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6년 만의 남북 고위급 회담이 무산되었다. 혹시나 2007년 이후 첫 장관급 회담이 열리나 싶었는데, 명칭도 애매한 ‘당국회담’으로 바뀌더니 수석대표의 격(格)을 놓고 논란을 벌이다가 결국 그마저도 무산되고 말았다. 이 판국에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회담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사자들의 진정성이 없으면 알맹이도 없기 마련이다. 그러니 회담도 하기 전에 껍데기만 놓고 다투다가 판이 깨지기 일쑤인 것이다.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번의 남북 대화는 양측 모두 진정성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종윤 소설가 초나라를 멸망시키고 고조에 의해 한나라 신하들의 모든 논공행상이 끝났다. 한나라 고조 10년. 조나라의 대신 진희가 한단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고조는 스스로 토벌전에 나섰는데 그가 없는 사이 이번에는 관중에서 한신이 역모를 꾸몄다. 다행히 소하의 계략에 의하여 황후인 여후가 한신을 바로 죽여 버렸다. 고조는 그 보고를 받자 사자를 보내 소하를 승상에서 상국으로 승진시키고 5천 호의 영지를 주는 한편 도위를 우두머리로 하는 5백 명의 호위병을 그에게 내렸다. 여러 신하들이 다투어 이를 축하하는 가운데 소평만이 가시 돋친
아주 옛날에 동물들이 자신과 닮은 자식을 낳고 싶어서 하느님께 성기를 달라고 했다. 자신을 닮은 자식을 낳으려면 자신의 유전인자를 자식에게 전해주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교접을 통해서 자식을 낳는 방법이 제일 확실했기 때문이다.그 소원을 들은 하느님이 동물들의 성기를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가 나눠주게 했다. 다른 동물들은 수컷과 암컷을 연결하는 성기를 준다는 말에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와 성기를 받고 신이 나서 돌아갔다. 그런데 게으른 돼지는 잘 것 다 자고 먹을 것 다 먹고 있다가, 다른 동물들이 성기를 얻었다고 자랑하는 소리를 듣고서
한참 전, 나라별 중산층의 기준에 대해 정리해놓은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을 봤을 당시에도 충격적이었지만, 충격에 앞섰던 것은 다름 아닌 부끄러움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출 없이 30평대 이상의 집을 갖고 있으며, 월급이 500만 원 이상, 2000cc급 이상의 중형차를 보유하고 1억 원 이상의 예금 잔고가 있는 사람이 중산층의 기준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1년에 한 번 이상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현대인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다분히 물질적이며 세속적인 기준이다.
제비는 물을 좋아하는 새라서 대개의 제비둥지 밑에는 수맥이 흐른다고 한다. 그래서 제비집 밑에 사는 사람은 신경통이 생기고 피부병도 생기게 된다. 수맥의 기운이 사람을 괴롭히는 거다. 물론 제비 때문에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수맥이 흐르는 위에서 거처를 정하고 살았기 때문이다.제비는 수맥이 흐른다고 가르쳐 줬을 뿐이다. 사람만 괴로운 것이 아니고, 제비집 밑에 시멘트를 발라 놓으면 시멘트 바닥에도 금이 가게 된다. 이것 역시 수맥의 기운이 시멘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비는 괜찮다.자기가 좋아서 일부러 지하수가 흐르
12일부터 이틀 동안 남북한 당국자가 한 테이블에 앉는다.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5년,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이나 넘은 시점이다. 여러 가지 민감한 의제 중에서도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과 더불어 이번 회담의 공통 의제로 국민의 기대가 크다. 이들 사안은 남북한 모두에게 필요한 일인 만큼 회담에서 상당한 진전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극심한 고통에 휩싸였던 입주 기업들도 하루빨리 돌아가 공장을 복구하길 고대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업체도
현행 헌법상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제이다 보니 절대 권력의 쏠림 현상을 걱정하는 정치권과 국민이 더러 있어왔다. 그래서 지금도 ‘분권형 4년 중임제’로 개헌하자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올해 개헌을 추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대정부질문을 했고, 이에 정부 답변에 나선 정홍원 국무총리는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난색을 보였다.국회와 정부가 개헌에 대해 장군멍군식의 전개를 보였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국회가 적극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주파수란 방송이나 통신의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도로이다. 도로에 차가 많이 다니고 혼잡해지면 도로를 넓히거나 고속화해야 하듯 방송이나 통신의 트래픽이 많아지면 더 많은 주파수가 소요된다. 최근 방송 통신의 광대화와 스마트화로 데이터 사용이 급증하고 있어 그만큼 더 많은 주파수가 소요되고 앞으로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주파수는 공공재이다. 정부가 주파수를 발굴해 공공용은 물론 민수용까지 분배하고 할당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적기에 좋은 주파수를 발굴해 늘어나
이병익 정치평론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내용을 방송했던 종편방송의 출연자들과 우파논객들의 인터넷 글에 대해서 광주 5.18 관련자들이 고소를 했다. 이 중 출연자의 한 사람은 광주에 파견되어 시민군으로 활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5.18이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더 이상의 논란은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이 대해서 당혹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북한군 개입설은 증거가 없이 회자되고 있었다.5.18 당시에 광주에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한국의 동계스포츠는 극과 극의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 동계 3총사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반적으로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한국 동계스포츠는 김연아를 비롯한 4명이 이끌어간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동계 종목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이들에게 국민들의 시선이 쏠린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이 종합 5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데 기여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들이 월드컵
글 정라곤 시인 | 그림 김진호 화백
양형남 에듀윌 대표 한양대 특임교수 철수의 성적표를 본 엄마가 속상해 하며 묻는다. “철수야, 공부 좀 열심히 해야겠다. 성적이 형편없네.” 그러자 철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얘기한다. “엄마, 다른 친구들은 모두 과목별로 참고서를 두세 권씩 갖고 공부하는데 저는 한 권씩 밖에 없어서 공부하기 어려워요. 참고서 좀 사주세요.” 이 말을 들은 엄마는 바로 철수가 원하는 만큼 참고서를 사주었다. 이후 다시 성적표를 받아 본 엄마는 지난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철수의 성적에 낙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철수는 또 이렇게 말했다. “엄마, 다른 친
거울최태웅거울이나를 좋아하나 보다나를 보면늘 웃는다. [시평]웃는 얼굴은 참으로 복을 지닌 얼굴이다. 남을 대할 때 웃는 모습은 그 사람을 친화의 세계로 이끈다. 시의 화자는 언제고 긍정적이고, 그래서 늘 웃는 모습의 사람인 모양이다. 그래서 거울을 들여다보면, 언제고 웃는 얼굴의 ‘자기’ 아닌 ‘자기’를 그곳에서 만난다.거울 속의 내가 웃으므로 거울이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을 하듯이, 내가 웃으며 세상을 대하므로 내가 세상을 좋아하고, 또한 세상 역시 나를 좋아하는 것일게다.웃는 얼굴, 그래서 늘 사람들과의 친화력을 가져오는 삶.
정라곤(논설위원, 시인) 새 정치를 기치(旗幟)로 내건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구태정치의 청산이라는 정당성(正當性)이 인정받고 있다. 이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한 지 한 달 보름밖에 안된 그는 정당에 소속된 것도 아니고 자신을 지원해주는 둥지 정당도 없는 상태다. 그러나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활발히 독자세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중인데, 기존 정치권에서는 초선인 안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의 정치 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제도권의 정치활동에서 국민적 관심이 높
경색 국면을 면치 못했던 한반도 정세가 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6년 만에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릴 경우, 대결 국면이 지속됐던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나아가 장관급 회담에선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정상화,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의제를 논의하게 된다. 이럴 경우 의제별 실무회담이 잇따라 열리면서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반도 정세가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그간 위협과 대결을 고수하던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온 데 대한 배경에도 관
정부가 경찰 인력 2만 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하고, 내년부터 4년간 매년 5천 명의 경찰공무원을 선발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 노량진 등 경찰 입시학원에서는 취업준비생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시에 채용 인원이 늘어나다보니 그동안 일반 공무원시험을 준비해왔던 수험생들도 응시과목을 새로 바꾸어 경찰시험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일부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으로서 경찰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는 그만큼 경찰 업무에 매력이 있다는 증거다.그런 가운데 경찰에 몸담고 있는 개인의 처신 잘못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이
조호군 조호군한의원 원장 우리의 생활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발암물질, 그러면서도 우리가 미처 심각히 생각해보지 못하는 환경적 독소는 많이 있다. 이러한 발암독소에 대하여 미리 인식한다면 우리의 건강유지 및 질병예방에 많은 도움이 되므로 이에 대하여 생각해보자.◆라돈가스(Radon Gas)라돈은 무색, 무취이기 때문에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가스이며, 담배에 이어서 두 번째로 중요한 폐암 유발 물질로 알려져 있다. 라돈은 우리가 거주하는 지구환경에서 우라늄이 서서히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자연적 발암물질이다. 우리가 거주하는 주택에서
[독도시] 나는 네가 좋아 - 김선숙
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지난달 24일 늦은 저녁, 순안공항에 도착한 고려항공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김정은 특사 최룡해의 얼굴에서 우리는 분명한 한 가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이제 중국은 없다.” 이것은 비단 최룡해 혼자만의 작심은 아니었다. 이튿날 북한 국방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중국의 비핵화 간섭에 심한 짜증을 내며 마이웨이의 자주권을 재강조했다.그때부터 노동당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난 6일 사상 초유의 ‘멀티남북대화’를 제안하였다. 남북대화의 시기와 장소 등에서 이처럼 북한이 너그러움을 보인 적은 없다. 왜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북송 말기의 여류문학가 이청조(李淸照)는 염노교(念奴嬌)에서 ‘버들을 귀여워했더니 꽃이 시샘하는 것으로 미루어 한식이 가깝다(寵柳嬌花寒食近)’고 했으며, 여몽령(如夢令)에서는 지난밤에 휘몰아친 비바람에도 온전한 해당화를 보며 ‘녹음이 짙어오면 붉은 해당화도 시들 것(綠肥紅瘦)’이라고 노래했다. 이른 봄에서 초여름까지 변화하는 정경을 읊은 절창이다. 성하가 지나면 다시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산하에 가득하다가 겨울이 되면 흑백의 단조로움과 매서운 추위가 살기처럼 남는다. 계절의 변화처럼 권세도 변한다. 세필유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