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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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종종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 6공화국 ‘박종철 고문치사 가능성’ 보도로 5공화국에서 6공화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여든 야든 지금 6공화국 헌법에서 7공화국으로 넘어갈 채비를 한다. 이 엄중한 시기에 인터넷 매체 경기경제신문사 박종명 대표 기자가 ‘생계형 좌파’의 명줄을 잡고 나섰다.

문재인 청와대는 ‘종전선언’으로 사회주의, 공산주의 길목을 선점하고 나섰다. 21대 국회에서 사회주의에 경도된 법 제정과 개정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이 절박한 시기에 엉뚱한 폭로기사가 돌출됐다. 그 주도세력은 ‘기본소득제’ 등으로 사회주의 경향을 물씬 풍기는 이재명 후보이다. 성남시장 당시 주도한 ‘대장동 개발사업’이 언론의 맹폭을 받고 있다.

여당 1위 후보 캠프가 불난 호떡집이 됐다. 더욱 흥미로운 일은 이재명 후보의 사퇴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박영수 특검, 윤석열 특검 수사반장(아버지 집 매매 구설수), 권순일 대법원 판사 및 4.15 부정선거 선관위원장,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 등이 줄줄이 노출됐다. 하나 같이 언론의 특종이 나올 수 있는 휘발성 있는 인물들이다. 그중 한 사람이라도 입을 열면 문재인 청와대는 당장 청와대에서 짐을 싸야할 처지이다. 더욱이 최근 2달 동안 지면을 달궜던 ‘기사열람 차단 청구권’ ‘5배 징벌적 손해배상죄’ 예증 케이스가 될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에 대한 보도 2개가 소개됐다. 중앙일보 장세정 논설위원(2021.10.04)의 “ ‘대장동 판도라 상자’의 뚜껑을 연 사람들”과 동아일보 이진영 논설위원(09.30)의 “대장동 폭로 기사 겁박하는 투기 세력들” 등이다.

이 인터넷 매체는 포털에 올라갈 수도 없는 조그만 신문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기사열람 차단 청구권’이 발표되면, 금방 인터넷에서 차단대상이 된다. 이 위원은 “이 매체의 경기도청 출입기자는 제보를 받고 보완 취재를 거쳐 화천대유와 자회사들이 수천억원의 개발 수익을 챙겼고 배후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8월 31일 보도했다. 정교한 기사는 아니었지만 이를 계기로 대장동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기사 성격이 소개됐다.

“‘처음엔 단순 특혜 사건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커질 줄 나도 몰랐다. 내가 너무 큰 것을 건드렸구나 싶다…’. (기사가 나간 뒤 관련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정파를 떠나 공익 차원에서 보도했는데, 보도 다음 날 아침 경기도 관계자는 팩트체크가 안 됐다며 기사를 빨리 정리하라고 압박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10여분 뒤 화천대유 측이 반론 보도도 필요 없으니 인터넷에서 기사를 당장 내리라’고 다짜고짜 요구했다(장 위원 글).’”

또한 이 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죄에 관해 논한다. 5배면 엄청난 돈이다. “화천대유는 보도가 나간 바로 다음 날 이 기자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인터넷 게시금지 및 삭제 가처분신청도 냈다. 흔히 이런 형태의 소송을 후속 보도를 막기 위한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고 부른다. 기자로선 민·형사 소송 뒷감당 하느라 추가 보도를 할 여력을 잃게 된다.”

물론 열악한 경기경제신문이 ‘기사열람차단청구권’ ‘징벌적 손해배상죄’를 감당할 수 있는 언론이 아니었다. 장 위원은 “게이트로 비화한 ‘판도라 상자’의 뚜껑을 처음 연 보도는 경기도 수원에 기반을 둔 작은 인터넷 매체 경기경제신문이었다. 2011년 창간한 이 매체의 박종명(56) 대표 기자는 제보를 토대로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제목으로 대장동 의혹을 8월 31일 처음 폭로했다. 경기도청 출입을 비롯해 이 지역에서 약 20년 기자 생활을 해온 그는 ‘…진보 성향으로 보는데,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그냥 언론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21대 국회에서 문제된 ‘언론재갈법’은 언론중재법 개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신문법, 정보통신망법 등 개정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소송과 악법’ 전쟁을 벌이는 정부여당에서 새로운 법을 손에 쥐어준다면 그 미래는 명료한 그림이 그려진다. 청와대는 지금도 ‘소송주체’ ‘소송 만능주의’ ‘언론 탄압의 일상화’ 등 소리를 듣고 있다.

포털 규제법이 문제가 된, 지난 5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남국 여당의원 간의 논쟁이 소개됐다. 물론 안철수 대표는 백신 안랩으로 유명하다. 바른사회TV(09.30), 천영식 팬앤 마이크 대표는 당시 안 의원의 페이스북을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포털 기사 배열 순서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합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문재인 대통령 찬양하는 기사를 포털의 제일 잘 보이는 위치에 정부가 직접 자리 선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반민주적 발상을 할 수 있는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드루킹 같은 여론 조작 알바 세력만으로도 모자라, 언론까지 통제하면 천년만년 장기집권 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망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오경묵 기자(05.09), “안철수가 포털 뉴스법 때리자..김남국 ‘깡통 정치인 다 됐네’”. 경기경제신문 케이스로 보면 안철수 대표의 말이 설득력을 얻어간다. 지금까지 포털 다음 아고라, 네이버 실검 조작은 김대중 정권부터 4.15 부정선거까지 여당이 해온 명백한 범죄 행위였다. 오 기자의 논의가 계속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포털뉴스 알고리즘 공개법’을 두고 안 대표가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의 보도지침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하자 이를 맞받은 것이다… 김 의원은 ‘포털 뉴스 기사 배열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며 ‘국민의 70∼80%가 포털을 통해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 속에 알고리즘이 편향된 방향으로 구축된다면 우리의 인식과 사고는 철저하게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 숙의(熟議)민주주의는 조금 부족한 기사라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언론에게 허용해야 한다. 헌법에 언론자유를 중핵으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생계형 좌파’ 선동에 전 국민은 혀를 찬다.

칸트는 철학의 영역을 두 개로 나누는데, 자연철학(Naturphilosophie)과 도덕철학(moral philosophie)이다. 전자는 인지 능력과 이성이 영역이고, 자연법의 영역인 반면, 후자는 실천철학의 영역이다. 실천 철학은 판사가 판결을 하거나, 검찰이 조사를 하거나, 언론인이 취재를 하는 행동이다. 이는 공개의 원칙이고, 국민 사회통합을 하게 된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강화하는 영역이다.

지금 사회윤리가 땅에 떨어졌다. 5공 말기에도 그랬다. “중앙일보 사회부 신성호 기자는 1987년 1월 15일 오전 9시 50분 이홍규 대검찰청 공안 4과장 사무실에 들렀다… ‘경찰 큰일 났어’(이 과장) ‘그러게 말입니다’(신 기자). 그 친구 대학생이라지. 서울대생이라며? 조사를 어떻게 했기에 사람이 죽은 거야. 더구나 남영동에서… (이과장).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수사단이 있는 남영동에서 서울대생이 경찰 조사를 받다가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쇼크사’ ‘고문 가능성’ ‘언어학과 3학년 박종철’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 그날 오후 석간신문이던 중앙일보 사회면에는 이런 제목의 1단 기사가 실렸다(고대훈, 중앙일보, 2017. 12. 30).” 이후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정부는 언론을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하려고 시도해도 안 된다. 언론을 심판할 수 있는 것은 독립된 사법부와 국민이다”라는 ‘6.29선언’이 있었다. ‘대장동 게이트’에서 그런 기적의 역사를 꿈꿔본다. 박종명 기자가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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