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교사들의 명예퇴직 신청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젊은이들 사이에 최고로 선망되는 직업 중 하나가 교사인데, 정작 교단에 서 있는 교사들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 제 자식 귀한 줄만 아는 학부모 등쌀에 교사로서의 보람과 자긍심을 갖기 어려운 탓일 게다.

예전에 북한군이 쳐내려 오지 못하는 것은 정체가 수상한 도시락 가방을 메고 다니는 방위들 때문이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 요즘에는 ‘중2’가 무서워 북한이 공격을 해오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만큼 중학생들 다루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남자 중‧고등학교에선 여교사들이 특히 많이 힘들다. 그맘때 남자 아이들이란 그야말로 고삐 풀린 황소나 마찬가지다. 남성 호르몬이 마구 분비되면서 이런저런 욕망에 온몸을 뒤틀고 몸이 근질거린다며 가만있지를 못한다.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해 이성을 상대로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몹쓸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영웅심리가 발동해 또래들 앞에서 더욱 기세가 등등해진다. 젊은 여교사들이 그래서 힘들다.

초등학교에서도 그렇지만, 남자 교사들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여성운동 하는 분들은 성차별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가정에서 부모를 통해 성역할을 배우듯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혈기왕성하고 철이 없는 남자 중‧고등학생들을 젊은 여교사가 가르친다는 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학생들 인권 못지않게 교사의 인권도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한다.

체벌을 못하게 하니까, 교사들은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며 난리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저희 세상이 온 것처럼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들이야 이러나저러나 별 차이가 없지만, ‘일진’이다 뭐다 해가며 어깨 들썩이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기고만장이다.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해방 이후 미군이 들어오고 민주주의, 자유라는 말을 처음 들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돈을 내지도 않고 물건을 집어 가면서 “민주주의 세상에서 이것도 내 자유”라고 했다는데, 요즘 교실 풍경이 어쩌면 이런 지경이지 싶다.

모세는 홍해와 시나이 반도를 가로질러 이집트의 노예로 살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을 구출해냈다. 십계명을 받고선 황금송아지를 숭배하는 무리들을 깨부수었고 그들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도중에 반란이 일어났다. 약속의 땅에 이미 살고 있던 민족이 실로 튼튼한 성을 쌓아 지키고 있으니 잘못하다가는 다 죽을 판이다, 그러니 이집트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반역자들은 모세를 비난했다. 모세가 지도력이 없고 부도덕하니, 다른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세가 궁지에 몰린 것이다. 모세가 응징에 나섰다. 반역에 가담한 자들을 모조리 시나이 산에 데려다 가혹하게 처형했다. 주모자들은 모조리 사형 당했고, 나머지들은 40년간이나 황무지를 헤매다 죽었다.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조슈아와 칼레브는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 자유롭게 살았다.

아이들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모세가 반역한 자기 민족을 가차 없이 처벌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자신의 말과 행동에 잘못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해야 한다. 제 멋대로 떠들면서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외치는 철부지 아이들이, 자유와 인권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걸 알게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알게 해야 한다. 교사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법과 규칙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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