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최근 한나라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으로 선정된 진아무개 씨가 허위 이력 진술 의혹에 휩싸여 사퇴했다고 한다. 정치 색깔이 없는 평범한 주부라고 선전했지만 알고 보니 벌써부터 정치판을 기웃거려왔고, 언론사 인터뷰에서 어느 알아주는 대학교 졸업생이라고 말했으나 역시 뻥이었다고 한다.

거짓말 하는 사람은 아예 정치판에 얼씬 못하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판이 개판소리 듣는 것은 거짓말 하는 인간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사로 거짓말을 하고 들통이 나면 얼버무리고 엉뚱한 소리를 해댄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는 그렇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고위 공직 후보에 올랐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인물들은 대개 거짓말을 하다 들통이 난 때문이었다. 지금 정권이 출범할 때 어느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을 엄청나게 많이 소유하고 있는 이유가 땅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던 적이 있다. 이건 거짓말은 아니지만, 듣는 사람들 염장 지르기 딱 좋았다. 아무튼 맥락으로 따지면, 이번 공직후보자추천위원 사퇴 건도 오십보백보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나, 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무리 화장으로 가리고 치장을 해도 본 얼굴이 어디 가겠느냐는 뜻인데, 한나라당이 지금의 당명을 버리고 새 이름을 단다고 하니, 그 소리가 생각이 난다. 속은 그대로인데 무늬만 바꾸면, 위장이다. 심하게 말하면 사기다.

이번 한나라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들도 이미 그쪽 사람들과 줄을 잇고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모름지기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소리가 헛말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줄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또 어느 줄이 튼실한 동아줄인지 썩은 새끼줄인지 탐색하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올해는 선거가 두 번이나 있으니 벌써부터 줄 대기, 줄 세우기가 한창일 것이다. 조금 있으면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어느 당 어느 후보를 지지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얼굴을 내밀 것이다. 그래, 자신이 지지한 당이나 후보가 이기고 당선되면 대가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고 몸값이 덩달아 오르기도 할 것이다. 꼭 그
런 걸 바라고 한다고 할 순 없겠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선거가 끝나고 또 얼마 있으면 또 어느 누가 방송에서 잘리게 생겼네, 외압이다 아니다 하며 난리들을 칠 것이다. 그 전에도 선거철에 줄을 잘못 섰다가 치명상을 입은 연예인들이 더러 있었다. 가까운 시절에도, 멀쩡하게 잘해 오던 방송진행을 더 이상 못하게 됐는데 그건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왜 죄 없는 내가 희생양이 되어야 하느냐, 며 억울함을 호소한 사람도 있었다.

선거라는 게 일종의 전쟁이다. 전쟁에서 이기면 전리품을 챙기고, 지면 쪽박이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라고 선거하는 것이다. 그러니, 선거 결과에 따라 전리품을 얻을 수도 있고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선거에 기여한 공이 참으로 크니 전리품으로 좋은 자리를 주겠다고 했을 때, 왜 자격도 없는 내가 그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 하느냐, 나는 억울하다, 고 말한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정치 색깔을 드러내고 마음에 드는 정당이나 인물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 전리품을 챙길지, 쪽박을 찰지 그 또한 자신들의 선택에 달렸다. 그러니,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군소리 없기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