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농구 전문용어 ‘버저비터’는 농구장에서만 쓰세요
[스포츠 속으로] 농구 전문용어 ‘버저비터’는 농구장에서만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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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십수 년 전 농구담당 기자시절 농구칼럼을 1년간 연재한 적이 있다. 농구계의 뒷얘기를 다룬 고정 칼럼 제목은 ‘버저비터(Buzzer Beater)’였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를 물리친다는 의미의 버저비터는 버저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선수가 날리는 슛을 일컫는 농구 용어이다.

버저비터를 칼럼 제목으로 쓴 것은 용어 자체가 강렬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숨 막히는 경기종료 직전 골로 연결된 슛이 짜릿한 맛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긴박감 넘치고 감칠맛 나는 스토리를 전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농구가 좋다’ ‘○○○기자의 농구칼럼’ 등의 여느 농구 칼럼 제목보다 훨씬 참신했던 덕분인지, 많은 농구인이 애독했다. 이 칼럼의 인기를 업고 모 전자회사의 후원을 받아 버저비터 상을 제정해 시상하기도 했다. 버저비터 슛의 판정을 둘러싸고 예상치 않았던 일도 생겼다. 버저소리가 먼저였나, 슛이 먼저였나 등이 주된 시빗거리였다. 왁자지껄한 관중들의 함성에 묻혀 버저소리가 잘 안 들리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슛이 들어간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대개 국제농구연맹(FIBA)의 규정에 따라 심판이 판정하고 경기감독관과 계시요원이 자문을 했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주심이 최종 판정을 했다.

새해 벽두를 연 지난 1일 가슴을 후련하게 하는 버저비터가 터졌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오래전 기억과 경험이 떠올랐던 이유는 이 슛이 갖는 독특한 매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프로농구 SK 신인 김선형과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선덜랜드)이 버저비터를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버저비터의 의미에 대해서는 농구는 알겠는데, 축구에서 이 용어가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했다.

먼저 김선형의 농구 버저비터 상황을 살펴보겠다. 김선형은 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
1~2012 삼성전에서 70-56으로 앞선 3쿼터 종료 1.8초 전 자유투 라인 근처에서 공을 던져 림을 깨끗하게 통과했다. 공식 기록 23m. 팬들은 엄청난 장거리슛이 들어가자 모두 놀라 일어나 환호했고, 김선형과 SK선수들도 믿기지 않는 듯 웃음 짓다 이어 축하 세리머니를 펼쳤다는 것이다. 1위는 지난 2001년 조동현(당시 신세기)이 2월 27일 SK전서 기록한 25m다. 이 정도 거리의 버저비터를 성공시키려면 슛 감각이 뛰어나야 하고 운도 따라야 가능하다.

지동원의 축구 버저비터는 이랬다. 지동원은 영국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2011~20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48분 결승골을 작렬시키며 팀에 극적인 1-0 승리를 안겼다. 후반 32분 니클라스 벤트너와 교체 투입된 지동원은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8분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스테판 세세뇽의 패스를 받은 뒤 맨시티의 조 하트 골키퍼를 침착하게 제치고 빈 골대에 공을 차 넣었다. 리그 1위 맨시티를 격침시키는 극적인 버저비터에 홈팬들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고 지동원은 유니폼을 입에 물고 달려가 관중석으로 뛰어들었다. 선덜랜드 선수들도 모두 달려와 함께 기쁨을 나누면서 지동원을 포옹하고 축하했다. 이어서 주심은 휘슬을 불어 경기가 종료됐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이 지동원의 결승골을 버저비터라고 보도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표현이다. 축구에서는 버저비터라는 용어는 없다. 국내서는 버저비터가 버저가 울리면서 경기가 종료되는 농구라는 스포츠 고유의 특성에 기인하여 만들어진 용어인데도 불구하고 주심이 휘슬로 경기 종료를 알리는 축구, 하키 등의 일부 종목에서 무분별하게 잘못 사용되고 있다. 일부 언론들이 축구 등에서 버저비터를 사용하는 것은 극적인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종목의 기본적인 속성을 무시하고 다른 종목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것은 스포츠팬에게 여러 혼선과 착각을 낳을 우려가 높다. 해당 종목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상실하고 팬들의 공감대를 잃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재미를 위해 잘못 사용하는 용어 때문에 종목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종목에 대한 용어를 바르게 알고, 바르게 사용해야 스포츠의 참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더 이상 농구 이외에서 버저비터 용어를 잘못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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