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 수호신장

▲ 건원 윤상철 선생
아주 옛날에 동물들이 자신과 닮은 자식을 낳고 싶어서 하느님께 성기를 달라고 했다. 자신을 닮은 자식을 낳으려면 자신의 유전인자를 자식에게 전해주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교접을 통해서 자식을 낳는 방법이 제일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 소원을 들은 하느님이 동물들의 성기를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가 나눠주게 했다. 다른 동물들은 수컷과 암컷을 연결하는 성기를 준다는 말에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와 성기를 받고 신이 나서 돌아갔다. 그런데 게으른 돼지는 잘 것 다 자고 먹을 것 다 먹고 있다가, 다른 동물들이 성기를 얻었다고 자랑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성기를 받으러 갔다.

막 하늘로 돌아가려던 하늘나라의 신하를 붙들고 돼지가 말했다. “내 것도 주고 가야죠!” 그 신하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보다시피 하나도 없이 다 주었네. 다음에 올 때 자네 것을 챙겨서 가져옴세” 그랬더니, 그렇게 느긋하고 게으르던 돼지가 갑자기 “말도 안 돼요.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요?”하면서 떼를 쓰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한 하늘나라의 신하가 동물들의 성기를 묶었던 새끼줄을 보이면서 “이것이라도 쓸 테냐?”하고 물었다.

돼지도 더 떼를 써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는 슬그머니 그 새끼줄을 받아 자신의 몸에 붙였다. 그래서 돼지의 성기는 새끼줄처럼 비비 꼬이게 되었고, 다른 동물들의 성기를 묶었던 것이라서 새끼도 많이 낳게 되었다.

돼지는 ‘서유기’라는 소설에 나온 저팔계를 보면 그 성격이 잘 드러난다. 먹을 것과 예쁜 여자 앞에서는 체면 불고 먼저 달려가고, 일을 시키면 요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안 하며, 칭찬받을 일이 있으면 앞장서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손오공에게 전가시키는 등, 좋은 일 앞에서는 급한 성질이요, 나쁜 일 앞에서는 천하태평이다. 욱하는 성질에 온갖 잘난 체를 혼자 다하고, 의외로 순진한 면도 있어서 쉽게 속아 넘어가기 때문에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덤벼드는 사람을 ‘돼지가 돌격한다’는 뜻으로 ‘저돌적(猪突的)’이라 한다.

▲ ‘실수’와 주변별들
돼지는 잘 먹고 욕심도 많기 때문에, 하늘나라에서도 군량을 쌓아두는 곳간, 토목공사, 종묘 등을 관장하는 별인 실수를 맡았다. 이 중에서 제사나 종묘는 북방칠수들이 공통으로 맡은 업무이다. 실수는 두 개의 주황색 별로 이루어져 있는데, 12일 새벽 2시 30분에 정남쪽에 우수가 뜨고 그 오른쪽으로 여수 허수 위수 실수가 나란히 뜬다.

돼지띠 중에 음력 1~6월에 태어난 사람은 이 실수가 수호별이다. 이 사람들은 실수를 닮아서 평소엔 게으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나 이익 앞에서는 아주 재빠르게 움직인다. 또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영리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의 동북쪽인 봉화 평해 울진 삼척 정선 영월 강릉 횡성 평창 양양 홍천 춘천 인제 간성 고성 화포 양구 등과 관련이 깊다. 실수를 수호별로 가진 사람들은 가끔 이 지역을 찾아가서 기운을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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