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몇 해 전 서울 한복판에서 중국인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한국인들을 두들겨 패고 난동을 부린 일이 있었다. 일부 시민들이 티베트 인권문제를 내세워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방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인들이 서울을 제집 안방처럼 헤집으며 우리 국민들을 폭행하는데도 경찰은 구경만 했다. 당시 ‘불량’ 중국인들 중 누구나 우리 법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의 어느 유명 기업 임원을 만난 적이 있다. 화제가 그 사건으로 옮겨가게 됐는데, 그는 “한국인들이 날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그런 짓을 할 리 없으며 한국 언론에서 거짓 보도했다는 것이다. 날조 보도된 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말해 주어도 그는 끝내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중국의 언론 시스템이 자유롭지 못하고 정부에서 통제 관리하기 때문에 많은 중국인들은 관제 언론이 이끄는 대로 사고가 따라갈 수밖에 없다. 개혁 개방한 지 30년이 다 되어 가는 데 그럴 수 있겠나 싶지만, 사실 그렇다. 후진적 언론 환경에다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기반으로 한 민족주의 때문에 매사 자국 중심으로 판단하고 사고하려는 고집이 어우러져 왜곡된 가치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 해경이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선박을 단속하다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 경찰의 잘못이라 보도했고 대부분의 중국인이 맞장구를 쳤다. 적반하장이 도를 넘는다.

중국인들의 의식 속 대한민국은 여전히 조공이나 바치던 속국이다. 미국의 지원을 업고서 경제발전을 이루는 바람에 큰소리 좀 치고 있지만 그래 봤자, 라는 생각이 뼛속 깊이 새겨져 있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경제 덕분에 중국인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대한민국이 더 만만하게 보이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대한민국을 우습게보게 된 것은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 탓이 크다. 국가의 첫 번째 과제는 국민과 국토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나라 영역에 들어와 해적질 도적질을 하고 우리 국민을 해치는데도 ‘물대응’을 하니, 그들이 더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우리보다 못 산다고 우습게 보는 베트남 필리핀도 중국 선박이 자국 영해로 들어오면 총을 쏘아서라도 쫓아낸다. 혈맹이라는 북한도 불법 조업하는 중국 선박에 총질을 하고 선원들을 사살하기까지 한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중국 선원의 구속을 최소화한다는 되지도 않은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해경들이 목숨을 걸고 제압해봤자, 벌금 얼마 내고 얼씨구나 하고 돌아가서 또 불법 조업한다. 그들이 휘두르는 흉기들도 끔찍하다. 도끼, 망치, 낫, 갈고리, 삽 등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그런 흉기들을 뚫고 단속을 해야 하는 해경 대원들의 심정이 어떨까.

중국인들은 태평양함대를 서해로 보내라고 난리다. 태평양함대라는 게 제주도를 겨냥하고 있는 모양이다. 제주도에 군사기지를 만드는 문제로 우리끼리 싸우고 있는 동안 저들은 우리의 영해를 넘보고 있다.
중국하고 친하게 지내자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목숨과 재산, 영토를 빼앗기고 얻어터지면서도 웃는 낯으로 대하는 게 친하게 지내는 게 아니다.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굴욕을 당하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긴 세월이었다. 까마득하게 먼 옛날 얘기가 아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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