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한국의 동계스포츠는 극과 극의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 동계 3총사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반적으로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한국 동계스포츠는 김연아를 비롯한 4명이 이끌어간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동계 종목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이들에게 국민들의 시선이 쏠린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이 종합 5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데 기여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들이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할 때마다 언론은 이들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하게 알린다.

하계올림픽에 이어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세계적인 강대국에 들 수 있었던 것은 이들 효과가 결정적이었다. 물론 동계종목에서 전통적인 효자종목 역할을 하고 있는 쇼트트랙도 기여를 했지만 상징성에 있어서는 단연 김연아를 비롯한 4명의 존재감이 매우 크다.

밴쿠버올림픽에서 한국은 쇼트트랙을 비롯해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에서 발군의 성적을 냈지만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취약종목과 빈약한 선수층이 그것이다. 한국은 밴쿠버올림픽에 빙상과 알파인스키,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5개 종목에 46명의 선수가 출전했는데 이는 종합 순위 1위 캐나다(205명)를 비롯해 2위 독일(151명), 3위 미국(214명) 등 상위 10개국 평균 선수단 수 144명을 훨씬 미치지 못한다. 특히 알파인스키 등 설상종목과 썰매 등에서는 봅슬레이 남자 4인승이 결선에 올라 19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의 성적이었다.

밴쿠버올림픽이 끝난 지 3년이 지났어도 취약종목에 대한 경기력 향상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국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고, 선수층도 매우 엷으며 전문적인 지도자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취약종목의 현주소이다.

2011년 7월 세 번째 도전 끝에 유치를 이끌어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성공적인 개최를 하기 위해선 대회 운영을 잘 해야겠지만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관중, 대회 시설 및 운영 등에서 근래 보기 드물게 성공한 대회로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동메달 하나도 따지 못한 빈약한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개최국의 낯을 부끄럽게 했다. 대회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1988년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과 같이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으며 한국 선수들의 성적도 좋아야 한다.

하지만 동계스포츠가 지금처럼 종목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취약종목인 설상, 썰매 종목 선수들을 제대로 육성하지 않는다면 5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유사한 실패를 낳을 수도 있다. 그나마 한국 동계스포츠의 현실을 점검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서 강국의 입지를 다질 청사진이 모색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13일 한국체육대에서 열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육성 방안’ 포럼도 동계올림픽 취약종목 선수층을 두텁게 하기 위한 발전전략을 논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계올림픽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국회 교육체육문광위 국회의원, 동계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등이 참석할 포럼에서는 동계 종목 경기력 향상을 통한 국가위상 제고와 올림픽 기반 조성, 취약종목 선수, 지도자, 운영요원 등 전문가의 체계적 양성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방 잔치’에서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고 세계인들에게 ‘다이나믹 코리아’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기 위해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한 선수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 극과극의 기형적 구조를 보이고 있는 동계스포츠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절호의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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