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제 언론인‘골목 상권’ 춘추전국시대다. 1980, 1990년대부터 신촌, 이대, 대학로, 홍대를 거쳐 신사동, 청담동, 인사동, 북촌, 성수동으로 이어진 ‘골목의 힘’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민주화 열기가 달아오르던 시기에 한편에선 소비 욕망도 함께 불타올랐다.도시의 획일화, 규격화, 단순화에 식상한 사람들이 일상적 공간과 장소에서 새로움을 갈망한다. 그러니 색다른 취향과 경험을 자극할 법한 건축물, 디자인, 상품이 꾸준히 등장한다. 날로 발달하는 SNS 마케팅 영향으로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등장할 만한)’ 가게만이
박희제 언론인인생이란 고정자산에서 가장 값비싼 감가상각 계정을 꼽는다면 수명일 것이다. 100년 이내의 한정된 삶 속에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지만 해야 할 일도 꾸준히 생겨난다.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도시인의 삶이 그토록 분주한 걸까.생성형 AI(인공지능) 열풍으로 인해 시대적응 강박증이 필자에게도 있는 듯하다. 천지일보 창간 14주년 기념 ‘챗GPT‧초거대 AI,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라는 주제의 스마트 AI 포럼을 듣고 나서 노트북, 스마트폰과 반나절 넘게 씨름했다. 생성형 AI의
박희제 언론인쓰레기매립장에서 생태문화공원으로 바뀐 제주도 돌문화공원을 11년 만에 다시 찾았다.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의 굿판(1932~2006)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볼일도 있어 오랜만에 제주에 갔다.쓰레기매립지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제주돌문화공원은 4개의 오름에 둘러싸인 광활한 지대에서 곶자왈(나무, 덩굴, 암석이 뒤엉킨 숲을 의미하는 제주어) 원시림으로 복원되고 있었다. 신화와 자연, 예술이 어우러진 곳에서 백 선생이 ‘신기 넘치는 아방가르드 전자 무당’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얼마 전 과
박희제 언론인공주와 광주 사이엔 분명 문화가 흐르고 있었다. 백제 숨결을 간직한 충남 공주는 문화를 통해 인구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쏟고 있었고, 20년간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향해 질주해온 광주광역시는 ‘빛고을’스런 매력과 활력으로 넘쳐났다.다음달 9일까지 장장 94일간 이어지고 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KTX 고속열차를 타고 주말에 광주에 갔다. 광주송정역에서 내리니 광주공항~김대중컨벤션센터~상무지구~유스퀘어터미널~광주시립미술관~비엔날레전시관~은암미술관~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문화전당~양림마을이야기관~비엔날레
박희제 언론인1989년 초연 이후 ‘롱런’ 기록을 잇고 있는 서울 대학로 터줏대감 연극 ‘늘근도둑이야기’를 엊그제 아내와 관람했다.1996년에도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봤던 작품인데, 늙은 도둑 역을 맡던 명계남 대신 다른 연기자가 출연했다. ‘덜’ 늙은 도둑 역의 박철민은 20년 넘게 같은 역으로 나오고 있어 반가웠다. 관객을 사로잡는 그의 애드리브와 코믹 연기는 압권이었다.두 ‘늘근도둑’이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돌직구 만담은 ‘촌철살인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단순 절도 전과 18범 ‘더 늘근도둑’과 사기 전과 12범
박희제 언론인 ‘힙한’ 지역이 많아지고 있다. ‘1004섬’으로 정체성을 찾고 있는 전남 신안도 생태와 문화를 매개로 담대한 도전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자은도 임자도 암태도 증도 압해도 등 여러 섬마다 각기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하는 야심 찬 운동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몇 년 사이 범상치 않은 전시장, 박물관이 20여개나 생겼다.예술과 꽃, 소금, 식물, 컬러 등을 활용한 지역 재생이 큰 성과를 거두자 2021년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에서 ‘신안군 퍼플섬’을 제1회 유엔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했을 정도다.‘그리운 바다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코로나19로 한동안 중지됐던 외국인들의 한국 탐방이 다시 재개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 중 가장 큰 키워드는 ‘K-’라는 접두어일 것이다.BTS, 블랙핑크 등 스타들의 영향과 SNS 등 글로벌 플랫폼 영향으로 한류콘텐츠 소비량은 미국, 유럽,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등 전 세계에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외국인들은 BTS의 히트곡,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등을 통해 한국적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미국 켄터키주에 거주하고 있
박희제 언론인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비해 도시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이정표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전남 순천에서 10년째 정원해설사로 활동하는 50대 여성 K씨의 순천만에 대한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국가정원 1호인 순천만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구름 인파’로 넘쳐나 신나기도 하지만, 그보다 정원을 매개로 순천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교(보성) 가서 주먹 자랑 말고, 여수 가서 돈 자랑 말며, 순천 가서는 인물 자랑하지 말라’는 얘기는 전남 지역에 떠도는 옛말 중 하나다.K씨
우리나라의 대표적 국립공원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41년 논란 끝에 정상 추진된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달 27일 강원 양양군의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해당 사업은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지구에서 대청봉 옆 끝청(1430m)까지 3.3㎞에 걸쳐 케이블카를 놓는 사업이다. 지난 40여년간 부침을 거듭했던 만큼 논란이 작지 않다.강원도는 1982년 내설악 쪽에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는 “자연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두 차례 불허했다. 199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최근 들어 국립공원 곳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우후죽순처럼 일고 있다. 한동안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와 중앙정부의 규제에 부딪혀 잠잠하던 지자체의 개발 움직임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데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체된 상황과 맞물려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좀비처럼 끊임없이 되살아나 한반도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곳이 설악산과 지리산이다. 설악산의 경우는 환경부의 반대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백지화됐던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6년 만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때로 여운형 선생 탐방 길라잡이를 하고 있다. 선생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아보고 선생이 살던 시대를 느끼고 아파하며 오늘의 나와 우리를 되돌아보자는 뜻에서다. 서울지역에서 활동한 곳만 해도 하루에 다 돌 수가 없다. 그 정도로 선생의 활동은 활발하고 광범위했으며 곳곳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선생의 발자취를 찾는 공공기관의 움직임은 없고 거대한 역사 발자취인 건국준비위원회(건준)가 결성된 곳 앞에는 표지석조차 없다. 건준의 모태가 되는 건국동맹은 표지석이 있긴 하지만 엉뚱한 곳에 설치돼 있다.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비롯된 계곡이 중산리계곡이다. 해발 1750m에 위치해 있는 장터목 바로 아래에 있는 산희샘에서 시작된 상류의 법천계곡은 법천폭포, 유암폭포, 무명폭포를 비롯해 소와 담이 곳곳에 있어 교향악 같은 우람한 소리와 실내악처럼 고요한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중산리(中山里)란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지리산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어 일찍부터 지리산 등정의 출발지로 이용됐다. 5백여년 전 말과 하인, 제자들을 대동하고 지리산을 올랐다던 점필재 김종직 선생을 비롯해 그의 제자인 김일손,
최병용 칼럼니스트새해 결심을 ‘좋은 아빠 돼 보기’로 정했다면 작심삼일이 아닌 꾸준히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도 태어나 접하는 모든 일이 처음이고, 부모도 처음이라 둘 다 완벽할 수 없다. 양육은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고 퍼즐을 맞춰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나비의 날갯짓 하나가 태풍을 만들어내듯이, 아빠의 작은 변화와 노력이 아이의 성장과 성취에 큰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믿고 포기하지 않으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온다.좋은 아빠 되기는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같이하는 거로 시작하면 쉽다. 친밀감은 아빠와 아이가
정라곤 논설실장/시인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8일 정치 참여를 선언한 이후 언론과 뉴스의 초점이나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그에 대한 선호, 비선호가 분명하다. 야권 대선 주자 여러 명 가운데 가장 공격을 많이 받고 그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여론의 감시망 안에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인바, 여당에서는 대선 후보 자격조차 없는 형편없는 인물로 몰아가는가 하면 야권에서는 대한민국의 법치를 세우고 기회와 공정의 기반을 공고히 할 적격한 인물로 칭송하고 있다. 한 사람을 두고 이처럼 평가가 하늘과 땅처럼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는
선거에서 호남민심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매우 크다. 그래서 대선 과정에서 정당과 후보들은 호남민심 안기에 공을 들인다. 인구로 치면 총인구의 9.8%에 불과하지만 호남이 대한민국 민주화 정신의 뿌리로 터 잡았고, 광주가 독재와 불의에 항거하면서 ‘민주화의 성지’로 역사 속에 우뚝 솟았기 때문이다. 대선과 관련해 호남인들의 관심과 반응들은 향후 대선 추이에서 유의미성을 내포하는 바, 그만큼 호남민심은 선거에서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일 것이다.내년 3월 9일, 제20대 대선일을 10개월 앞두고 호남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들리고
최병용 칼럼니스트엄마가 되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자녀 공부가 인생 최대의 관심사가 된다. 학창시절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엄마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가 우등생이 되기를 바라고, 하위권이었던 엄마는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 자녀가 우등생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엄마의 자녀 공부 관심도와 자녀의 성적은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 엄마의 태도에 따라 엄마는 공부에 가장 도움이 되는 요소가 되기도, 반대로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자녀 공부에 도움되는 엄마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도움을 줘야 한다.‘엄마의 정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한때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열풍이 불던 때가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밀밭,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포도주, 프랑스와 스페인 접경 언덕 사이로 난 이국적인 길은 굳이 종교적 순례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낭만적인 길이었다. 그리하여 걷는 걸 좋아하는 도보꾼이나 여행객들은 대부분 한 번쯤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기도 했다.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제자인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약 800km에 이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다문화 중학생이 지난해보다 23.4% 늘었다. 최근 교육부 통계를 보면 다문화 학생 수는 가파른 증가를 지속하고 있다. 초·중등학교 다문화 학생 수는 14만 7378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153명 늘었다. 출신 국적별로는 중국 32%(4만 7181명), 베트남 31.7%(4만 6683명), 필리핀 10.3%(1만 5140명), 일본 5.9%(8686명) 순이었다.더불어 다문화 가정 고교생 10명 중 7명은 집단 괴롭힘을 당해도 외부에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홀로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일부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삶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다. 다양한 정보가 넘실대는 이곳은 공중파 개그프로그램 시대가 종영하면서 말 그대로 끼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개그맨들이 모여들고 있다. 공중파에서 개그프로그램 종영 후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 개그맨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전통적인 플랫폼에서 새로운 영상 플랫폼으로 자리를 빠른 속도로 옮기며 무대를 개척했다.개그맨들은 시청자들이 즐겨하고 공감하는 콘텐츠들을 창조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개콘 개그맨 김준현·유민상·문세윤·김민경으로 구성된 ‘맛있는 녀석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한국영화 ‘기생충(parasite)’이 미국 아카데미영화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가 되며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해 4관왕을 수상하자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당장 나가서 영화를 보라”며 작품성에 대해 극찬했다. 한국영화에 냉정한 시각을 보여왔던 일본 언론들도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한지원 작가가 한국영화 최초 92회 아카데미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했다”며 대서특필했다.‘기생충’이 101년 한국영화 역사뿐만 아니라 92년 오스카 역사도 새로 썼다. 오스카는 아시아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