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이해조정보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주파수란 방송이나 통신의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도로이다. 도로에 차가 많이 다니고 혼잡해지면 도로를 넓히거나 고속화해야 하듯 방송이나 통신의 트래픽이 많아지면 더 많은 주파수가 소요된다. 최근 방송 통신의 광대화와 스마트화로 데이터 사용이 급증하고 있어 그만큼 더 많은 주파수가 소요되고 앞으로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주파수는 공공재이다. 정부가 주파수를 발굴해 공공용은 물론 민수용까지 분배하고 할당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적기에 좋은 주파수를 발굴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처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는 제때에 회수해 재배치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주파수 대역도 발굴해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주파수는 가장 적합한 용도에 배분하고 이 용도에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체에 공정하게 할당해야 한다.

현재 주파수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당면 과제는 금년 8월로 예정된 롱텀에벌루션(LTE) 광대역 주파수의 추가할당과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로 발생한 700MHz 유휴대역 주파수 재배치이다. LTE 광대역 주파수는 이동통신 3사(KT, SKT, LGU+)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로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이 치열하다고 한다. 또한 700MHz 유휴주파수 재배치도 방송사와 이동통신사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LTE 광대역 주파수 할당에 이은 또 다른 뇌관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업계에선 특정 사업자가 특정 주파수를 싼값에 낙찰 받지 못하도록 경쟁사가 일부러 입찰가를 높여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전략도 구사한다고 한다.
 
출혈경쟁으로 주파수 획득 비용이 늘어나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LTE 광대역 주파수나 700MHz 유휴주파수 재배치도 논쟁의 쟁점이 이 주파수 대역이 어떤 용도로 배분하고 할당하는 것이 국민의 편익이나 정보통신 특히 이동통신의 발전이나 경쟁력 제고에 옳고 바람직하냐가 아니라, 700MHz 유휴주파수는 통신사업자와 방송사 간,  LTE 광대역 주파수는 이동통신사 간, 집단 또는 자사 이기주의 입장에 논쟁의 초점을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더욱이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주파수의 정부 기능도 방송용 주파수는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창조과학부, 신규 주파수와 기존 회수 주파수의 용도배정은 국무조정실로 3원화돼 있어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정부는 미래부가 주축이 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참여하는 LTE 주파수 할당 전담반을 구성 운영하고 있고 한국방송학회, 정보통신정책학회, 한국통신학회도 공동으로 바람직한 700MHz대 주파수 활용방안 수립을 위해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나 집단 간의 이견을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둔 근시안적 주파수 배분과 할당 등 주파수 정책은 예측 불가능성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정보통신 특히, 이동통신의 경쟁력 악화는 물론 국민에게도 질 좋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정부는 미래부, 방통위, 국조실을 포함한 정부와 KISDI, ETRI 등 국책연구소, 통신 방송사업자와 산업계, 학계의 전문가 등이 포함된 주파수정책협의체를 만들어 장기 주파수 정책을 수립해 신규주파수의 발굴과 기존 주파수의 재배치 계획은 물론 배분과 할당의 원칙과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이때 제일 먼저 고려할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의 편의성과 정보통신(ICT)의 경쟁력 제고에 둬야 할 것이다. 공정경쟁의 확보도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편의성 제고와 경쟁력 확보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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