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그리스 신화 한 토막. 아득한 시절, 보이오티아라는 나라에 아타마스라는 왕이 있었다. 왕의 첫째 아내는 아들 딸 하나씩을 낳았다. 그런데 왕은 아내를 버리고 새로 여자를 얻었다. 새 왕비 이름이 이노였다. 왕과 이노도 아들 딸 하나씩을 두었다. 왕은 행복했으나 새 왕비는 그렇지 않았다. 전처 자식들 때문이었다. 왕비는 어떻게 하면 저것들을 없애 버릴까, 늘 그 궁리만 했다. 새 왕비는 마침내 무릎을 탁 쳤다. 보리를 파종할 때가 되었고, 왕비는 볶은 보리를 남자들에게 주도록 했다. 남자들은 그 사실을 모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검사와 여선생’이라는 영화가 있다. 해방 전에 연극으로 만들어져 크게 인기를 모았던 작품으로 여러 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중 1948년 윤대룡 감독이 만든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이 가장 유명하고, 2007년 등록문화재 제344호로 제정됐다. 무성영화는 변사가 무대 뒤에서 목소리 연기를 따로 했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지만, 무성영화가 사라진 다음에도 “~그랬던 것이었다~” 하며 변사 흉내를 내는 것이 오랫동안 유행했다. 이제는 이런 무성영화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고
전경우 작가/쿤화 칼럼니스트 혼자 밥 먹고, 술 마시고, 심지어 노래방까지 가는 세상이다. 혼자 여행 가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 어느 여행사에서 집계한 것을 보니, 자사 여행 상품 이용객 세 명 중 하나가 ‘나 홀로 족’이었다. ‘혼밥’ ‘혼술’ ‘혼방’에 이어 ‘혼행’까지 추가된 셈이다.이제 ‘나 홀로’ 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혼자 식당 들어가기가 실로 민망하고 두렵기조차 하던 것도 이제는 옛날이야기다. 홀로 술을 마신다 해서 술주정뱅이거나 알코올중독자라고 의심하는 일도 없어졌다. 홀로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포털의 인기검색어 순위가 조작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기업이나 연예기획사에서 자사 제품이나 소속 연예인을 홍보하기 위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인위적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특정 지역에서 검색어 횟수만 늘리면 조작이 가능했고 최근 포털이 이를 방지하는 프로그램을 깔았다. 그러자 좀비 PC로 전국 각지의 컴퓨터를 오염시킨 뒤 특정 단어를 검색하도록 조종한다고 한다. 조작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나눠서 검색하도록 하거나 메인 서버를 아예 중국 등 해외에 두기도 한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입시철이 지나고 나면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린다. 어느 대학 어느 고등학교에 누가, 몇 명이나 진학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진학에 성공한 학생들의 이름을 빼곡하게 적어 넣기도 하고 진학에 성공한 학교별로 학생 숫자를 나열하기도 한다. 현수막은 학교뿐 아니라 학원가에서도 목격된다. 현수막의 정보가 정말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으나 그럼에도 좋은 학교에 많이 보냈다고 하는 학원의 인기가 높아진다.학원이야 입시로 돈벌이를 하는 곳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학교 정문이나 담벼락에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명절에는 형제자매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만나서 반가운 형제가 있고, 만나지 않는 게 속 편한 형제도 있다. 등 두드려주며 격려하고 칭찬해 주는 형제가 있는가 하면, 시기와 질투로 서로 눈을 부라리는 형제도 있다. 서로 많이 갖겠다고 멱살을 잡는 형제가 있고,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니 싸울 일도 없다며 헛웃음을 짓는 형제도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형제가 많으면 탈도 많고 말도 많다. 하지만 형제가 많을수록 사회생활을 더 잘하고 인기도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릴 적부터 형제들과 갈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스웨덴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에서 책임지는 복지국가로 유명하다. 교육비와 의료비는 물론 육아휴직이 철저하게 보장되고, 1년 반을 쉬어도 월급의 80퍼센트를 받을 수 있다. 세금을 많이 내도 그것이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기 않는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 행복지수도 높고 삶의 여유가 넘친다. 우리들이 많이 부러워하고 또 많이 배워야 하는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다. 얼마 전 KBS에서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했다는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스웨덴이 살기 좋은 복지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세계문학전집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 중 하나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다. 2차 대전이 끝난 지 이틀 뒤인 1945년 8월 17일 출간됐는데,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됐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필독 문학서로 자리 잡고 있다. 20세기 영국 문학의 얼굴을 바꾸어 놓았다는 이 걸작도 처음에는 출판사들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러시아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었기에, 2차 대전 당시 연합국으로 러시아와 동맹관계에 있던 영국과 미국에서 정치적 이유를 들어 출판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라고 전해라’라는 유행어와 함께 인기몰이 중인 ‘백세 인생’이라는 노래는 2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작곡가 김종완씨가,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에 갔다가 유족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와, 쓸쓸한 기분에 곡을 썼다고 한다. 죽음을 슬퍼하는 대신 당당하게 삶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흥겨운 가락에 담았다. 제목은 ‘저 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답하리’였다. 이 곡을 다른 음악인에게 주었고, 당시 그 밑에서 노래 공부를 하던 이애란씨가 그 노래를 알게 됐다. 그게 1995년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대학로에서 알아주는 중견 배우가 최근 술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결혼 18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가 돈을 벌어오라고 했다. 아내 역시 젊은 시절 함께 배우로 활동했고 때문에 남편의 배우 생활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응원해 줬다. 결혼과 함께 아내는 무대를 떠났고, 돈은 내가 벌 테니, 당신은 연극에만 전념하라고 했다. 멋진 아내였다. 생계는 아내가 꾸리는 대신 자신은 배우로 열심히 살아왔다.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돈은 벌지 못했다.문제는 돈이었다. 아이들은 커가고, 그만큼 돈이 더 들어갔다. 아내가 하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대학로에서 화제가 된 ‘변태’라는 연극이 있다. 재작년 서울연극인대상에서 대상과 연기상, 극작상을 받으며 인정을 받은 작품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장기 공연을 했다. 제목을 보면 야릇한 내용이 아닐까 싶지만, 사실은 매주 진지하고 철학적인 작품이다. 여기서 ‘변태(變態)’는 비정상적인 성적 태도나 취향이 아니라, ‘변해서 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 연극 ‘변태’를 관람한 사람들은 스토리의 힘에 빠져들게 된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분명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 역시 정교하고 치밀하다. 이야기를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위문편지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 추운 겨울이 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어린 학생들이 군인들에게 편지를 쓰고 위문품을 보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국군 장병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아이의 따뜻한 정이 묻어났다. 선생님이 시켜 하는 것이었지만 나름 진지하게 편지를 썼었다. 군인 아저씨로부터 답장을 받은 아이는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답장을 해 주면 좋겠다는 소망도 적었다. 위문품을 가져가는 것도 일이었다. 화장지나 치약 칫솔 따위를 하얀 부대에 담아 보내곤 했는데, 형편이 넉넉지 않은 아이들은 위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어머 얘 정말 오랜만이다. 많이 예뻐졌구나.” “얘도 많이 컸네. 어쩜 이렇게 귀엽니.” “얘 저기 새들 좀 봐. 잘 날지? 새들아 이리 와, 해 봐.” “아빠 저기 가네. 아빠한테 가 봐.” 이 소리는 어른이 아이한테 하는 소리가 아니다. 동네 산책 나온 아주머니들이 개들한테 하는 소리다. 눈으로 개들을 직접 보지 않으면 필경 어린 아이들한테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개한테 하는 소리가 분명하다. “이제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 한밤중에 갑자기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잠옷 바람으로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 경비원과 입주민의 ‘상생 프로젝트 동행(同幸)’이 훈훈한 화제다. 동행(同幸)은 함께 행복하자는 뜻이다.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다. 이 지역 아파트 주민들이 전기료를 아껴 경비원의 월급을 올려주고 경비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경비원에게 스쿠터를 장만해 주자, 경비원은 이에 보답하고자 주민들에게 칼을 갈아주기 시작해 동네방네 소문이 났다. 또 난방공사 등 외부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갑’ ‘을’이라는 표현대신 ‘동’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여성 인권이 우리보다 앞선다는 미국에서도 아직 여자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에 대한 야망을 키우고 있다. 만약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자 부부가 모두 대통령에 오르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힐러리가 자신의 이상적인 모델로 삼고 있는 인물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아내 엘러너 루스벨트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32대 대통령을 역임한 미국 최초의 4선 대통령이다. 엘러너 루스벨트는 미국 국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어느 한국인 디자이너가 뉴욕에 가방 회사를 열고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 지점을 만들었다. 그런데 나라마다 손님들의 관심과 반응이 달랐다. 파리에서는 제품의 디자인 자체에 흥미를 보였다. 한국에서는 달랐다. 디자이너가 어느 대학을 나왔으며, 몇 살이나 먹었으며, 사는 곳은 어디이며, 심지어 남편은 뭐하는 사람인지까지 궁금해 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출세한 남편을 두지 않으면 그 제품도 믿을 수 없다는 태도였다. 잘 입은 거지는 굶어 죽지 않는다고 했다. 얻어먹는 처지여도 이왕이면 남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삼국사기 ‘열전’ 온달 편에, 평강공주와 온달 이야기가 나온다. 어릴 적 못 말리는 울보였던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과 결혼해 남편을 훌륭한 장수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공주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기록에는 나와 있지 않다. 평강 왕의 딸이라 해서 평강공주라 부르는 것이다. 고구려의 왕족이 고(高)씨였으니, 고씨 공주였던 것은 틀림없다. 기록에 따르면, 온달은 생긴 게 멍청하게 남의 웃음거리가 됐으나 속마음은 순박했다. 집이 몹시 가난해 밥을 빌어 어머니를 봉양했는데, 다 떨어진 옷과 해진 신으로 거리를 왕래했다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올가을에는 스포츠에서 재미난 일들이 많았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대호 선수가 소속팀인 소프트뱅크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일본에서 활약한 우리 선수들이 많았지만 일본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가 된 것은 이대호가 처음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된장 바른 콩잎을 팔아 야구선수인 손자의 학비를 대고 뒷바라지를 한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터라 그 성공이 더 값지고 귀하게 여겨진다.우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이 5연패를 노리던 삼성을 꺾고 우승했다. 두산그룹 회장의 남다른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한적한 골목길이나 공원에 나가면 가을벌레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던 매미 소리는 오간 데 없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매미들이 사라지고 나니, 귀뚜라미가 나타나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벌레가 우는 것은 수컷들이 암컷을 꾀어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것. 여름에는 매미들이, 가을에는 귀뚜라미와 베짱이들이 온 몸으로 구애의 노래를 부른다. 운이 좋아 사랑의 결실을 맺은 놈들도 있겠지만, 노래만 실컷 부르다 허망하게 세상을 하직한 놈들이 더 많지 싶다. 1930년대만 해도 가을이 되면 서울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경북 청도, 하면 감으로 유명하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로도 많이 알려져 있고, 신라시대 화랑정신을 이어받은 고장이라 해서 자부심도 대단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감이나 새마을운동보다 코미디 고장으로 더욱 명성을 얻고 있다. 개그맨 전유성씨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살면서 코미디 문화의 메카로 성장시킨 것이다. 전유성씨가 2011년 청도에 ‘철가방 극장’을 만들자 큰 화제가 됐다. 극장 건물이 중국 요리 집의 배달통인 철가방을 닮아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철가방 모양의 건물 외벽에는 자장면과 짬뽕이 그릇 가득 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