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우리가 나라를 빼앗기고 창씨개명(創氏改名)까지 하게 된 것이 일제 강점기가 처음이 아니다. 그보다 600년 전인 고려시대 때 이미 창씨개명이 있었다. 고려가 몽골이 세운 원(元)에 굴복하여 식민지로 전락하고 충렬왕이 원의 세조 쿠빌라이의 사위가 되면서 고려는 원의 부마국이 됐다. 이때부터 고려 왕의 묘호에 조(組)나 종(宗)을 쓰지 못하고, 왕의 시호 앞에는 충(忠)을 붙이도록 했다. 원나라에 충성하는 임금이 되라는 것이었다.고려의 임금은 스스로를 부를 때도 짐(朕) 대신 고(孤), 신하가 임금을 부를 때도
정라곤 논설실장/시인유명한 소설이 영화화 또는 드라마로 만들어져 상영되기도 하지만 원작처럼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소설 속 배경이나 방대한 량을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나타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펄벅의 작품 ‘대지’나 톨스토이의 ‘부활’같은 명작을 영화로 만들어낸다고 할 경우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에서는 한계가 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명작 소설들이 영화로 제작돼 관객의 호감을 받은 작품도 한두 편이 아닌 것이다.오래된 소설 작품이지만 미국의 소설가 필립 로스(1933∼2018)가 쓴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1970~1980년대 경제성장이 한창이던 시절, 한국문학전집이나 세계문학전집 같은 것들이 많이 팔렸다. 먹고 살만해지면서 집도 크게 짓고 이것저것 살림살이도 넣고 30~50권짜리 전집을 거실에 턱 꽃아 두면 아주 그럴 듯 해 보였던 것이다. 남들 눈에 식견이 있어 보여 좋고 이왕이면 자식들 공부에 도움이 될까 싶어 월부를 해서라도 책장에 채워 넣었던 것이다. 그 때에는 사람들이 동네를 돌며 책을 팔거나 월부 책값을 받아 갔다.한국문학전집에 빠지지 않는 작가가 현진건이었다. 일제 때 우체국장의 아들로 태어나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완안종망(完顔宗望 ?~1127)은 금태조 아쿠타의 차남이다. 일족인 종한(宗翰 1080~1137)과 함께 북송의 멸망을 주도했으며, 휘종과 흠종을 사로잡아 북방으로 끌고 간 중국인에게 최대의 치욕인 정강지치(靖康之恥)를 안겨주었다. 지금의 흑룡강성 하얼빈시 아성구인 호수(虎水)출신으로 여진식 이름은 알로보(斡魯補) 또는 알리불(斡離不)이다. 종망은 중국식 이름이다. 아쿠타의 정벌에 참전하여 여러 차례 공을 세웠다. 종망은 거란이 세운 막강한 요의 숨통을 끊기도 했다. 거란의 마지막 황제 천조제(天祚帝) 야율연
문승권 다산경영정보연구원 원장 2006~2018년까지 약 143조원의 저출산 예산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0.98로 최저를 보이고 있다.취업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2017년 기준으로 42.8시간으로 2016년에 비해 12분 감소했지만 OECD 최고 수준으로 일과 삶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잡코리아의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평균 출퇴근 시간은 수도권은 114.5분, 비수도권은 59.9분에 이르고 있다.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시간관리가 보편화되고 있다.현 정부에서도 ‘일과 가정 양립’과 ‘삶의 질 제고’라
박상병 정치평론가인간의 상상력마저 뛰어 넘는 독특한 화풍을 가진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Salvador Dali),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실은 바르셀로나와 결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불멸의 건축가 가우디(Antoni Gaudi), 20세기 최고의 성악가로 불린 스테파노(Giuseppe Di Stefano)가 ‘재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세계적인 성악가 카레라스(Jose Carreras), 이들은 모두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이다. 그리고 세계 최강의 축구 클럽 가운데 하나인 FC바르셀로나도 바로 카탈루냐의 주도 바르셀로나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부활 소식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22년 전 최연소 최소타 우승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다시 그린재킷을 입으며 황제의 부활 소식을 알린 것이다. 각종 스캔들과 이혼 등 길고 어두웠던 고난의 시기를 견디고 일궈낸 것이기에 본인은 물론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기쁨도 크다.우즈는 3년 동안이나 쫓아다닌 끝에 결혼한 미녀 아내를 두고서도 바람을 피워 들통이 났는데 파트너가 무려 스무 명이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결국 이혼했고, 약물에 취해 운전을 하다 적발되는 등 악재가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그리스 신화에는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그의 아들 에로스가 바늘과 실처럼 한 세트로 묶여 다닌다. 신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남자라면 누구나 아프로디테를 보는 순간 곧바로 사랑에 빠져들고 만 것은 에로스의 금촉 화살 때문이다. 에로스는 다른 사람을 사랑에 빠뜨리는 일을 했지만 자신 역시 사랑의 주인공이었다. 잘못해 사랑의 화살촉이 제 몸에 찔려버린 탓인데, 사랑의 상대는 프쉬케였다.아프로디테는 자신보다 더 아름답다는 칭송을 받는 프쉬케가 눈엣가시였다. 그런 마당에 아들 에로스가 그녀에게 홀라당 넘어가 버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북한을 탈출해 중국 대륙을 떠도는 사람들이 무려 20만명이 된다는 통계가 있다. 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 등 중국 동북 3성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 중 여성은 70~80%나 된다고 한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출했지만 이들의 삶은 다음 세대에까지 불행을 대물림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을 탈출해 만주로 이주한 많은 동포들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고려, 조선 공녀들의 비극적인 삶과 비슷하다. 공녀(貢女)는 원나라 지배하에 고려 여성들이 겪었던 참담하고 눈물겨운 역사다. 원의 고려 간섭이 대략 1백년이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대한민국 많은 남성들이 TV 속 ‘자연인’들을 부러워한다. 세상과 떨어져 깊은 산속에 홀로 살고 있는 사람을, 방송에서 자연인이라 부른다. 남자들은 TV 속 자연인을 보며, 상팔자가 따로 없구나 하며 부러워하거나, 나도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다짐을 해 보기도 한다. 아내들에게 그런 소리를 하면, 십중팔구 혼자 들어가 살든지 죽든지 알아서 하시오, 란 소리를 듣는다.남성들이 자연인에 열광하는 것은 도망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가장 노릇하랴 직장생활 하랴 고달프기만 한 세상살이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
일제강점기인 1937년 금강산에서 30대 젊은 기생이 일본 헌병에게 피살당했다. 일설에는 그녀가 비밀리 독립운동을 하다 죽음을 당했다고 하며, 일본헌병의 난행을 피하다 화를 입었다고도 했다. 기생의 이름은 지춘홍(池春红)으로 교양미가 있었으며 음악을 잘했다고 한다. 그것은 지춘홍이 기생들을 교육시키는 권번(券番)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생이 생전에 중국인 화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눴으며, 후에 죽음을 안 남자는 평생 그녀를 가슴에 넣고 살았다는 일화가 전한다.중국인 화가는 과연 누구였을까. 근세 중국인 화가로 가장 위대하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김복동 할머니가 1년에 걸친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뜨셨다. 인생 후반부에 진실을 드러내고 인권운동 평화운동의 길을 여셨지만 한 많은 삶을 살다가 떠났다는 생각이 앞선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숨도 못 쉬고 살다가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세상에 나온 때가 1992년이다. 이 때 이미 연세가 66세였다. 성노예 피해자로서 세상에 나오기로 마음먹는 게 얼마나 힘드셨을까. 또 얼마나 막막했을까. 더욱이 그 때는 노태우 군사정권 시절이지 않은가.김복동 할머니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다른 분들도 용기 있게 나설 수 없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연령 기준이 만65세인 현 기준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지고 노년층 인구가 급증하면서 세대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60대 대부분의 노인들도 65세가 요즘은 노인이라는 키워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너무 젊다는 것이다. 66세인 남성이 모임에서 노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상당히 불쾌해한다. 67세 여성이 결혼식에서 노인이나 어르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기분이 많이 상한다.최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관계부처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전담 조직을 구성해 ‘만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이제 에르미타시 박물관 투어도 막바지이다.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1606∼1669) 방에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1634)’를 보았다. 알렉산드르 1세가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의 컬렉션을 1814년에 구입했다.그런데 그림은 루벤스와 사뭇 다르다.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이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비추고 있고 성모 마리아는 실신 상태로 두 여인의 부축을 받고 있다. 어떤 종교사학자는 이것이 화려한 루벤스와 수수한 렘브란트의 차이이고, 가톨릭과 개신교의 차이라고 설명한다.다음으로 본 그림은 ‘플로라 옷차림
정라곤 논설실장/시인2019년 새해 첫 ‘아침평론’이 본지 게재 300회째를 맞았다. 이날을 뜻 있게 하고 또 한해를 여는 연초 분위기여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새해 희망을 띄워본다. ‘올해는 복 많으라 뜻대로 살고지라/ 남북에 나뉜 형제 얼싸안고 일어서라…’ 매년 찾아드는 새해아침이면 필자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가슴에 품었던 글 하나를 끄집어낸다. 시조시인 월하 이태극(1913∼2003)님이 쓴 새해맞이 영신부(迎新賦)다. 그 중 일부만 알고 있는 내용 두 단락을 반복해서 읊조려보면서 새해 초에 몇몇 지인들에게도 이 메시지를 띄
전경우 작가 /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시대에는 과거합격이 출세의 지름길이었다. 과거에 붙었다 하면 권세를 누리고 떵떵거리며 살았다. 초시니 진사니 하는 소리만 들어도 에헴 하며 뒷짐을 지고 다녔다. 그러니 선비라면 너나 할 것 없이 과거에 매달렸다. 젊은 나이에 합격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평생 공부만 하다가 늙어 죽는 이들도 수두룩했다. 이율곡은 20대 초반에 처음 치른 과거에 장원을 한 수재였지만, 환갑을 넘긴 나이에 겨우 합격한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당대는 물론 후대까지 금수저로 살 수 있었으니 과거에 합격하기 위해 별짓을 다했다.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다사다난했던 무술년이 지나고 기해년 새아침이 시작됐다. 2018년은 정말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다사다난했던 해였을 것이다. 청년취업난, 자영업자들의 비명, 사립유치원의 비리, 이념갈등, 물가상승, 공사 친인척 비리, 경제실패 프레임 등 문재인 정부는 지난 1년간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었을 것이다.과연 올해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 나은 삶, 더 많은 일자리, 개선된 복지사회로 성장하는 데 얼마만큼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 진보정권이 다시 올라타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민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춘추시대 조최(趙衰)는 진(晋)의 공자 중이(重耳)와 19년 동안 망명생활을 하다가 귀국햐 주군을 문공으로 즉위시켰다. 그가 죽은 후 망명 도중에 얻은 아들 조순(趙盾)이 뒤를 이었다. 조순이 옹립한 영공은 폭군이었다. 영공은 잔소리가 심한 조순을 죽이려고 했다. 조순이 도망치다가 국경을 넘기 전에 사촌동생 조천이 영공을 죽였다. 조순이 죽고 아들 조삭(趙朔)이 뒤를 이었다. 조삭은 공주와 결혼했다. 영공의 총신 도안고(屠岸賈)는 경공이 즉위한 후 대사구(大司寇)로 승진하자 영공의 복수를 명분으로 조씨 일족을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다가오는 기해년(己亥年)은 ‘황금돼지 해’라고 한다. 돼지꿈은 대표적 길몽으로 재화를 뜻하며 연초에 돼지꿈을 꾸면 일년 내 재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어려운 지금 국민 모두가 황금 돼지꿈을 꾸는 대박의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돼지는 고대 출산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고구려 산상왕이 주통촌 여인과 관계를 갖도록 해준 동물이 바로 돼지였다. 왕은 돼지가 아들을 낳게 해줬다고 하여 왕자 이름을 교체(郊彘)라고 지었다. 돼지 아들이 바로 11대 임금인 동천왕(東川王)이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산상왕
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미국이 화웨이 CFO인 멍완저우(孟晩舟)를 캐나다에서 체포했다. 중국을 믿을 수 없다는 구체적 실재 행동들 중 하나이다.왜냐하면 화웨이는 중국이 야심차게 만든 중국정부 회사이며 5G를 앞세워 세계 통신장비시장의 표준을 장악하려고 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화웨이라는 이름자체는 ‘중국을 위한다’라는 말의 약칭이다. 즉 중화유위(中華有爲)에서 화(華)자와 위(爲)자를 축약한 것이며 중국식 발음으로 화웨이가 된다.표면적으로는 민간기업같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중국체제를 봐도 그렇고 중국인민해방군 출신 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