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논설위원, 시인)

 
새 정치를 기치(旗幟)로 내건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구태정치의 청산이라는 정당성(正當性)이 인정받고 있다. 이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한 지 한 달 보름밖에 안된 그는 정당에 소속된 것도 아니고 자신을 지원해주는 둥지 정당도 없는 상태다. 그러나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활발히 독자세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중인데, 기존 정치권에서는 초선인 안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의 정치 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제도권의 정치활동에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새 정치’를 내세우고 국민여론을 몰이해가면서 10월 재보궐선거를 준비한다면 상당한 성과가 있으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아직 신당 창당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도 가칭 ‘안철수 신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민주당을 더블스코어로 누르고 있다는 점이다. 사정이 그러니 민주당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에서도 경계하는 눈빛에 날이 선다.

그 조짐은 새누리당의 당직자 회의 등에서 그간 논의된 내용에서도 모락모락 새어나왔는데, 안 의원을 은근히 견제하는 모양세가 역력하다. 겉으로는 안 의원의 행보에 대해 무관심을 보이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안 의원이 야권 정계 재편의 기폭제가 될 것인지, 독자세력화하여 신당을 창당할 것인지 향후 행보를 두고 여당이 경계하는 눈치다. 그러면서 무작정 안 의원의 세력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일명 ‘안철수 풍선론’과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 등이 새누리당에서 거론됐다고 한다. 현재 국회의원으로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안 의원에 대하여 “일단 관망을 하면서 정치적으로 클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태도다. 기다렸다가 안 의원의 역량이나 독자세력이 풍선처럼 빵빵하게 커졌을 때 각종 검증을 하여 한방에 ‘펑’ 터뜨려 버리자는 얘기다. 또한 당 지도부에서는 안철수 카드를 야권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부추기는 매개체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략도 나왔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안철수 의원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민주당의 선거 지원호의를 뿌리치고 자신의 역량으로 보선에 당선된 안 의원은 민주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나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당시에는 안철수 의원과 동지적 관계나 연대방안을 들고 나왔으나, 안 의원 측에서의 협력이 호락호락하지 않자 노선을 급선회했다. 민주당 김 대표는 ‘더 이상 안 의원에게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이미 분명한 선을 그은 상태다.

이렇게 여야 의원들은 안철수 의원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강하다. 그것은 기존 정치에 맛들인 나머지, 각자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사와도 합치된다. 안 의원의 새 정치 행보와는 관계없이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등 흠집 내기에 열 올린다. “연기만 피우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는 국민들로부터 큰 기대를 받을 것 같지 않다”는 여당 중진의 혹평이나 “안 의원의 세력화는 앞으로 한계를 실감할 것이다”는 야당지도자의 말은 지극히 상투적이다.

정치권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은 말만 앞세우는 기존의 정치권보다 안철수 의원에 대해 신선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안 의원은 구태정치의 청산을 우선으로 내걸고 국민을 향하여 ‘정치개혁’의 정당성을 부르짖고 있는 등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가고 있다. 그는 “정치개혁은 단순히 정권이 교체되는 좁은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적대적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소수의 엘리트 정치가 아니라 헌신과 희생으로 통합적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다수의 참여정치가 필요한 때”라며 기존 정당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입으로는 무수히 정치개혁을 주장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보이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대해 한방을 날리면서 안 의원은 새 정치 구현을 위해 몸으로 뛰는 전략을 이행중이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개혁이 시급한 현재의 정치풍토에서 국민이 바라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계기는 하반기에 치러지는 10월 재보선이다. 그때까지는 신당을 만들 것인지, 독자세력의 구축을 위해 참신한 정치세력을 함께 지평을 열어갈 것인지에 대해 분명해야 하겠다.

신당 창당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9일 문을 연 것은 앞으로의 창당 활동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 의원은 향후 영입대상 인재들이 충족해야 할 3대 조건을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분,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춘 분, 기득권 정치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 분”으로 정하고, 뜻 있는 이들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하고 싶다고 밝혀왔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존재감이나 정당성은 ‘국민과 함께’하는 ‘새 정치’로 귀결되고, 시대정신과도 일치된다. 안 의원 측이 제시하는 ‘정치 혁신’ 등 원론적인 정치 풍향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등 기존 정치세력이 양당제도의 기득권과 특권을 견지하려는 정치풍토로 이어진다면, 국민적 호응을 받고 순풍을 맞을 기회인 것이다. 여야의 견제구가 심한 가운데 안 의원은 중량감 있는 정치신인으로서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로의 변화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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