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술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첫 인사에서 두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먼저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직책을 부활시켰다. 직책 신설 자체가 좋은 출발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 원인은 많다. 청와대의 낮고 볼품없는 정책 기능도 지적되고 있다. 급격한 사회 변화와 정책을 이해하고 조정하며 소통하는 역할이 부족했다. 이것이 곧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실패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청와대에 컨트롤타워가 마련됐다는 사실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꿰뚫어 본 것이다. 또 하나는 통일한국을 위한 햇볕정책에 내공이 탄탄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주미대사를 지낸 홍석현 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통일외교 특보에 보임한 것이다. 두 사람은 새 정부의 남북화해·협력 및 안보현안 해결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남북관계 개선이 침체일로의 우리 경제에도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정책을 이끌 새 정부 경제라인의 진용이 드라마틱한 느낌이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개천에서 난 용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이겨내고 고졸에 입법고시 행정고시를 합격하며 고졸신화를 쓴 사람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재벌저격수로 불린다. 원래는 안철수 후보 정책멘토였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임명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지론을 펼쳐온 개혁적 보수학자. 한 때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가정교사로 이른바 ‘줄푸세’ 공약을 입안했다.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는 첫 여성외교장관으로 비(非)고시 출신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사람군에 속하지만 국제외교무대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이라고 전해진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정통 외교관 출신. 군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종전과 다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호남 출신으로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과 가까운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탕평인사라고도 하고 반짝이는 상상력이 담긴 인사라는 평도 듣는다. 인물들이 첫 느낌엔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이들은 개혁적이거나 혹은 J노믹스를 실천하기에 적합한 인사들로 갖춰졌다. 처음부터 선입관을 가질 필요가 없다. 문제해결 능력 등을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누가 경제 분야 수장이 되더라도 한국 경제를 살릴 툴(Tool)이 뚜렷하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닐까. 국내 투자여건이 안 좋으니 기업들이 해외쪽으로 눈을 돌리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중소기업을 살리는 정책을 펴면서 법인세까지 올리면 기업 상황이 더 위축되지 않겠나.”(A씨)

“미일중러와 북한이 모두 강한 리더십으로 포진돼 있어 우리도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강한 리더십이 필요해. 새 재정기획부 장관 내정자가 경제기획원 예산담당 출신인데다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도 아니지. 워낙 자긍심과 주체성이 강해 모피아라고까지 불리는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을 잘 휘어잡아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틀림없이 증세 문제가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면서 계속 논란이 될 것이고.”(B씨)

“겉모양새보다는 실질적인 국정운영능력이 더 중요할 텐데. 지역안배와 논공행상에 치중한 듯한 인사여서 좀 불만스러워.” (C씨)

공직자 출신인 필자의 지인들이 털어놓은 우려들이다. 새 정부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난제가 일자리 확대 등 경제활성화 방안이다. 여기에 북한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4대강 사업 등 과거 정부 정책의 적정성 조사 등도 국민의 뜨거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펼쳐나갈 경제 외교 통일정책 방향이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좌우한다. 국민생활에 활기가 되찾아지도록 해야 한다. 경제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색된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는 지혜로운 국정운영을 바랄 뿐이다.

사족(蛇足). 새 정부도 잘 할 때는 잘 한다는 평가를 받고 못 할 때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자연스런 시장원리에 맡기는 게 좋다. 이번 대선에 문자폭탄으로 맹위를 떨친 것으로 회자되는 댓글부대와 인터넷을 도배한 파워블로거가 아직도 존재한다. 이들은 새 정부 들어서도 의도적인 찬티 일색으로 여전히 활동 중이어서 옥에 티라는 지적이 많다. 박근혜 정부도 처음엔 잘 한다고 박수를 받았지만 민의를 무시하고 독선으로 나아가다 무너지고 말았다. 가짜언론을 생산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한다. ‘미화(美化) 홍보부대’가 쌓아올리는 성은 모래성이다. 속이 다 들여다보인다. 대통령은 물론, 새 정부 참여인사 모두 소신껏 일하고 떳떳하게 후대의 평가를 받으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문 대통령 등의 일거수일투족을 너무 미화하지 말아 달라. 기우(杞憂)였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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