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사회복지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과중한 업무에 보람은커녕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힘든 현실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한다. 가슴 아픈 일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을 주고서도 연봉은 턱없이 낮게 책정한 제도상의 문제점도 크지만 이들을 대하는 시민들의 태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회복지사도 엄연히 전문지식을 갖춘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어려움도 감내하고 희생해야 하는 자원봉사자쯤으로 알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복지사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일 자체보다 민원인들을 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격이 되지 않는데도 무조건 내놓으라고 떼를 쓰는가 하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사회복지사를 개인 비서로 아는지, 집에 가스를 잠그지 않고 나왔으니 당장 가서 가스를 잠가 달라는 요구도 한다.

시민의 권리가 존중돼야 하지만 도가 넘는 꼴불견들도 많다. 지난겨울 어느 해보다 눈이 많이 내리자 황당한 민원을 제기한 사람들도 많았다. 자기 집 안마당 눈을 치워달라고 하는가 하면 길거리에 뿌려진 염화칼슘 때문에 자동차가 망가졌으니 물어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방관들도 장난이 아니다. 집안에 벌이 있으니 내쫓아 달라, 고양이가 지붕에 갇혔으니 꺼내 달라, 현관문이 잠겼으니 열어 달라고도 한다. 화재 진압이나 긴급 환자 후송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야 할 소방관들이 이런 사소한 생활민원에 불려 다니느라 매일 녹초가 된다.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출동을 거부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사소한 생활민원을 요구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소방관들은 대놓고 거부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생활민원을 들어주려다 목숨을 잃거나 다치면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동물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지만 인명구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립묘지에도 묻히지 못한 소방관도 있다.

시민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진상’ 고객들도 문제다. 비행기 승무원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승객들도 있고, 멀쩡한 제품을 불량품이라며 바꿔달라는 사람들도 있다. 고객이 왕이라고 하지만 왕 대접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세계 최대 비상장 소프트웨어업체인 SAS 인스티튜트는 직원들의 천국으로 꼽힌다. 1976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10, 2011년 포춘지에서 선정한 ‘미국의 최고 직장 100곳’ 연속 1위를 차지한 곳이다.

이 회사는 야근도 없고 잔업도 없고 정년도 해고도 없다. 쉬고 싶을 때 쉬고, 5시면 칼퇴근한다. 아무리 세찬 감원바람이 불어도 이 회사 직원들은 끄떡없다. 회사 안에 유치원도 있고 병원도 있다. 신이 내린 직장이다.

이 회사 창업자이자 CEO인 짐 나이트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

“행복한 소들이 더 많은 우유를 만든다.”

행복한 소들이란 직원이다. 직원이 행복하면 고객도 행복해지고, 고객이 행복해지면 회사가 잘 된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 말이다.

사회복지사나 소방관 같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행복해야 복지도 펴고, 국민들 생명과 재산도 잘 지켜줄 수 있다. 국민 복지도 중요하지만 이들 복지도 중요하다. 이들도 다 같은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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