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사람의 뇌에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이란 게 있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며 행동을 모방하기도 한다. 아기들이 엄마의 행동을 따라하며 생존방식을 배우고 고통 받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려 하는 것도 거울뉴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경영대학원의 제러미 리프킨 교수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지금껏 문명을 이루고 살아남은 것은 거울뉴런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행복한 사람 곁에 있으면 덩달아 행복해지고, 우울하고 고독한 사람과 가까이 하면 까닭 없이 우울해지고 고독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친밀감이 높은 사이일수록 거울뉴런을 통한 감정상태의 전염성이 강하다. 뚱뚱한 친구를 곁에 두면 같이 뚱뚱해지고, 주정뱅이 친구를 사귀면 자신도 술고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부부는 말할 것도 없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심장병 같은 것도 전염이 된다. 전염병이 아닌데도 전염이 되는 것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염된다는 의미다. 일찍 죽으려 작정한 사람과 어울리면 해로운 식습관과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게 되고 그렇게 하다 보면 심장병에 걸리고 마는 것이다.

2010년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 과학자들이 월드컵과 유로챔피언십 151경기에서 나온 승부차기를 분석해 보았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승부차기에서 골을 넣은 다음 적극적으로 세러머니를 펼치고 동료들끼리 더 적극적으로 호응한 팀이 훨씬 더 많이 이겼다. 상대 팀의 이런 모습을 본 선수는 킥에 실패할 확률이 높았고, 골을 넣고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들어오는 모습을 보인 팀일수록 더 많이 패배했다. 선수 개개인의 기분이 팀 전체의 분위기와 팀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감정의 전염은 동료들뿐 아니라 고객들로부터도 야기된다.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 직원들은 누구보다 거울뉴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객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들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상적인 거울뉴런 덕분에 더 많이 상처를 받기도 한다. 분노한 고객의 감정이 그대로 전염되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전염된 짜증이나 분노의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아무리 철저하게 교육받고 단련된 직원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분노는 신경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랫동안 몸 안에 남는다. 분노로 생성된 아드레날린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마음 편히 먹는다고 분노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서비스 업종 직원들이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고객들이 그들에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직원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도 화를 내거나 막말을 쏟아 붓기도 하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서비스 직원들 역시 집에서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금덩이 같은 아들딸이거나 존경받고 사랑받는 부모 혹은 금쪽같은 남편 아내들이다. 칭찬 받고 대접 받으면 행복하고, 무시당하고 구박당하면 서럽고 기운이 빠지는, 고객들과 똑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내 가족이라면, 비행기 안에서 라면을 제대로 끓여오지 않았다며 얼굴을 내려찍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사람들일수록 이러면 안 된다. 어느 개그 프로에서처럼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더 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은 장사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지, 손님이 진짜 왕이라는 뜻이 아니다. 왕 대접 받으려면, 왕 대접 받을 자격이 있어야 한다. 웃으면 복이 와요, 맞는 말이다. 손님도 웃어야, 복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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