련된 보직을 맡은 교사는 학교폭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주의를 주거나 지도 교육 등의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하고 예방할 수 있는 가벼운 사안에도 새로 마련된 학교폭력근절 대책의 잣대를 들이대는 바람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별 것도 아닌 행동을 가지고 멀쩡한 아이를 죄인으로 몰아가느냐”며 항의를 하고, 학교에선 원칙대로 할 수 밖에 없다며 밀어붙이는 통에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험한 말이 오가기도 하는 모양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수롭게 않게 여기던 행동들까지 폭력 행위로 엄격하게 다뤄지면서 학교에선 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그 결정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겠다고 나오고, 학부모들은 “너무 한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한다. 학교에서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전학을 가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고 그래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작년 대구 중학생의 자살 사건이 말해 주듯 학교 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끊거나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학교폭력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고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교과부가 작년에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여론에 떠밀려 내놓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중 가해 학생의 생활기록부 기록에 관해서는 시비가 엇갈린다. 학교폭력을 막으려면 그 정도로도 부족하다, 죽을 때까지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 청소년들에게 지나치다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폭력은 당연히 막아야 하고 그 책임은 사실 어른들에게 있다. 과도한 입시경쟁, 교사와 학교의 의지 부족, 학부모들의 무관심 등 그 같은 환경을 만든 것은 어른들이다.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어도 사실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고 그래서 매도 어른들이 맞아야 한다.

생활기록부에 가해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 두고두고 부담을 주기보다는 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과 지도,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가해 학생이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따끔하게 혼을 내고 가르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어른들은 쏙 빠지고 아이들에게만 죄를 묻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염치없는 짓 같아 보이기도 한다.

교사가 인간적으로 또 인격적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더 줄어들게 되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차라리 때려서라도 사람을 만들겠다며 엉덩이에 몽둥이를 내려치던 시절이 오히려 더 좋았다는 푸념도 한다.
학교폭력,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지만, 소 잡을 칼로 닭 잡는 일이 생길까 그 또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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