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골목을 걷다 보면 도시를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거리의 모습과 풍경을 무심히 관찰하고, 구경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뜻깊다. 마당 있는 고택을 단장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거리를 산책하다 자유발랄한 젊은 연인들을 스쳐 지나게 된다. ‘차를 타고 가면 남이 보이고, 걸어 다니면 내가 보인다’는 말처럼 도시 속 배회는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삶의 공간인 도시에서 인간을 생각해볼 수 있는 압축적인 장소가 골목인 것 같다. 인간의 흔적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쇠퇴하던 골목에 갤러리, 독립
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왕치산 중국국가 부주석은 2인자가 아니다.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 5월 10일 거행되는 대통령 취임식에 중국 2인자가 참석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미국은 부통령 남편을 단장으로 취임사절단이 오고 중국도 그동안 역대 취임식에 국무위원급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격을 높여 2인자가 참석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새 정부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중국의 속내를 읽었다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국은 공산당 중심의 국가이기에 당서열이 권한을 더욱 크게 가지고 있다. 1억명에 육박하는 공산당원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우리 음식문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김치는 재료나 담그는 방법과 발효 과정 그리고 계절이나 지역에 따라 종류가 300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세계규격으로 채택된 우리나라 김치는 ‘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무 등으로 만들어진 혼합 양념으로 버무려 발효시킨 제품’이라고 정의돼 있다. 김치는 2006년 미국의 건강 전문 월간지인 ‘헬스(Health)’에서 스페인의 올리브유, 인도의 렌틸콩, 일본의 낫토, 그리스의 요구르트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했을 때부터 유행한 단어가 바로 ‘보복 소비’다. 이는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 행위가 보복하듯 폭발하는 소비 현상을 말한다. 특히 과시하듯 소비하는 경향으로 남에게 보이려는 듯이 소비하는 현상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는 이 정도 소비할 수준이 된다는 심리가 작동한다. 조금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줄면 보복 소비 증가라는 보도가 3년이 됐다. 지나고 보니 그것들은 모두 보복 소비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보복 소비라는 개념이 유행한 이유는 기업 마케팅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랍비 힐렐은 유대교의 핵심을 정의해 달라는 이교도의 청을 받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네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이웃에게도 행하지 말라는 것이 유대교 율법의 전부일세, 나머지는 그에 대한 설명일 뿐이지. 이제 돌아가서 공부하시게(바빌로니아 탈무드, 사밧31A).” 이것이 유대교 ‘은률(Silver rule)’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이웃에게도 하지 말라고 압축적으로 표현했지만, 은률을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예수는 신약성서에서 “무엇이든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조선’은 곧 ‘고요한 아침의 나라(일명 해가 일찍 뜨는 나라, 해 돋는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성계가 역성혁명(易姓革命)으로 고려를 멸망시키고 세운 이씨 조선 이전에 이미 최초 고대국가 ‘조선’이 있었다. 후에 이성계에 의해 다시 조선이라 명명되므로 고대국가 조선은 ‘고조선(古朝鮮)’이라 부를 뿐이다. 어찌 됐든 이 같은 사실로 보아 분명 우리 민족은 ‘조선’으로 시작해 조선으로 이어져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조선을 조선인보다 더 아끼고 사랑한 푸른 눈의 외국인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인천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 코로나19 이후 폭증하는 플라스틱류 1회용품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폭포수처럼 흐르고, 기계에 빨려 들어가는 이들 반입품 중에서 재활용 가능한 물품을 선별하느라 노인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환경다큐멘터리 감독이 약자들에게 떠안긴 재활용선별 작업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원도심 생태파괴현장을 꾸준히 탐사하고 있는 감독이 쓰레기 기록물을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다. 지난해 7월은 19세기 후반부터 지구 표면 기온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무더운 달로 기록됐다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상동교회(尙洞敎會)는 감리교회(監理敎會)로서 1888(고종 25)년 스크랜톤에 의하여 설립되었는데 1904(광무 8)년을 전후해 중요한 교육기관이 설립됐으니 그것은 바로 상동청년학원(尙洞靑年學院)이었다.이와 관련해 상동청년학원의 원장은 담임 목사로 시무하고 있던 전덕기(全德基)가 맡았으며 중책이라 할 수 있는 학감(學監)에 바로 이회영(李會榮)이 임명되었던 것인데, 이곳은 1900(광무 4)년 12월 우당(友堂)이 경술국치(庚戌國恥) 이후 전 가족을 이끌고 만주로의 망명이라는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 그의 핵심
투혼과 예지 빛난 선열정신, 영원히 기려야 할 역사적 과업윤주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부회장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만 명의 민간인이 살상됐다. 이에 세계는 러시아 규탄에 이어 이 사태가 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으로 번질까 반전 평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더욱이 주요 농공산물의 거대 생산지인 두 나라의 전쟁으로 인해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곡물 수급에 초비상이 걸렸다. 세계는 이 사태를 예의 주시, 식량보호주의를 강화하며 자기 곳간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세계 유일무이 분단국이며 자원 빈국, 세계 7위 곡물수입
약 1400년 전, 중국 당나라 태종 때의 예언서 추배도가 있다. 당시 관상학자 원천강과 천문학자 이순풍이 함께 지은 책으로 60가지가 예언돼 있으며, 매 내용마다 삽화와 참언으로 돼 있고 시기를 계산할 수 있는 육십갑자(六十甲子)까지 표시돼 있다.하지만 이 추배도는 오랜 세월 금서(禁書)로 여겨져 왔으며, 금서가 된 이유가 예사롭지 않다.한마디로 예언마다 너무 정확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다.예를 들면, 당에서 금기시된 여 황제 등극(측천무후), 2차 세계대전과 일본의 패망, 덩샤오핑 등장 등 예언마다 적중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BC 206년, 진(秦)이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중국을 통일했다. 항우는 유방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함양을 먼저 점령한 유방을 오지인 한왕(漢王)으로 봉했다. 분노한 유방은 항우와 패권을 다투겠다고 결심했다. 원래 유방은 대단한 야심을 품지 않았다. 그가 항우에게 불만을 품은 것은 다른 무장에 비해 자신의 봉지가 작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제후들도 마찬가지였다. 왕이 되지 못한 전영(田榮)은 항우가 제왕으로 봉한 전도(田都)와 교동왕(膠東王) 전시(田市)를 죽인 후 제왕으로 자립했다. 또 팽월(彭越)과 연합해 제북
최병용 칼럼니스트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아들과 딸의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 문제로 시끄럽다. 까도 까도 의혹이 나오니 ‘양파’니 ‘조국 시즌 2’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본인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의혹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아빠가 경북대 의대 부속 병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두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건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 없던 전형이 갑자기 생기고, 자녀 2명이 그 전형으로 편입에 성공한 걸 우연의 일치라고 보긴 어렵다.정 후보자가 부원장이던 2017년 입시에는 딸이,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지난 2020년 3월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757일 만에 해제됐다.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 음식을 먹는 것도 허용된다.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유통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 코로나 여파로 손님이 적었던 유통매장에 사람들이 북적일 전망이다. 2년간 바닥을 쳤던 문화계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숨통을 트게 됐다. 좌석 띄어 앉기나 운영시간 단축 조치도 해제돼 문화 관람에 목말랐던 관객들의 발길이 오랜만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연극,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배우와
누구를 막론하고 삶의 무게를 느낄 때마다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게 있다.현실과 현세가 아닌 또 다른 이상의 세계(이상향, 유토피아, 낙원)를 꿈꿔 본 적이 있을 게다. 이 이상향을 다르게는 ‘무릉도원’이라 불러왔다.삼천리 금수강산 아니 지구촌 그 어디를 가든 마치 선계(仙界)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곳이면 의례히 ‘무릉도원’이라는 지명이 붙어있다.그 유례를 살펴보면, 무릉도원은 중국 도연명(陶淵明, 시인)의 ‘도화원기(桃花源記)’라는 시(時)에 나오는 가상의 선경(仙境)으로서, 중국 후난성의 한 어부가 발견했으며, 복숭아꽃이 만발한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사람이 원래 군자와 소인으로 구분됐다면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 공자에 따르면 인심의 험악함이 산천의 험악함과 같으면 하늘도 알지 못한다. 하늘은 춘하추동과 아침저녁을 구분하지만, 사람은 겉모습의 이면에 다른 면이 숨어있다. 겉으로 겸허하지만, 내심은 더욱 교만하거나, 겉으로 부족한 척할수록 자부심이 강하다. 겉으로 초조한 척하지만 이미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겉으로 강한 척하지만 사실은 유약하다. 겉으로 화평한 척하는 사람일수록 마음속은 흉악하다. 육도(六韜) 선장편(選將篇)에서 여상(呂尙)은 무왕에게 ‘
이천년 전 유대 땅엔 성자(聖子) 예수님이 임해 오셨다. 이 일은 인류사이면서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는 순간이며, 이 사건을 통해 종교를 넘어 인류의 기원이 바뀌었다. BC(기원전)에서 AD(기원후)로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해 하나님은 구약성경을 통해 자기 백성 곧 선민인 유대인(육적 이스라엘)들에게 철두철미하게 약속으로 미리 알려줬고, 선민 이스라엘은 오실 이(메시아)가 오시면 영접하겠노라고 이마에 붙이고 목에 걸면서까지 언약이행 할 것을 약속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약속대로 당연히 오실 이 곧 약속한
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공영방송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맞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방송법이 존재하지만, 이 법은 대한민국헌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헌법 정신에 따라 공영방송의 이념과 제도, 그리고 방송법이 존재한다.1987년 민주화 이후 방송의 기본골격에 대해서는 1990년 4월 방송제도연구위원회(위원장, 김규 교수)가 방송 서비스에 대한 대략적 논의를 했다. 그 논의에서 방송이념의 본질을 “수용자 개인의 차원, 사회의 공동체적 차원, 국가·민족의 차원”에서 규정했고,
중국 당나라 측천무후 때 시인 동방규는 소군원(왕소군을 원망하는 시)에서 ‘춘래불사춘’이라는 시 한 구절을 남겨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직역하면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의미나, 실제는 ‘어떤 처지나 상황이 때에 맞지 않다’는 의미로 회자되고 있다.정녕 지금의 때가 그와 같지 않을까 싶다.글을 이어가기에 앞서 누가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드는 것은 왜일까.그래도 용기 내 쓰는 것은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다 듣게 된다는 진리가 엄연히 살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가 7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 확진자도 연일 14만명을 웃돌며 확진자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달 안에 하루 확진자가 25만여명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확진자들을 위한 치료 시스템은 현재 엉망이다.보건소 전화 연결은 불통에다 동네 의원에서도 진료를 꺼리고 있어 확진자들은 불안감 속에서 가까스로 재택치료를 하는 상황이다. 재택치료를 받는 확진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필자 주변에 코로나 확진이 된 30대 동생은 보건소에 문의하기 위해 전화를 하면 몇 시간을 기다렸고 확진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라는 격언이 있다. 꼭 해야 할 일을 미루다가 흐지부지돼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어떠한 일인가를 구분하는 것이다. 미룰 수 있는 일인지, 미룰 수 없는 일인지, 미루면 더 좋은 일인지, 미루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미뤘을 때 더 좋은 것’에 대한 것이다.첫 번째, 오해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미루는 것이 좋다.물론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에서 조금 벗어난 것일 수는 있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