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미국이 화웨이 CFO인 멍완저우(孟晩舟)를 캐나다에서 체포했다. 중국을 믿을 수 없다는 구체적 실재 행동들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화웨이는 중국이 야심차게 만든 중국정부 회사이며 5G를 앞세워 세계 통신장비시장의 표준을 장악하려고 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화웨이라는 이름자체는 ‘중국을 위한다’라는 말의 약칭이다. 즉 중화유위(中華有爲)에서 화(華)자와 위(爲)자를 축약한 것이며 중국식 발음으로 화웨이가 된다.

표면적으로는 민간기업같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중국체제를 봐도 그렇고 중국인민해방군 출신 런정페이(任正非)가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주식지분은 1.4%일 뿐이다. 

왜 아버지와 딸의 성이 다른가? 중국은 한국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결혼관이 자유롭다. 돈 많은 사람들이 두세번 결혼하는 것은 적지 않다. 이혼율도 한국보다 높은 것으로 기억된다. 런정페이도 3번 결혼했고 첫 번째 부인 사이에서 1남 1녀를 두었다. 두 번째 부인과 1명, 셋째부인 사이에서는 자식이 없다. 3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묘하게도 딸들은 아버지 성을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멍완저우가 아버지와 성이 다르다. 

멍완저우 체포에 중국 외교부까지 나서서 3차례나 성명서를 냈다. 일개 민간기업의 재무책임자 구속에 중국정부 대변인이 나선 것이다. 중국에서 대학생들이 최고로 가고 싶어 하는 회사이다. 최고 연봉을 준다. 연구개발에 목숨을 건 결과 5G통신장비의 31% 세계시장을 점유했다. 미국은 간파했다.

중국이 4G를 기반으로 5G 통신장비 개발에 몰두한 결과 4차 산업혁명의 선두국가가 돼가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의 필수인 AI 등 기초는, 기존 4G의 20배인 5G통신망의 태두가 된 것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발판으로 자연히 따라오는 공급능력을 갖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중국 국경을 넘어 아시아 북미 유럽까지 칭기즈칸의 기마병들이 달렸던 현대개념의 속도로 하나씩 하나씩 세계시장을 점유하는 것을 목도한 것이다. 나아가 세계표준까지 중국식으로 될 소지가 생기니, 이란과 불법거래의 미명하에 중국과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화웨이 장비를 쓰면 서방국가 어느 나라든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도를 중국이 못하게 싹을 자르고 미·중무역 전쟁에서 주도권을 공고히 하려고 하는 측면도 있다.

화웨이 통신장비로 망이 설치되면 백도어 방식으로 중국이 필요할 때 해킹을 통해 다 들여 볼 수 있기 때문에 호주 뉴질랜드 대만 등은 벌써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가 내 모든 정보가 넘어갈 수 있다. 관련업계의 사정을 조금만 알아도 아는 내용이지만 통신장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간 통신망이기에 일단 설치하면 빼도 박도 못한다. 유지 보수 등 관리가 당연히 동반되게 돼있다. 화웨이 엔지니어들이 들여다 볼 것이 뻔하며 거기서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중국인민군 출신이 중국정부의 말을 듣지 않고 중국에서 사업한다는 것은 흔한 말로 소도 웃을 일이다. 화웨이 공포는 조금 과장된 것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면에 중국 중앙정부가 있고 신기술 패권의 표준 장악이라는 서막이 내재된 것이다.

화웨이 장비의 기술도 좋지만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니 한국 LG는 LTE 때부터 사용하고 있고, 5G 때도 화웨이를 선택했다.

모 사장이 화웨이 부사장으로 이직해 가기도 했다. 농협도 그렇게 선택했고 KT, SKT도 고민이다. 당연히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통신망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보안문제가 분명히 존재한다. 각국마다 외교적 역학관계가 있어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다. 한국은 표면적으로 “통신사가 선택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5G상용화를 세계최초 실현했지만 보편화 과정에서 고도화된 보안대책은 물론 미국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한 바탕위에 화웨이 장비의 확산이나 대체재를 준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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