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에 끼친 영향력에 비해 라파엘로의 작품은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에 비해 덜 알려진 게 사실. 이에 본지는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으로부터 라파엘로 성화 80여점을 입수해 독자들에게 라파엘로의 작품세계와 일대기를 느껴볼 수 있도록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는 역사상 최초의 라파엘로 연재다.
2차 세계전쟁 등으로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소실됐거나 현재 소장 위치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작품들이 1세기 혹은 2세기 전 선교용으로 제작한 유리원판 필름에 담긴 덕분에 오늘날 대중 앞에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라파엘로 작품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천문학적인 액수로 판매될 정도로 가치는 상당하다. 이번 연재를 통해 이미 공개된 적이 있거나 또는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이 공개된다. 37세의 나이로 요절한 비운의 천재화가 라파엘로. 그의 안타까운 생애를 위로하는 동시에 작품세계를 느껴보길 바란다.
제자들과 함께 제작한 프레스코 벽화…판화 작품도 눈에 띠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이번호에 소개하는 라파엘로 성화는 세간에 거의 공개되지 않은 최초의 작품들로 구성했다. 먼저 기독교인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소돔에서 탈출하는 롯의 가족을 그린 작품이다. 아브라함의 조카인 롯이 두 딸의 손을 잡고 앞만 보며 걸어가는 반면 롯의 처는 뒤를 돌아보는 순간 굳어버리는 장면이다.
이는 라파엘이 사망하기 1년 전인 1519년 조수들과 함께 제작했으며, 바티칸 천장에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려진 벽화 작품이라 설명돼 있다. 성경 창세기 19장에 잘 나와 있는 장면이다. 소돔에 죄악이 가득하자 두 천사가 롯을 찾아와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야 할 것을 알려준다.
이 말을 롯이 처와 딸들과 사위들에게 말했으나, 사위들은 농담으로 여겨 떠나지 않아 유황불 심판을 면하지 못했고, 롯의 처는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고 만다. 또 신약성서에는 예수 재림 때도 롯때와 같다고도 한다(눅17: 28~33 참고). 기독교인이라면 이 내용을 되새겨보며 이 작품을 바라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삭에게 나타나신 하나님 작품 역시 바티칸에 천장 프레스코 벽화다. 1519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라파엘이 제자 줄리오 로마노와 함께 한 작품인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이 성서의 어느 내용을 뜻하는 지는 분명하진 않으나 창세기 26장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삭이 브엘세바로 올라갔을 때에 밤에 하나님이 이삭에게 나타나 복을 준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창26: 23~25 참고).
위의 두 작품은 라파엘로가 요절하기 직전에 제자들과 함께 해서 벽화를 그린 작품이라는 점과 구약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점이 눈에 띤다. 라파엘로의 성화 작품을 보면 대부분이 신약성서의 예수와 성모마리아, 12제자들을 내용으로 주로 그렸다. 구약성서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거의 볼 수 없는 측면에서 위 두 작품이 귀중한 작품인 것이다.
성모마리아의 대관식 작품은 천상에서 천사가 바이올린으로 보이는 현악기로 축하 연주하고 있다. 성모마리아를 높게 평가하는 천주교인에게는 또 다른 뜻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나머지 두 작품은 판화로 제작됐다. 델라 파체 성당의 예언자들을 그렸는데, 이들 위에는 천사들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 라파엘로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세기 전 신비함 담긴 ‘컬러 유리원판 필름’
원본에 흡사하도록 붓으로 채색, 샌드위치형 제작
1세기 전 합성수지(플라스틱)로 제작된 흑백필름이 나오기 전까지는 유리원판 필름을 사용했다. 유리원판 필름은 인화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중적 인기를 얻었으나 선교사업 목적으로 슬라이드 방식으로 제작된 필름은 소수의 특수한 부류만 이용했다. 슬라이드 방식은 영상 교육용으로 사용하던 필름이다.
특히 신비감을 갖게 하는 것이 컬러 유리원판 필름이다. 당시 필름은 감광도가 매우 낮은 건판으로 0.2mm 유리판에 감광재료를 바른 후 젤라틴 막을 입혀 촬영하면 실상과 반대인 네거티브(음화)로 찍혀지고 이것을 다시 실상과 같은 포지티브(양화)로 반전시킨 후 그 위에 원색에 가까운 칠을 해 컬러 유리 원판으로 만든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현품을 찍어 나온 유리로 된 흑백필름에 붓으로 색을 칠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유리를 덧씌워 ‘샌드위치형’으로 만든 것이다. 이같이 만들어진 슬라이드 유리원판 필름은 환등기를 통해 영상자료로 사용됐다.
이 컬러 유리원판 필름에는 특히 고흐, 피카소 등의 명화 작품 뿐 아니라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렘브란트 거장들의 성화 작품이 들어가 있다. 현품과 흡사하게 제작돼 있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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