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황금돼지해에 거는 기대
[이재준 문화칼럼] 황금돼지해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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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다가오는 기해년(己亥年)은 ‘황금돼지 해’라고 한다. 돼지꿈은 대표적 길몽으로 재화를 뜻하며 연초에 돼지꿈을 꾸면 일년 내 재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어려운 지금 국민 모두가 황금 돼지꿈을 꾸는 대박의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돼지는 고대 출산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고구려 산상왕이 주통촌 여인과 관계를 갖도록 해준 동물이 바로 돼지였다. 왕은 돼지가 아들을 낳게 해줬다고 하여 왕자 이름을 교체(郊彘)라고 지었다. 돼지 아들이 바로 11대 임금인 동천왕(東川王)이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산상왕의 득남 설화가 재미있다. 

- 가을 9월에 주통촌의 여자가 사내아이를 낳았다. 왕은 기뻐하며 ‘이것은 하늘이 뒤를 이을 아들을 나에게 준 것이다’고 말했다. 제사에 쓸 돼지의 일에서 시작돼 그 어미를 가까이 하기에 이르렀으므로, 그 아들의 이름을 ‘교체’라 하고, 그 어미를 후궁으로 삼았다. 이전에 그녀의 어머니가 아이를 배어 낳기 전에 무당이 점쳐 말하기를 ‘반드시 왕후를 낳을 것이다’고 했다. 어머니가 기뻐하고 낳은 후 이름을 후녀(后女)라고 했다. 겨울 10월에 왕은 환도로 도읍을 옮겼다. 산상왕 17년(213) 봄 정월에 ‘교체’를 세워 왕태자로 삼았다. -

또 고구려 수도 국내성에 도읍을 정하게 해준 영험한 동물로도 등장하고 있다. 유리왕 고사에도 제사에 쓸 돼지가 도망을 쳐 관리들이 뒤를 쫓았다. 그런데 돼지가 도망을 간 곳이 넓고 수도를 삼을 만한 땅이었다. 7백년 대륙을 지배했던 왕도 국내성이었던 것이다. 

돼지는 고운 최치원의 설화에도 등장하고 있다. 고운의 어머니가 황금돼지에게 잡혀갔는데, 부친이 실(絲)을 부인의 다리에 묶어서 이를 되쫓아가서 구출한 뒤에 최치원을 잉태했다는 것이다. 돼지가 점지해준 최치원은 당나라에서 문명을 날린 최초의 한류였으며 최고의 문장가였다. 

지금의 마산 월영대에 내려오는 전설에도 최치원과 황금돼지가 등장한다. 신라말엽 어느 해 돝섬에 광채와 함께 황금돼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이곳에 있던 최치원이 활을 쏘아 빛을 맞춰 화를 면하게 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각종제사에 돼지보다는 소를 많이 썼다. 양반가에서는 돼지고기를 기피하는 풍속이 있었다. 그러나 국가의 중요한 제사였던 납향(臘享)에는 멧돼지고기를 썼다. 납향이란 새나 짐승을 잡아 종묘사직에 공물로 바치고 지내는 대제다. 

오늘날에 고사에는 돼지 머리를 제물로 쓴다. 재물과 행운을 주는 동물로 납향의 고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출생율이 감소,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저출산 요인으로는 젊은 세대들의 결혼기피와 육아문제, 주택문제, 실업문제 등이 부각되고 있다.

직장여성들은 결혼으로 인한 경력단절이나 자녀 양육의 어려움으로 결혼을 주저한다. 결혼 후의 삶은 한마디로 ‘신 빈곤층’으로 추락하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해도 과도한 집 장만에 따른 은행부금, 자녀 양육비 부담으로 기초적 문화생활조차 힘들다. 결혼 2~3년차 신혼부부들의 이혼율이 크게 증가하는 것도 경제적 불화가 주요 원인이다. 

정부가 수십조나 들인 출산 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 도심 아파트에서는 영아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대도시의 잘 나갔던 산부인과 병원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신문 보도도 있다. 황금돼지해 획기적인 출산정책은 없는 것일까. 설화대로 올해만큼은 많은 영재들이 태어나는 한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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