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르네상스 미술의 전성기를 이끈 3대 거장 중 하나인 라파엘로 산치오의 성화작품을 매주 연재한다.

미술사에 끼친 영향력에 비해 라파엘로의 작품은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에 비해 덜 알려진 게 사실. 이에 본지는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으로부터 라파엘로 성화 80여점을 입수해 독자들에게 라파엘로의 작품세계와 일대기를 느껴볼 수 있도록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는 역사상 최초의 라파엘로 연재다.

2차 세계전쟁 등으로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소실됐거나 현재 소장 위치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작품들이 1세기 혹은 2세기 전 선교용으로 제작한 유리원판 필름에 담긴 덕분에 오늘날 대중 앞에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라파엘로 작품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천문학적인 액수로 판매될 정도로 가치는 상당하다. 이번 연재를 통해 이미 공개된 적이 있거나 또는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이 공개된다. 37세의 나이로 요절한 비운의 천재화가 라파엘로. 그의 안타까운 생애를 위로하는 동시에 작품세계를 느껴보길 바란다.

▲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의 두상화.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이번호에서는 라파엘로 작품 중 예수가 십자가를 지기 전 고난을 받는 과정부터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해 내려지는 모습까지가 담긴 4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와 죽음을 당한 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의 그림은 세간에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나머지 2점의 작품은 최초 공개다.

성서 구약의 약속(예언)대로 이 땅에 출현했던 예수는 약 3년 반의 공생애 기간에 구약의 예언을 이루는 사역을 했고, 그 마지막 사역의 종점은 인류의 죄사함을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는 일이었다.

예수는 구약 예언대로 이스라엘 땅에 왔으나, 유대인들이 메시아로 알아보지 못하고 도리어 십자가에 못 박히도록 해 죽였다(고전2:8참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구약 예언을 이루기 위함(고전15:3)이었고, 예수는 마치 이스라엘의 주요 절기인 유월절에 어린양이 희생제물이 돼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희생제물이 된 것(고전5:7)이었다.

허나 인간의 모습으로 왔기에 두려웠던 예수는 십자가에 죽을 것을 알고 전날 밤 할 수만 있거든 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도 했으나 하나님의 뜻을 거역할 수 없음을 이내 알고 예언대로 이뤘다.

심지어 예수는 십자가상에서 죽기 직전의 상황에서도 포도주를 마시는 일까지 예언대로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한 뒤 다 이루었다고 말하며 영광스런 최후의 죽음을 맞았다(시69:21, 요19:30).

이러한 예수의 고통스런 과정들을 라파엘로는 표정까지 잘 담았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채찍질과 얻어맞는 순간에도 예수의 머리 위에는 빛난 광채가 나고 있으며 표정은 이미 하늘에 모든 것을 맡긴 듯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일이 영광스러운 일이었음을 표현한 듯하다. 가시면류관을 쓰고 있는 두상화에서도 눈동자는 하늘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림에서는 넘어진 채 뒤를 돌아보고 있는데, 성모마리아로 보이는 여성과 마주하고 있다. 슬픈 마음에 예수를 붙잡으려 하자 주위에서 부축하며 만류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마치 어머니로서 마음은 아프지만 하늘의 뜻이니 보내준다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이 작품을 볼 때도 역시나 라파엘로는 성서에서는 느낄 수 없던 성모마리아의 모성애를 나타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십자가에서 죽은 뒤 사람들에 의해 내려지는 모습은 요19장 38~39절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린 듯하다. 예수의 팔과 다리가 축 늘어진 모습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 예수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채찍질과 주먹으로 얻어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예수의 머리 위로는 광채가 나고 있다.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소장(제작 당시).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이탈리아 보르게세 미술관 소장(제작 당시). 예수의 팔과 다리가 축 늘어진 모습이 잘 표현됐다.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1세기 전 신비함 담긴 ‘컬러 유리원판 필름’
원본에 흡사하도록 붓으로 채색, 샌드위치형 제작


1세기 전 합성수지(플라스틱)로 제작된 흑백필름이 나오기 전까지는 유리원판 필름을 사용했다. 유리원판 필름은 인화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중적 인기를 얻었으나 선교사업 목적으로 슬라이드 방식으로 제작된 필름은 소수의 특수한 부류만 이용했다. 슬라이드 방식은 영상 교육용으로 사용하던 필름이다.

특히 신비감을 갖게 하는 것이 컬러 유리원판 필름이다. 당시 필름은 감광도가 매우 낮은 건판으로 0.2mm 유리판에 감광재료를 바른 후 젤라틴 막을 입혀 촬영하면 실상과 반대인 네거티브(음화)로 찍혀지고 이것을 다시 실상과 같은 포지티브(양화)로 반전시킨 후 그 위에 원색에 가까운 칠을 해 컬러 유리 원판으로 만든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현품을 찍어 나온 유리로 된 흑백필름에 붓으로 색을 칠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유리를 덧씌워 ‘샌드위치형’으로 만든 것이다. 이같이 만들어진 슬라이드 유리원판 필름은 환등기를 통해 영상자료로 사용됐다.

이 컬러 유리원판 필름에는 특히 고흐, 피카소 등의 명화 작품 뿐 아니라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렘브란트 거장들의 성화 작품이 들어가 있다. 현품과 흡사하게 제작돼 있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 환등기와 여러 성화작품이 담긴 유리원판 필름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