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국방문화혁신포럼 대표

적반하장(賊反荷杖)을 식은 죽 먹듯 하는 집단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사실 대단히 어렵다.
과거 북한은 ‘금강산관광’을 현대아산이라는 개인기업을 대상으로 합의해 대한민국의 명예를 훼손했지만 우리는 남북화해의 차원과 국민적 여망 그리고 천만 이산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고자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이러한 우리의 진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바로 2008년 7월 11일 새벽 04시 50분에 발생한 박왕자(당시 53세) 씨 피살사건이다. 04시 30분이라는 시각의 바닷가 백사장이었다면 치마 입은 여성의 식별이 가능했을 테고, 남한의 민간 관광객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경계침범의 빌미를 악용해 조준사살했다는 것은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이 아닌가? 다른 경고 조치를 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사건 후에 우리 측은 공동조사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최소한의 사과도 거절당했으니 국가적 자존심이 상했다고 할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가 당연한 것임에도 지금까지 북한의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도 없다. 금강산 관광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고령화한 이산가족에 대한 인도주의적 정기상봉도 합의해 놓고 무시하는 북한정권의 비인도적 조치는 과연 그들이 동포애를 운운하는 같은 민족인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문제를 잊고 무조건 남북화해와 유화조치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것이 현 정부의 근본적인 원칙이며 이를 잘 지켰다고 본다. 그 후에도 북한은 2009년 5월 25일 ‘2차 지하핵실험’과 7월 7일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11월 10일 북한 경비정 NLL월경으로 ‘대청해전’ 도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11월 23일 ‘연평도 피폭사건’ 발발 등 끊임없는 대남도발행위를 저지르는 호전적 만행을 보여 왔다.
이러한 북조선의 만행이 관행화하게 된 데는 우리 측의 대응자세에 문제가 없지 않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대목이다.

합참에는 ‘정전협정위반대응규칙’이라는 것이 있다. 최전방의 GP나 GOP에서는 북측이 도발을 하면 즉각 상응한 보복조치를 실시간부로 현장에서 한다는 게 골자다. 이로 인해 북한군의 도발을 자제시키며 주도권을 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정치권으로 가면 국가적 명예도, 자존심도 새롭게 해석되면서 저자세(低姿勢) 대응으로 변환된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북조선의 버르장머리를 키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전쟁을 불사(不辭)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은퇴한 등소평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에 대해 분노하면서 현직 중국지도자들에게 “미국의 대만 무기수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지 마라. 그 문제를 당연시 마라. 미국과의 관계악화를 두려워 마라”라고 명확한 지침을 줬다. 그는 미국에 대해 외교적으로 당당히 따지도록 하면서 미국조차도 중국의 눈치를 보도록 하고, 대만문제의 군비경쟁 주도권을 잡았던 것이다.

정부의 원칙에 입각한 대북조치는 과거 어떤 시기보다 확고한 국민적 지지 가운데 일관성을 지켜왔기에 김정일 사후 새로운 국면을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며칠 전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조문문제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세워졌을 때, 북한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남조선 당국은 이번 조의방해 책동이 북남관계에 상상할 수 없는 파국적 후과(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적인 협박성 발언을 했다. 북한이 우리에 대한 협박의 수위는 날이 갈수록 노골적이며, 횟수도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을 결코 좌시하고만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문정국을 이용해 남남갈등을 부추겨서 우리 사회의 국론분열을 유도하고, 개인 간에도 입에 담을 수 없는 공갈협박을 발표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위상을 격하시키고자 하는 심리전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협박에 대해선 내정간섭차원과 국가적 결례행위로 다뤄 단호한 외교적 공식항의와 더불어 상응한 불이익이 지속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는 두려워 말아야 한다. “두려움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것이 두렵다”라는 말처럼 우리사회가 북한의 도발과 협박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국가적 심리안보(心理安保)를 강화해야 한다. 국방부만이라도 북에 대해 당당히 할 말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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