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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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3월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757일 만에 해제됐다.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 음식을 먹는 것도 허용된다.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유통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 코로나 여파로 손님이 적었던 유통매장에 사람들이 북적일 전망이다. 2년간 바닥을 쳤던 문화계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숨통을 트게 됐다. 좌석 띄어 앉기나 운영시간 단축 조치도 해제돼 문화 관람에 목말랐던 관객들의 발길이 오랜만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극,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배우와 관객들도 들떠있다. 대학로 연극계에 몸담고 있는 한 연극배우는 1년 넘게 공연다운 공연을 하지 못했다며 무대에서 관객들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시기가 다시 온 거 같아 설렌다고 전했다.

지인과 친분이 있는 대학로 뮤지컬 감독 겸 제작자는 코로나가 터진 후 대학로 공연이 마비되면서 말 그대로 산에서 자연인 생활을 했다. 산속에서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고 1년여간 작품 창작에 매진했다. 소극장 월세를 내지 못해 잠정적으로 극장 문을 닫아야 했고 함께 했던 배우와 스텝들은 모두 떠났다. 이제 그는 또다시 대학로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머지 않아 관객들의 발길과 더불어 공연 무대에서 이제는 함성까지 더욱 뜨거운 공연의 열기와 감동을 느끼고 본연의 자리에서 관객들을 마주할 것이다.

공연이나 영화 관람도 확대와 축소를 거듭하며 이어져 왔기에 이번 거리두기 해제에 문화계는 반색하고 있다. 이제는 사전 승인이나 공연 인원 제한이 사라지고 수만명 규모 공연도 가능해진다. 띄어 앉기를 시행해 온 연극·뮤지컬 등 공연들도 예매 시스템에서 전석을 오픈하는 등 더 많은 관객을 맞을 채비에 나섰다.

영화관 멀티플렉스도 그동안 어려움을 겪은 극장가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반기고 있다. 올해는 극장 상영 여건이 좋아지고 관객들도 증가될 것으로 봐진다. 창고에 꼭꼭 숨겨왔던 대작들도 하나둘씩 개봉 일정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방역 당국도 서서히 엔데믹 상황으로 전환하며 일상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여전히 매일 10만명대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고 신종변이 출현, 시간 경과에 따른 자연면역 효과 감소 등 재확산 위험요인도 남아있다.

결국은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스스로의 개인 방역에 철저해야 한다. 실내에서는 되도록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손 씻기도 중요하다. 지금 상황은 유행이 정점을 지난 것이지, 끝난 것이 아니다.

마스크 착용 의무는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 마스크는 여전히 높은 감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핵심 방역 조치다. 다음달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질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정부는 거리두기 조치를 없앤 2주 동안의 상황을 지켜본 후 실외 마스크 해제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 또다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할지 불안한 상황 속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실외 마스크 해제를 논의해야 한다.

코로나 방역 기준이 해제된다고 마지막 보호카드인 마스크를 다 벗어버린다면, 또다시 확진자 폭증이라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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