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지난 3일 라디오에서 들려온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목소리는 자못 결연해 보였다. 국민에게 실망을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당 쇄신과 강한 개혁 의지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저를 비롯해서 한나라당 구성원이 가진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하고, 모든 것을 국민 편에 서서 생각하고 결정할 것이다”라는 말은 적잖은 감동을 줬다.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으로서 박근혜 위원장이 말할 수 있었던 ‘마지막 고백’이 아니었나 싶다. 중구난방 비대위, 이대로는 안 된다 의지가 좋다고 해서 그 결과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십수 년 전 농구담당 기자시절 농구칼럼을 1년간 연재한 적이 있다. 농구계의 뒷얘기를 다룬 고정 칼럼 제목은 ‘버저비터(Buzzer Beater)’였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를 물리친다는 의미의 버저비터는 버저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선수가 날리는 슛을 일컫는 농구 용어이다. 버저비터를 칼럼 제목으로 쓴 것은 용어 자체가 강렬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숨 막히는 경기종료 직전 골로 연결된 슛이 짜릿한 맛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긴박감 넘치고 감칠맛 나는 스토리를 전하고자 했던 것이었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요즘 내내 가슴이 먹먹하다. 김정일이 죽어서가 아니다. 자식 키우는 아비로서 그렇다.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세상을 떠난 대구 중학생 아이 때문이다. 채 여물지도 않은 밤톨 같은 녀석이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랬을까. 남의 자식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일이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마침 여기저기서 학교 폭력 왕따로 인한 사건 사고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언론이라는 게 파리떼처럼 몰려다니는 성향이 있어, 이런 게 요즘 기삿감이라며 앞다퉈 보도하는 탓도 있다. 두고 봐라, 시간이 흘러 잊
임진년(壬辰年) 새해가 떠올랐다. 수많은 예언가가 2012년 흑룡의 해를 두고 미리 말해 왔던 것처럼 벌써 세계의 권력지형은 심히 요동치고 있다. 2012년 한 해 세계 주요국의 반열에 오른 30여 개국을 포함해 아프리카 등 작은 나라까지 70여 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치러진다. 특히 러시아 프랑스 미국 한국 등 주요국에서 잇따라 열리는 대선과 총선은 올해 세계정세를 뒤흔들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격랑(激浪)의 시대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예상대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1년을 뒤로 하고 새 아침이 밝았으니 올 한 해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해본다. 어느 누구, 어디에서든 새해를 맞은 사람들의 각오와 바람은 한결같을 것이다. 내전 중에 있다거나, 우리 민족처럼 분단으로 인해 정치ㆍ이념적으로 불완전한 상황에 있는 민족이라면 무엇보다도 평화와 안정을 원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국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화두로 삼은 것도 그런 마음에서일 것이다. 물론 급작스러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한반도 불확실성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정치권에 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는 기존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무관치 않다. 이 같은 불신은 새해 들어 실시한 각종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4월 총선에서 현역의원을 뽑겠다는 응답이 30%에 못 미친 것. 그러나 현실인식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기득권에 매몰된 국회의원은 퇴행적 관행을 개선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8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를 보더라도 그렇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달 31일 예산안 처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제 밥그릇 챙기기’를 잊지 않았다. 후원금 쪼개기를 합법
최상현 주필 많은 사람들이 새해 아침 해돋이를 구경하러 간다. 신나는 여행이며 나들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될 수 있으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는 육지의 동쪽 끝 바닷가나 높은 산이다. 둥그런 아침 해가 솟는 모습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벅차게 채워주는 황홀한 감동이다. 그 기분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신년 설 아침의 해돋이 구경일 것이다. 사람들은 어둠을 뚫고 희끄무레한 형체로 해돋이 구경에 조금이라도 더 알맞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꾸역꾸역 경쟁적으로 모여든다. 그들은 입과 코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김을 푹푹 내뿜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최근의 연이은 청소년 자살 사건에 많은 학부모와 시민이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대전 여고생’과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은 언론과 방송을 통해서 이미 많이 알려졌다. 대전 여고생은 친구들의 왕따를 못 견디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투신 직전 엘리베이터의 CCTV에서 자신의 집 층수와 꼭대기 층수를 동시에 누른 후 잠시 주저하는 듯하다가 결국 끝까지 올라간 채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대구 중학생은 친구들로부터 수십 차례 폭행을 당하고 물건을 빼앗기는 등 노예 같은 생활을 견디다 못해
이병익 정치평론가 19대 총선의 시계는 그날을 향해 달려간다. 어느 때보다도 정치불신이 강한 시기에 어느 누구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이다. 엄밀히 말하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지역구가 많지 않다. 영남이 텃밭이라는 한나라당이나 호남이 텃밭인 민주통합당 그리고 충청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자유선진당, 그리고 통합진보당 등 어느 정당도 19대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뚜렷한 정당이 없기도 하고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다. 정당지
김준성 연세대 생활관 차장·직업 평론가도시 교통 전문 공무원은 도시의 교통 체계를 연구해서 정책에 반영하는 전문 공무원이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승진하며 일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도시 교통공학을 대학에서 전공하면 좋지만 필수는 아니다. 도시마다 교통 문제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순환 보직을 받고 현장에서 일하면서 전문가로 성장하는 도시 교통 전문 공무원이 대부분이다. 물론 도시 교통 관련 논문을 연구하고, 이를 현장에서 적용하는 임상의 경험을 갖는 게 이 분야의 직업을 갖는 데 적합한 커리어 준비를 하는 것이다. 도심
숲속을 걸으며 진용빈숲 터널 틈 사이로 빛 길 튼 햇덩이가 잠긴 어둠 걷어내고 희붐히 펼친 뒤엔 풀벌레 잠을 깨우니, 출렁이는 풀빛가락. 숲 그늘 흙 길 따라 가볍게 스텝을 밟아 귀에 익은 옛 팝송 폴안카의 다이애나를 흥겹게 리듬을 뽑아 제풀에 흥 돋우다. 눈앞에 다가선 추억 피어난 젊은 향기가 과거를 돌이켜 논 듯, 환상 속으로 이끌려. 이대로 망각忘却의 배를 저어가며 가고 싶다 약 력2003년 샘터 시조상 수상2007년 월간문학 시조 당선한국문인협회 회원
이진 보스턴 주재기자 이것은 다이아몬드가 이제는 더 이상 특정 계급만이 소유할 수 있는 고급 보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나 하는 듯했다. 티파니나 드비어스와 같은 오래되고 고급스러운 보석상점에서 사는 다이아몬드 반지와는 어떻게 다를지 그 품질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필자도 잘 모르겠지만, 가격에 있어서만큼은 같은 크기, 같은 색, 같은 컷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코스코에서 그 고급 브랜드의 이름값을 제거한, 거의 반값 이상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다.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같은 크기의 품질이 비슷한 다이아몬
2011 신묘년(辛卯年)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씁쓸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이 해를 이제 그만 보내야만 한다. 희망찬 새해가 빨리 떠올랐으면 하는 간절함도 유난히 큰 해다. 연말을 맞아 각 언론사가 쏟아내는 국내외 10대 뉴스를 보자면 부정적인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며, 긍정적인 일도 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그 어느 해보다 다사(多事)했고 다난(多難)했다는 말이 실감 나는 해였다. 갈 바를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이 어지러운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 근본된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것은 바른 생각과 의
박종윤 소설가 위나라 문후(文侯)는 평소 어진 정치를 펼쳐 세상 사람들의 칭송을 많이 받았다. 특히 그는 인재를 보는 안목이 있어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 등용을 잘했다. 서문표는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한 업 땅의 현령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그는 업 땅에 부임하자 우선 그곳의 장로들을 모아 놓고 백성들이 고통 받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한 장로가 나섰다. “이 고장에는 물의 신이 있는데 해마다 처녀를 바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때문에 백성들의 살림이 갈수록 어렵습니다.” 서문표는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 장로가 말을 이었다. “
장순휘 국방문화혁신포럼 대표 적반하장(賊反荷杖)을 식은 죽 먹듯 하는 집단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사실 대단히 어렵다. 과거 북한은 ‘금강산관광’을 현대아산이라는 개인기업을 대상으로 합의해 대한민국의 명예를 훼손했지만 우리는 남북화해의 차원과 국민적 여망 그리고 천만 이산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고자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이러한 우리의 진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바로 2008년 7월 11일 새벽 04시 50분에 발생한 박왕자(당시 53세) 씨 피살사건이다. 04시 30분이라는 시각의 바닷가 백사장이었다면 치마 입은 여성의 식별이 가능했을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자살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집단 따돌림 일명 ‘왕따’문제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괴롭힘의 수법이 다양해지고 그 강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일이다. 지난 20일 친구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권모(14) 군과 지난 2일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고생. 이들에게 학교는 더 이상 배움의 전당이 아니요, 친구들도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었다. 세상이 아무리 험해졌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