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세월 따라 지하철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대신 저마다 휴대폰 따위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이 대세다. 다리를 쫙 벌린 채 두 팔 벌려 신문을 활짝 펴고 읽는 바람에 옆 사람을 짜증나게 하던 매너 빵점 아저씨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선반 가득 널브러져 있던 신문들도 사라졌다. 똑똑한 휴대 전화 덕분에 비난받을 짓을 하는 모습이 가끔 인터넷을 타고 퍼지기도 한다. 인터넷에 올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분을 사는 사람들은 주로 젊은이들이다. 상하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네 문화 탓인지, 거두절미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대학생이 되어서도 엄마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스스로 수강신청을 할 수 없어 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무슨 클럽활동을 할 것인지도 엄마가 결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성 친구를 사귈 때도 엄마의 승낙이 있어야 된다. 설마, 하겠지만 사실이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영어교육을 받기 시작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줄곧 엄마의 관리를 받고 자라난 요즘 청년들 모습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거나 사회인으로 생활해야 할 때도 엄마의 영향력은 변함이 없다. 무슨 회사에 들어가라, 대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이, 그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라. 학교나 직장, 심지어 군대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소리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고가 누구에게나 반드시 약이 되는 게 아니다. 일본의 심리학자 이토 아키라와 나이토 요시히토는 ‘이제는 절대로 심리전에서 밀리지 않는다’란 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나폴레옹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누구나 긍정적으로 사고하면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폴레옹은 이런 식으로 해서 성공했으니까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너무 황당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부산 하면 빼놓은 수 없는 게 야구다. 부산의 열혈 야구팬들을 부산 갈매기라고 하는데, 사실 부산에서는 누구나 갈매기다. 만약 어느 술집에서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야구 이야기를 나눈다 치자. 듣다 보면, 이 아저씨들이 과연 그냥 평범한 갈매기인지, 야구 전문 해설가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다. 꼬부라진 할머니도, 사탕 물고 코 흘리는 꼬맹이도 야구 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커진다. 참으로 희한하다 싶을 정도로 부산의 야구 열기는 대단하다. 고교 야구가 전성기를 이룬 시절부터 지금까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끔찍하도록 싫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생겼을 때, 앓는 소리를 할 게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해치워 버리라는 말이다. 하지만 어쩌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모를까, 직장인들처럼 매일 하는 일이 죽도록 싫다면 문제다. 미국의 제임스 조셉이라는 사람은 이란 책에서, 일만 잘 하는 사람보다 쉬면서 일하는 사람의 생산성이 더 높다며, 휴식을 잘 취하는 요령을 들려준다. 짧은 휴식을 자주 취하라, 업무와 휴식의 순환주기를 파악하라, 휴식에도 계획이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최근 한나라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으로 선정된 진아무개 씨가 허위 이력 진술 의혹에 휩싸여 사퇴했다고 한다. 정치 색깔이 없는 평범한 주부라고 선전했지만 알고 보니 벌써부터 정치판을 기웃거려왔고, 언론사 인터뷰에서 어느 알아주는 대학교 졸업생이라고 말했으나 역시 뻥이었다고 한다. 거짓말 하는 사람은 아예 정치판에 얼씬 못하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판이 개판소리 듣는 것은 거짓말 하는 인간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사로 거짓말을 하고 들통이 나면 얼버무리고 엉뚱한 소리를 해댄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는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20년 전쯤 ‘삐삐’라는 게 처음 등장했다. 삐삐라는 게 연락받을 전화번호가 찍히는 호출기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허리춤에 하나씩 차고 다녀야 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삐삐가 울리면, 공중전화를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성질 급한 상사가 시도 때도 없이 삐삐를 쳐대는 통에 직장 생활 못해 먹겠다며 푸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것도 잠시, 휴대 전화가 나타나면서 삐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휴대 전화, 손전화, 휴대폰 등 그 이름을 놓고서 이게 옳으니 저게 옳으니 하기도 했는데, 아무튼 휴대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교사들의 명예퇴직 신청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젊은이들 사이에 최고로 선망되는 직업 중 하나가 교사인데, 정작 교단에 서 있는 교사들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 제 자식 귀한 줄만 아는 학부모 등쌀에 교사로서의 보람과 자긍심을 갖기 어려운 탓일 게다. 예전에 북한군이 쳐내려 오지 못하는 것은 정체가 수상한 도시락 가방을 메고 다니는 방위들 때문이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 요즘에는 ‘중2’가 무서워 북한이 공격을 해오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만큼 중학생들 다루기가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순수하고 아이들 마음도 더 순박했던 시절, ‘스승의 은혜’를 부를 때면 왠지 가슴 한 구석에 떨림 같은 게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아 하늘같은 선생님의 은혜를 무슨 수로 갚을까, 뭐 이런 생각도 해본 것 같다. 하지만 노래는 노래고, 현실은 그렇지도 않았다. 선생님 은혜가 과연 하늘 같은지 도무지 알 수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톨스토이의 소설 ‘죄와 벌’에서, 돈이 없어 대학을 중퇴한 가난한 청년 라스꼴리니꼬프는 평소 드나들던 전당포의 주인 노파를 살해한다. 그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악착같이 이자를 챙기는 야박한 노파는 죽어 마땅하며 그래서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여긴다. 제정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묵은 소설 속 이야기가 새삼 떠오르는 것은,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수많은 라스꼴리니꼬프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88만원 세대’로 일컬어지는 청춘들이 존재하는, 결코 아름답지 않은 현실과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요즘 내내 가슴이 먹먹하다. 김정일이 죽어서가 아니다. 자식 키우는 아비로서 그렇다.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세상을 떠난 대구 중학생 아이 때문이다. 채 여물지도 않은 밤톨 같은 녀석이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랬을까. 남의 자식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일이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마침 여기저기서 학교 폭력 왕따로 인한 사건 사고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언론이라는 게 파리떼처럼 몰려다니는 성향이 있어, 이런 게 요즘 기삿감이라며 앞다퉈 보도하는 탓도 있다. 두고 봐라, 시간이 흘러 잊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북한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의 외모와 흡사하다. 김일성의 후광을 업고 있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했다는 소문도 있다. 턱살이 두툼하고 볼 살이 통실통실한 데다 헤어스타일도 할아버지 판박이다. 할아버지가 즐겨 입었던 검은 색 인민복 차림을 한 모습을 보면, 역시 그 핏줄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북한 주민들은 오랜 세월 동안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온 탓인지, 많은 면에서 우리와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오래전 사고방식과 가치가 변하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기도 한다.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몇 해 전 서울 한복판에서 중국인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한국인들을 두들겨 패고 난동을 부린 일이 있었다. 일부 시민들이 티베트 인권문제를 내세워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방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인들이 서울을 제집 안방처럼 헤집으며 우리 국민들을 폭행하는데도 경찰은 구경만 했다. 당시 ‘불량’ 중국인들 중 누구나 우리 법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의 어느 유명 기업 임원을 만난 적이 있다. 화제가 그 사건으로 옮겨가게 됐는데, 그는 “한국인들이 날조했다”고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공중 시외전화가 설치된 건 1902년이었다. 모두 24명이 전화에 가입했는데 조선인은 2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일본인이었다. 설치 몇 년 전부터 가입을 권유했지만 별 호응이 없었다.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했을 뿐 아니라 어른과의 전화 통화는 버릇없는 짓이라 여겼던 것이다. 전할 말이 있으면, 하인들 심부름 보내면 될 일이었다. 그 후 장사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전화기를 들여놓으면서 전화 가입자가 늘기 시작했지만 장비나 시설이 빈약했으므로 고장이 많았고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최근 대입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돈을 많이 들여 공부를 시킨 아이들이 수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은 부모들과 아이들 가슴이 무너지고 있다. 학원들만 신바람이 나서 입시설명회다 뭐다 해서 야단법석이고 그나마 그것마저 형편 되는 사람들 이야기다. 학교라는 게 정의를 가르치고 올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한 평생의 가치를 다지도록 해 주어야 하는 것이지만, 우리네 현실은 정반대다. 돈 있는 집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학 가서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예전에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와 실제 연기자를 혼동하는 바람에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곤 했다. 영화 ‘시라소니’ 등에서 뛰어난 액션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이대근 씨의 경우 촬영 차 부산에 갔다가 진짜 깡패들이 에워싸고 한판 붙자고 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거나, 어느 탤런트는 수사 드라마에 도둑으로 한 번 출연했다가 두고두고 도둑놈 소리를 들었다는 것 등이 그런 예다. 제대로 벗지도 않은 어설픈 에로 영화 하나 찍고 평생 에로배우로 ‘낙인’ 찍혀 애로를 겪었다는 여배우도 있었다. 그런 게 사실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20대 도둑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왔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열정과 꿈 그리고 패기로 앞날을 열어가야 할 꽃다운 청춘들이 범죄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청년 실업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이긴 한데 특히 남자들이 더 심각하다. 최근 어느 통계자료에 따르면 몇 년 새 젊은 여성들의 취업률은 크게 늘어난 반면 남성들의 경우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대학 졸업 후 취업에 더 적극적이기 때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올해도 어김없이 한바탕 수능전쟁을 치렀다. 수능 시기가 되면 수험생을 둔 가정은 말할 것 없고, 한 다리 건너 수험생 없는 집이 없고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노심초사 전전긍긍해야만 하는 것이다. 올해는 수능 추위가 없어 다행이었다지만, 시험을 잘 보지 못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가슴에는 시베리아 북풍한설이 몰아치고 있을 것이다. 수능이 끝났다고 진짜 끝난 게 아니다. 목표로 하는 대학에 들어가려면 수많은 관문들을 통과해야 한다. 입시 요강이 난수표처럼 복잡하기 때문에 보통 머리로는 이해하기도 힘들고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좌고우면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이란 이쪽저쪽 눈치를 살피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본디 뜻이 그러하나, 요즘 사람들 마음이 좌고우면(左苦右面)인 게 틀림없다. 왼쪽을 보면 고통스럽고, 오른쪽을 보니 면구스럽다는 말이다. 좌파, 우파 이야기다. 보수다 진보다, 서로 잘났다 큰소리를 치지만 왼쪽, 오른쪽 모조리 다 역겹고 진저리난다는 게 대세다. 그래, 사람들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 혹은 인물들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존의 보수, 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