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요즘 KBS 2TV 드라마 <직장의 신>이 큰 인기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 공감을 얻고 있다. 과장과 허풍이 없지 않지만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이어진다. 김혜수 등 출연진의 연기 대결도 볼거리다.

이 드라마에서는 어느 직장엘 가더라도 꼭 있게 마련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장규직 팀장이다. 직장의 이익과 논리만을 앞세워 부하 직원들을 들들 볶고 부하직원들은 그에 대항해 힘을 모아보지만 늘 역부족이다. 못된 장규직 팀장을 골탕 먹이기 위해 커피에 팀원들이 침을 뱉어 갖다 주지만 결국 계약사원이 마셔버리고 만다. 장규직 팀장은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다.

장규직 팀장처럼 조직의 리더가 집단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정신분석가 프리츠 레들(Fritz Redl)은 어떤 집단에는 고유한 분위기가 있으며 리더가 이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을 집단 정서(Group affective tone)라 한다.

2005년 영국에서 학생 189명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팀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였다. 실험에 앞서 리더들에게는 두 종류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유쾌한 TV 토크쇼, 다른 하나는 사회정의에 관한 심각한 내용이었다. 이후 리더들은 각 팀으로 돌아가 7분 동안 팀원들과 텐트를 설치하도록 하였다.

실험 결과 재미난 영상을 본 리더가 속한 팀의 멤버들은 심각한 내용을 본 리더가 속한 팀원들보다 더 긍정적인 기분으로 변해 있었다. 기분 좋은 리더와 함께 한 팀원들은 다른 팀원들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 효율적으로 텐트를 설치하였다.

고객만족도는 고객과 대면하는 현장 직원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장 직원을 뒤에서 관리하고 지원하는 관리자의 기분이 고객만족도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 영국의 여성 의류와 장신구를 판매하는 한 브랜드 판매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더니, 지점장의 만족도가 고객만족도와 매출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7 단계로 측정된 지점장의 업무 만족도가 1단계 증가할 때마다 매출이 5.07%씩 증가되었다.

<직장의 신>에서 등장하는 장규직 팀장처럼 고약한 상사를 둔 직장인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정에서도 편치 않은 모습을 보여 불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못된 상사는 개인의 삶은 물론 가정을 파괴하는 무서운 존재일 수 있다. 고약한 상사 본인은 전혀 느끼거나 깨닫지 못한다.

영국의 생태학자인 데이비드 해밀턴(David R. Hamilton)은 저서 <우분투;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생각의 전염력>에서, 직장 상사가 으르렁거릴 때는 심호흡을 하라고 조언한다. 심호흡을 하면서 호흡에 집중하면 뇌의 정보처리가 멈춰 상사의 몹쓸 기분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상사를 바라보면 연민을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 수련이 어지간히 되지 않고서는 힘들다.

그가 알려주는 또 다른 비결은 개처럼 하는 것이다! 물에 젖은 개가 몸을 떨어 물을 털어버리는 것처럼, 우리도 그냥 몸을 털어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온 몸을 털면 우리 몸에 급격한 생리적 변화가 생기고 이는 상사의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설 여지를 없애버린다. 몸 상태를 긍정적인 상황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행복하다, 자신감이 넘친다. 에너지가 넘친다, 생각하면서 머리를 꼿꼿이 들고 가슴을 쫙 편다. 그리고 크게 한 번 웃는다. 그러면 아무리 슬퍼하고 싶어도 슬퍼지지 않는다.

상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것처럼 어리석은 게 없다. 개처럼, 한 번씩 온 몸을 부르르 털면서, 그렇게 이겨내야 한다.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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