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인간에게는 타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이해하고 행동을 따라하면서 공감하는 능력이 있다. 아이들이 엄마의 표정이나 말투를 흉내내면서 발전하는 것이나, 누군가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 모른 채 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그것이다. 그 공감능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바로 거울뉴런(Mirror neuron)이다. 인간이 오랜 세월 동안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거울뉴런 덕분이다.

IMF 사태 때 국민들이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고, 태안반도에 기름유출 사고가 났을 때 자원 봉사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든 것도 거울뉴런 덕분이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악마가 거리응원을 펼치고 경기장의 쓰레기를 치웠던 것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거울뉴런이 제대로 작동한 덕분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경영대학원의 제러미 리프킨 교수는 앞으로 펼쳐질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감할 줄 아는 인간이 성공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미디어 환경 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사회가 더 복잡해지고 상호 의존도가 심해질 거라 내다봤다.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도 더 많이 요구될 것이며 공감하지 못하는 인간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고 했다.

회사나 조직에서 성공하거나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들은 대부분 호감지능이 뛰어난 사람이다. 호감지능이란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협력하면서 좋은 감정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호감지능이 뛰어날수록 상대의 의도를 빨리 알아차리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줄 안다. 상대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기꺼이 도와 줄 뿐 아니라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안다.

기업도 이제는 호감을 얻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눈부시게 진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으며 교류하고 공조한다. 제품과 서비스 수준이나 질에 관한 정보는 물론 기업의 사회적 태도와 윤리적 책임 등에 대해서도 빈틈을 주지 않고 감시한다.

밀어내기식 영업 같은 기업의 횡포나 불법 상속 증여 같은 비도덕적 행태 등은 곧바로 소비자들의 감시망에 걸려들고 불매운동 등을 통한 반기업정서가 순식간에 퍼지기도 한다. 누구나 정보를 공개하고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가 가져온 놀라운 현상이다. 최근 문제가 된 우유회사나 비행기 승무원을 때린 대기업 임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반면에 수백 년 동안이나 고객들로부터 사랑 받으며 명성을 이어 온 기업들이 많다. 그런 기업들은 대개 직원들을 가족처럼 존중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사장이 나와 고개를 숙이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얄팍한 상술보다는 진심으로 고객을 대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삼국유사>에 중구삭금(衆口鑠金)이란 말이 나온다. 군중의 말은 쇠도 녹인다는 뜻이다.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갑자기 용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물고 바다로 들어가 버리자, 웬 노인이 나타나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며 사람들을 모아 지팡이로 땅을 치며 노래를 부르게 하자, 용이 수로부인을 내놓았다고 한다. 용이 여러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못한 것이다.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손놀림을 자랑하는 세상이다. 스마트폰 위로 튕겨 다니는 현란한 손놀림이 어지러울 정도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정보가 오가고 기업이 생사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조심하고 볼 일이다. 문제는 호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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