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전국시대라는 오랜 분열을 마무리한 진시황이 순행 도중에 사망했다. 환관 조고(趙高)는 승장 이사(李斯)를 협박해 진시황의 장남 부소(扶蘇)와 대장 몽념(蒙恬)을 죽이고 정변에 공을 세워 낭중령으로 승진했다. 찬위한 자리와 탈취한 권력을 튼튼히 다지기 위해 그는 진이세에게 가혹하고 엄격한 형벌을 적용해 종실과 공신들을 살육하도록 부추겼다. 진2세 원년(BC209) 4월, 동순을 마치고 궁으로 돌아온 진이세가 조고에게 물었다.“대신과 관리들이 복종하지 않고 여러 공자들은 나와 다투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 달여 남은 15대 대선 정국에 또 하나의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 지사로 있을 때 아내인 김혜경씨가 경기도청 소속의 공무원들에게 과잉 의전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SBS는 지난달 28일 전 경기도청 비서실에 근무했던 A씨의 주장을 토대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A씨는 김혜경씨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배모 사무관의 지시를 받아 약 처방이나 음식 배달 등 김씨의 개인적인 일을 처리했다고 폭로했다.설 연휴를 즐기던 국민에겐 충격적으로 들렸다. 그동안 이재명 후보를 묵묵히 내조하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감내해 왔던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대선 50여일 남겨두고 대한민국 선거 현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 도대체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지, 부인들의 일탈이나 비행 캐기 경쟁 선거인지 헷갈릴 정도가 됐다.일부 신문 방송들은 진영 논리에 빠져 이성을 잃은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상대 후보의 면을 깎는 뭐라도 찾으면 언론 고유의 공정성을 지키지 못한다. 형평을 지키려는 의지가 어디 있으며 공영방송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후보 부인의 녹취록에서 일부 무속인들과의 친분과 선대본부 참여가 밝혀지자 여당은 환호 분위기를 이뤘다. 그러나 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성접대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출연진을 경찰에 고소했다는 소식이다. 앞서 지난 27일 가세연 강용석 변호사는 유튜브 방송에서 검찰의 수사기록과 판결문 등으로 확인했다며 이준석 대표가 2013년 8월 15일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대전의 한 호텔에서 성접대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벌써 8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최근의 대선정국을 감안하면 워낙 엄중한 시기일뿐더러 그 당사자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라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일단 이준석 대표는 이
지금 제20대 대통령선거 현장에는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가 극성을 이루고 있다. 가족들의 작은 잘못이라도 발견되면 침소봉대해 들추고 사실과 부합하지 않으면 아님 말고 식이다. 여기에 언론이 부합해 진영 간 적대논리로 이전투구하고 있다.후보 부인의 흠집 캐기 양상이 주된 테마로 변모하고 있다. 야당 인사가 ‘이번 선거는 영부인을 뽑는 선거가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무엇보다 언론의 책임이 크다. 후보들이 지닌 식견이나 정책, 비전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흥미 끌만한 소재가 있으면 우선적으로 다루고 있다. 신문 윤리규정을 무시하고 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0일 광주를 찾아 “저의 발언으로 상처 받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얼마 전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칭송 발언으로 상당한 역풍을 받았던 데 대한 사과였다. 윤 후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비록 추상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직접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서 내놓은 발언이라는 점에서 경청할 만한 내용인 것은 틀림없다.하지만 윤석열 후보의 역사관이나 시대관은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서한 초기의 오왕 유비(劉濞)는 군주의 측근에 있는 간신을 청소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친국의 난을 일으켰다. 사실상 ‘청군측’은 가짜이고, 모반을 일으켜 분열시킨다는 것이 진짜였다. 한고조 유방은 이성(異姓)의 왕들을 제거하고 동성(同姓)의 왕들을 봉하면서 그들이 조정의 병풍 노릇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齊)는 70여개, 초는 40여개, 오는 50여개의 성을 봉지에 포함했다. 이 3개의 번국이 천하의 절반을 차지했다. 몇 십 년이 지나자 제왕들은 이미 꼬리를 자를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국가의 통일과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아이돌에서 아이들로 돌아왔다는 말을 몇 해 전부터 한 적이 있다. 특히 케이팝을 보면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아이돌은 대개 10대들의 우상을 뜻한다. 10대이지만 10대가 아닌 뭔가 다른 존재이다. 아이돌에는 우월과 선망이라는 심리가 들어 있다. 다른 국가로 가게 되면 동방에서 온 특별한 존재를 넘어서서 엑소(EXO)처럼 외계에서 온 존재가 되기도 했다.우월과 선망의 존재는 항상 특별하게 자신을 꾸며야 한다. 실제와 다른 존재가 되기 때문에 연출과 필수 가공은 당연한 일이다. 매번 연출과 가공을 해야
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중국판 미투가 일어나 중국공산당 19기 당대회 6중전회를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 미투 제기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복식 테니스 스타 펑솨이다. 2013년 대만 선수 수웨이시와 복식을 이뤄 윔블던테니스대회 우승, 2014년에는 프랑스 오픈 우승을 했고, 같은 해 US 오픈 단식에서 준우승한 세계적 수준의 여성 선수 출신으로 유명하다.폭로 상대방은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중 1명이며 권력서열 7위, 경제 제1부총리,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역임한 중국 내 에너지 부문 담당 최고 책임자였다. 석유 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영화 ‘브이아이피(V.I.P. 2016)’의 박훈정 감독은 그럴 뜻이 없었다. 하지만 여혐 논란에 휘말렸다. 연쇄 살인범의 살인 장면을 너무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 문제였다. 영화 속에서 문제의 장면을 보면 벌벌 두려움에 떠는 여성을 조롱하는 범죄자들의 모습이 매우 불편했고 여성 인권 유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연쇄 살인범의 잔혹성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불편함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었다. 잔혹한 사이코 패스의 악마성을 드러내려다가 여성의 몸을 도구화했을지 모른다. 아마도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있었다면 적절하게 조율할
서울대학교에서 지난 1999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사설(私設) 커뮤니티 사이트(수누라이프)’가 있다. 학부생, 대학원생, 교원, 동문 주축으로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다른 성향에 있어서는 객관적일지 모르겠으나 정치 분야의 글 등에서는 성향이 오락가락하면서 서울대 학부생들마저 ‘대학여론의 대표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익명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 대표성을 부여하기가 힘들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어느 사설 사이트든 일부 이용자 가운데 객관성이 없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게재할 경우 사이트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文정권 시기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졌다. 입법과 사법은 전혀 감시 기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국회는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했고, 검찰·법원은 청와대의 x가 됐다. 청와대가 수사와 재판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면, 그대로 수용했다. 청와대가 내린 정책이라는 것도 시간과 공간 안에서 경험세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많은 감시 기구가 있으나, 그 감시 기구는 순기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정책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성이 없는 이념과 코드에 집착했다. 과학적 인과관계는 전무한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삼국시대에 제갈량은 유비와 처음 만나서 융중대(隆中對)라는 웅장한 전략적 대안을 제시했다. 당시의 국제정세를 냉정하게 분석한 제갈량은 ‘천하삼분’이라는 할거전략을 설명했다. 요점은 약자인 오와 촉이 연합해 강자인 조조에게 대항한다는 것이었다. 이 전략에 따라 유비는 손권과 연합해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크게 무너뜨린 후에 형주(荊州)를 차지했고, 나중에 다시 익주(益州)를 차지해 촉한을 건국하고 세력균형의 한 축을 형성할 수가 있었다. 오와 촉이 연합을 하면 조조보다 강하지만 분리되면 국력이 조조에 비해 턱없이 부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천하를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는 첩자를 부리는 용간술(用間術)에 능했다고 한다. 주변국과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적국에 첩자를 잠입시켜 수만금의 황금을 써서 관리들을 매수했다고 한다.삼국지의 조조는 용간술의 달인이었다. ‘전쟁을 치르게 될 때는 반드시 먼저 첩자를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적의 실정과 속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戰必先用間, 以知敵情實也)’는 지론을 폈다. 그러나 천하의 조조도 적벽대전에서 유비의 군대에게 참혹하게 패전해 지금도 간웅(奸雄)이란 낙인의 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손자병법에는 ‘간(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가 깊어가는 가을 날씨와 같이 피부에 직접 와 닿는다. 하늘은 맑고, 스산한 바람은 온몸을 파고든다. 이때일수록 권력자는 권력의 무상함을 느낀다. 그 속을 파고들어간 이단아 언론은 권력자의 틈새를 주지 않는다. 1990년대 초부터 엄습한 인터넷 시대는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이젠 그 질서로 살아가도록 모두에게 강요한다. 신자유주의는 지식인들에게 회자됐지만, 사물인터넷 시대의 명제는 모른 세계인의 피부 속으로 파고든다. 사실은 사실대로 말하시오.정보를
[스포츠 속으로] 심석희 ‘고의 충돌’ 의혹, 개인 문제 아니다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여자 쇼트트랙 간판스타 심석희(24, 서울시청)는 2년 전 자신을 지도하던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력을 고발해 ‘스포츠 미투’가 들불처럼 스포츠계에 번지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심석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인해 관행처럼 자리 잡은 체육계의 성폭력과 폭력 등이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심석희의 성폭력 문제는 개인 문제를 넘어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관리 체계와 훈련방법을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문화체육관광부는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기자는 종종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 6공화국 ‘박종철 고문치사 가능성’ 보도로 5공화국에서 6공화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여든 야든 지금 6공화국 헌법에서 7공화국으로 넘어갈 채비를 한다. 이 엄중한 시기에 인터넷 매체 경기경제신문사 박종명 대표 기자가 ‘생계형 좌파’의 명줄을 잡고 나섰다.문재인 청와대는 ‘종전선언’으로 사회주의, 공산주의 길목을 선점하고 나섰다. 21대 국회에서 사회주의에 경도된 법 제정과 개정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이 절박한 시기에 엉뚱한 폭로기사가 돌출됐다. 그 주도세력은 ‘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춘추전국시대의 교체기에는 사람들이 변했다. 중앙에 집중됐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로컬로 다변화되자 개인은 물론 사회적 관심도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에서 갖가지 모습으로 등장했다. 시경의 변풍(變風)과 변아(變雅)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문학적 귀결이었다. 노자, 공자, 묵자는 사회의 부패와 어두움을 폭로하고 비판하면서 인간의 사회적 속성과 자연적 속성의 관계에 대한 열띤 토론이 전개했다.인(仁)이 논쟁의 중심 관념으로 자리를 확보했다. 역사학자 후외려(侯外廬)는 주왕조의 세왕표(世王表)를 분석한 결과 동주시대
정라곤 논설실장/시인16년 전 MBC에서 41부작으로 방영된 드라마 ‘제5공화국’이 방송 매체에서 재방영되고 있다. 전체 줄거리는 1979년 발생된 10.26 사건부터 12.12 및 5.17 군사 쿠데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 등 제6공화국이 성립되기 전까지 군부의 정치비사 등을 다룬 내용이다. 드라마 공화국 시리즈가 있었지만 유독 제5공화국 드라마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많았던 것은 한국 역사상 신군부 독재로 인해 민주주의의 후퇴와 국민들의 인권유린이 심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제5공화국 시절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학창 시절 학교 폭력(학폭) 논란을 야기한 여자배구 이재영·다영(25) 쌍둥이 자매는 마치 유배를 떠나듯 그리스로 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그리스 진출을 원하는 둘의 국제이적동의서(ITC)를 직권으로 발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유배라는 말을 쓴 것은 원치 않는 출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둘은 결코 좋아서 해외로 나가는 게 아니다.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지만 국내에서는 더 이상 뛸 무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게 낯선 그리스로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해외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