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포데모스의 패배와 극우의 급부상
[정치평론] 포데모스의 패배와 극우의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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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인간의 상상력마저 뛰어 넘는 독특한 화풍을 가진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Salvador Dali),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실은 바르셀로나와 결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불멸의 건축가 가우디(Antoni Gaudi), 20세기 최고의 성악가로 불린 스테파노(Giuseppe Di Stefano)가 ‘재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세계적인 성악가 카레라스(Jose Carreras), 이들은 모두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이다. 그리고 세계 최강의 축구 클럽 가운데 하나인 FC바르셀로나도 바로 카탈루냐의 주도 바르셀로나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지중해를 끼고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탈루냐는 과거 독립 왕국이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스페인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 지금도 스페인어와 함께 카탈루냐어를 공용으로 사용한다. 자신의 건축물에 카탈루냐어만 썼다는 가우디의 자존감은 그 문화적 정체성의 표현이었다. 인구 750만명으로 면적은 남한의 3분의 1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지역이지만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하고 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그래선지 오랫동안 분리독립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곳이다. 실제로 2017년 10월 27일에는 주민들의 직접투표를 거쳐 분리독립을 선언하기도 했다. 비록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 묵살되고 자치권마저 회수 당했지만 카탈루냐는 지금도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독립에 대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포데모스와 복스

스페인 정치의 특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지역주의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물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이질적인 문화가 곳곳에 형성돼 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카탈루냐와 스페인 최남단의 안달루시아는 생각보다 더 지역적 이질성이 강하다. 안달루시아는 그 지명도 아랍어에서 유래됐을 정도이다. 북쪽의 바스크를 비롯해 카탈루냐 등이 분리독립 하려는 노력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실시된 스페인 총선의 핵심 키워드도 카탈루냐 독립 문제로 압축된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슷하게 부패 문제와 경제현실 그리고 난민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각 정당의 승패를 가늠했던 최대 이슈는 역시 카탈루냐 독립 문제였다.

사실 스페인 정치는 2015년 이후 세 번째 조기 총선을 치를 만큼 혼란스런 상황이다. 2015년 12월 총선에서 창당 2년 만에 일약 3당으로 급부상한 포데모스(Podemos)의 등장은 1975년 스페인 민주화 이후 구축된 양당체제의 균열을 촉발시킨 하나의 ‘사건’이었다. 게다가 폭증하는 당원들의 수는 이후 스페인 정치지형을 통째로 변화시킬 엄청난 동력으로 보였다. 스페인의 양당 기득권정치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포데모스는 350석 가운데 42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전보다 무려 29석을 잃었다. 반면에 연정 파트너인 집권 사회주의노동자당(PSOE)은 123석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전보다 38석이나 더 얻었다. 포데모스 지지세력이 불과 몇 년 만에 대거 PSOE 지지로 돌아섰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파 그룹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제1야당인 인민당(PP)은 이전의 137석에서 이번에는 66석으로 반쪽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민당의 완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극우성향의 복스(Vox)는 24석을 얻었다. 복스가 원내에 진입한 것은 2013년 창당 이후 처음이며 1975년 스페인 민주화 이후 원내에 진입한 극우정당도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코 독재정권 몰락 이후 전혀 힘을 받지 못하던 극우세력이 재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극우세력의 약진이 스페인까지 강타하고 있는 셈이다.

포데모스의 패배는 무엇보다 창당 정신을 잃어버린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지지층의 이탈이었다. 게다가 당 대표인 이글레시아스의 리더십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당내 분열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총선의 핵심 이슈였던 카탈루냐 독립 문제에 대해서도 포데모스의 입장은 ‘반대아닌 반대같은’ 발언 등으로 선명성을 담보하지 못했다. 차별과 억압, 실업과 긴축을 강한 톤으로 비판하며 좌파 지지층을 끌어안았던 창당 때의 투쟁력과 선명성은 어느새 무뎌지고 말았다. 이미 기득권 체제에 편입된 듯 포데모스의 역동성도, 이글레시아스의 존재감도 기대 밖이었다.

반면에 극우정당 복스는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스페인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미 철지난 민족주의 깃발이지만 이번 총선의 핵심 이슈였던 카탈루냐 독립 문제와 맞물리면서 길 잃은 보수세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된 것이다. 게다가 ‘반이민’과 같은 유럽 극우세력의 정서까지 공유하면서 복스 돌풍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프랑코 독재의 망령이 아직 살아있는 스페인에서 극우정당의 미래가 어디까지 갈지는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집권 PSOE는 대승을 거뒀지만 포데모스 등과 손을 잡더라도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복스의 등장으로 연립정부 셈법이 꼬여버린 셈이다. 어떻게든 연정은 꾸려가겠지만 포데모스의 패배는 이래저래 아쉬운 대목이다.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PSOE와 PP로 대변되던 스페인 양당체제의 붕괴가 이번 총선에서도 여전히 진행형임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새로운 정치질서를 바라는 스페인 국민의 목소리가 그대로 확인 됐다는 점에서 포데모스의 지도체제와 선거전략 등에도 큰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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