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부활 소식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22년 전 최연소 최소타 우승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다시 그린재킷을 입으며 황제의 부활 소식을 알린 것이다. 각종 스캔들과 이혼 등 길고 어두웠던 고난의 시기를 견디고 일궈낸 것이기에 본인은 물론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기쁨도 크다.

우즈는 3년 동안이나 쫓아다닌 끝에 결혼한 미녀 아내를 두고서도 바람을 피워 들통이 났는데 파트너가 무려 스무 명이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결국 이혼했고, 약물에 취해 운전을 하다 적발되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 이후에도 골프채를 잡고 필드에 나섰지만 황제의 위엄은 오간데 없이 초라한 성적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를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게 한 것은, 그 스스로 밝혔듯, 부와 명예였다. 열심히 골프를 했고 덕분에 부와 명예를 얻었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주변에 있었고, 어떠한 유혹이라도 받아들여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우즈의 고백처럼, 어떠한 유혹이라도 받아들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요즘 우리 사회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는 나이트클럽과 연예인 마약 섹스 스캔들도 결국 이런 생각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해서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정상에 서 본 적도 없고 돈과 명에를 가져본 적도, 누려 본 적도 없는 그저 그런 사람들은 그 심정을 알 길이 없다. 가질 것 다 가지고 더 이상 오를 곳 없이 정상에 올라 선 사람들이 마약을 하는 것은 세상이 하품 나도록 심심하고 별 볼일 없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을 해 볼 뿐이다. 아니면 언제 정상에서 내려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쫓기 위해 물뽕을 맞는 것일까.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그 스스로 권태와 불안에 시달렸고 그것들을 문학 작품을 통해 탐색했다. 특히 불안은 그의 전 생애를 지배하며 괴롭혔다. 그래서 그는 ‘무엇보다 불안, 그것은 실로 나의 본질’이라 했고, ‘불안만 없다면, 나는 아주 건강할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감수성 예민하고 시대에 민감했던 대문호가 그랬던 것처럼, 정상에 올랐거나 돈과 명예를 가진 사람들도 권태와 불안에 시달리는 것일까. 그것 때문에 마약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 누구나 마약을 하거나 섹스 스캔들에 휘말려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나이트클럽에서 마약하고 노는 사람들 중에는 돈과 명예, 출세 따위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평범한 이들이 더 많다.

마약을 하거나 찍지 말아야 할 것을 찍어 소셜 미디어로 퍼 나르며 함께 낄낄대는 것은,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권태나 불안 같은, 그럴 듯한 말로 해석될 것 같지만, 철없는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재미 때문이고, 우즈의 말처럼,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우즈의 말처럼,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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