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20대 도둑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왔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열정과 꿈 그리고 패기로 앞날을 열어가야 할 꽃다운 청춘들이 범죄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청년 실업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이긴 한데 특히 남자들이 더 심각하다. 최근 어느 통계자료에 따르면 몇 년 새 젊은 여성들의 취업률은 크게 늘어난 반면 남성들의 경우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대학 졸업 후 취업에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았는데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정보화되면서 여성들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각종 국가고시의 여성 합격률이 더 높아졌고 그 때문에 여대 로스쿨의 경우 여학생들에게만 입학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오고 이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로스쿨뿐 아니라 여자대학 자체가 남성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이래저래 남자들 살기가 더 고달파지고 있다는 푸념이 쏟아져 나올 만도 하다. 그렇잖아도 며칠 전에는 또 남자들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뉴스가 전해졌다. 여자들은 열에 일곱은 나이가 들면 남편이 귀찮아질 것이며 그 때문에 가정불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보다 오히려 젊은 여성들이 더 그렇다고 여긴다고 하니, 젊은 친구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황혼이혼이라는 게 있다. 이게 일본에서 건너온 말인데, 남편이 은퇴하는 동시에 이혼을 청구한다는 것이다. 이왕 할 이혼이라면 좀 더 젊었을 때 할 것이지 왜 하필이면 은퇴를 하자마자, 그렇잖아도 사회에서 물러나 심란한 마당에 이혼을 하자는 것인지, 당하는 남편은 황당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은퇴와 함께 퇴직금이 나오고 그때 이혼을 해야 위자료를 듬뿍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희한하게도 우리가 일본의 좋지 않은 사회현상을 따라가는 게 있다. 10여 년 전 일본에선 사상 최고 자살률, 사상 최고 이혼율, 사상 최저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난리를 친 적이 있다. 대학생 등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일본사회가 크게 동요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시 일본의 상황과 너무 흡사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요즘 일본에는 가족과 헤어져 홀로 살다가 죽어도 죽은 줄 모르는 고독사가 많다는데, 이 역시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본의 고독사는 특히 연금이 없는 사람에게 많이 일어난다고 하니, 말년에 고생하지 않으려면 젊었을 때 부지런히 벌어 단단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일본 문화에는 약간 엽기적인 구석이 있는데,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이혼식도 그렇다. 하객인지 조문객인지 아무튼 가족 친지들이 모인 가운데 결혼반지를 깨부수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쾅쾅 찍는다는 것인데, 이혼하는 남편의 부케를 잡는 사람은 행복한 이혼을 보장받는다나. 이혼을 이처럼 유쾌하게 할 수 있다는 건 결혼에 대한 진지함이 그만큼 사라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 지경은 아니어도 이혼이 흔하고 쉬워진 건 사실이다. 예전처럼 참고 사는 아내들이 적어진 탓이 크다.

남자라고 큰소리치며 사는 세상은 이미 물 건너간 게 틀림없다. 남자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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