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속에 없는 말이라도 자꾸 하다보면 실제로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것을 언령사상(言靈思想)이라 하는데, 말에는 영적인 힘이 있기 때문에 말한 대로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덕담을 할 때도 이미 다 이뤄진 것처럼 축하해 주면 그 효험이 제대로 살아난다고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셨지요. 축하드립니다.” “부자 되셨다면서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취직 하셨다지요, 정말 기쁘시겠습니다.”라고 하라는 것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이 사람이 날 놀리나, 할 수도 있지만 그 속뜻을 알게 되면 진심으로 고마워할 것이다. 말 자체에 영혼이 있기 때문에 소망을 기성사실화 해 버리면 말이 제 스스로 그런 줄 알고 실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말이 가진 주술적 기운을 빌어 여유와 자신감을 가져보자는 뜻이니 새겨두면 좋겠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카네기 인간론>의 저자이자 유명한 화술 강연자 데일 카네기도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일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행복한 일을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비참한 일을 생각하면 비참해진다. 무서운 일을 생각하면 무서워진다. 병을 생각하면 병이 든다. 실패에 대해서 생각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고 헤매면 배척당하고 만다.”

그러니 좋은 말을 해주면 그 열매가 다시 내게 오는 법이다. 셰익스피어는 “사람은 비수를 손에 들지 않고도 가시 돋친 말 속에 그것을 숨겨둘 수 있다.”고 했다. 좋은 말, 향기로운 말 대신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치명상을 입히는 독한 말을 비수처럼 날리고 꽂는 사람들이 있다. 말의 비수들이 무수히 날아다니는 곳에 인간적인 신뢰와 훈훈한 정이 있을 리 만무하다. 말의 비수는 또 다른 말의 비수들을 부를 뿐이다.

불가에서는 나쁜 말을 하는 것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횃불을 들고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들고 있는 횃불이 자신에게 옮겨 붙듯이 나쁜 말을 하게 되면 그 해악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은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개그맨은 무명시절 욕설과 상대를 비하하는 모욕적인 말을 인터넷방송으로 쏟아냈다가 뒤늦게 곤욕을 치렀고, 국회의원이 되려 했던 사람은 막말을 했다는 이유로 꿈을 접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 임명 소식을 놓고 여론이 부글거리고 있다. 자리를 낙점 받은 이가 막말을 많이 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여당에 표를 던진 사람들 중에도 못마땅하다는 소리가 많다. 이 사람도 자신이 한 말에 역풍을 맞은 셈이다.

중구삭금(衆口鑠金),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 했다. 여론의 힘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이쪽저쪽 구분 없이 목소리가 비슷하다 싶으면, 그게 맞다. 첫 단추 잘 끼워야 한다고 당선인 본인이 그렇게 강조를 했는데, 첫 단추가 아무래도 잘못 꿰어진 것 같다.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전문가는 대한민국에 새털처럼 많다.

데일 카네기가 이런 말도 했다. “불행한 말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우울한 새를 본 적이 있는가? 말과 새가 불행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말이나 새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이나 새가 아니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는 않더라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지, 잘 살피고 잘 들어야 한다. 그래야 또 불통 소리 안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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