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끔찍하도록 싫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생겼을 때, 앓는 소리를 할 게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해치워 버리라는 말이다. 하지만 어쩌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모를까, 직장인들처럼 매일 하는 일이 죽도록 싫다면 문제다.

미국의 제임스 조셉이라는 사람은 <일 잘하는 사람들의 휴식 습관>이란 책에서, 일만 잘 하는 사람보다 쉬면서 일하는 사람의 생산성이 더 높다며, 휴식을 잘 취하는 요령을 들려준다. 짧은 휴식을 자주 취하라, 업무와 휴식의 순환주기를 파악하라, 휴식에도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앤 맥기 쿠퍼란 이는 <퇴근 후, 피곤함이란 없다>란 책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놀고자 하는 마음이 거대한 에너지의 원천인데,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이 어린애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일을 즐긴 사람들이라고 했다. 유치한(childish) 행동이 아닌, 어린애 같은(childlike) 행위가 성인에게도 힘을 불어 넣는다는 것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묵묵히 일에 몰두하는 것이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하품 나는 옛날이야기다. 이제는, 노는 것인지 일하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가 돼야 제대로 일한다는 소리 듣는 세상이다. 놀기만 하고 일은 언제 할 거야, 하고 닦달하는 상사나 사장이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다. 그런 사람 밑에서는 비전이 없다.

유별나게 걱정거리가 많은 사람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까지, 심지어 꿈속에서도 걱정거리로 악몽에 시달리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직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마크 트웨인이 “나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극히 일부였다”고 했듯, 사실 우리들이 걱정하는 대부분의 일은 실제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거의가 기우(奇遇)다.

걱정은 곧 스트레스인데, 이것에 짓눌리지 않고 잘 조절하는 방법이 많이 소개돼 왔다. 미국의 정신훈련전문가인 로빈 샤르마는 <내가 죽을 때 누가 울어 줄까>라는 책에서, 걱정도 시간표를 짜서 하라고 충고한다. 걱정하는 특별한 시간을 따로 계획하는 것인데, 그 시간을 ‘걱정하는 시간’이라 부른다고 했다.
“어려움에 직면하면 깨어 있는 시간 전부를 그 어려움에 대한 생각으로 보내기 쉽다. 그러나 그 대신 ‘매일 저녁 30분’과 같은 식으로 걱정하는 시간을 계획하라. 그 시간 동안에는 골치 아픈 문제에 골몰하고, 어려운 문제를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그 시간이 끝나면 걱정거리는 뒤로 남겨두고 가까운 곳에 있는 자연을 산책하거나 영감을 주는 책을 읽거나, 사랑하는 누군가와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은 생산적인 일을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는, 그 외의 다른 시간에 걱정거리가 생기면, 그것을 메모한 뒤 다음 걱정하는 시간으로 넘기라고 한다. 그런데, 걱정거리를 메모하는 걸 깜빡 잊고 내게 무슨 걱정거리가 있었을까, 걱정하게 된다면 이 방법 역시 말짱 도루묵이다.
오늘도 회사 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한숨이 절로 나오십니까? 그러지 마세요. 다닐 직장이 없어,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 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어깨 처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오늘은 회사에 가서 뭐 하며 놀까, 뭐 이런 생각으로 출근하시고, 걱정도 시간표를 짜서 하면 좀 나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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