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최근 들어 국립공원 곳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우후죽순처럼 일고 있다. 한동안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와 중앙정부의 규제에 부딪혀 잠잠하던 지자체의 개발 움직임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데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체된 상황과 맞물려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좀비처럼 끊임없이 되살아나 한반도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설악산과 지리산이다. 설악산의 경우는 환경부의 반대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백지화됐던 오색케이블카사업이 6년 만에 다시 또 부활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바뀐 정부에 바뀐 강원도지사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의 경우 역시 하동군의 하동 알프스계획부터 구례군과 산청군, 함양군, 남원시 등 5개 지자체가 모두 지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며 국립공원 계획 변경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환경 훼손을 이유로 수차례 무산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인근 네 개 시군이 다시 공동으로 사업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1989년 덕유산 이후 국립공원 내에 케이블카가 설치됐거나 현재까지 케이블카 설치가 진행 중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제주도 한라산과 전남 월출산, 광주 무등산 등지에도 한때 케이블카 추진 움직임이 있었으나 불허된 바 있다. 모두 환경훼손이 우려돼 국립공원 심의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가된 국립공원 덕유산의 경우 케이블카 이용객의 60% 이상이 향적봉 정상까지 연계 탐방해 백두대간 주능선인 정상부의 생태계가 교란·훼손되고 식생복원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해당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국립공원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케이블카는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개발이며 오히려 개발함으로써 환경보존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케이블카(전체 155, 관광용 21)를 설치하고 환경이 좋아진 사례는 단 한 군데도 없다. 케이블카 시설 자체가 경관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클뿐더러 정상을 손쉽게 오를 수 있게 된 관광객이 기존 등산객들에 더해서 산의 중심부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식지를 침범한 사람들 때문에 야생 동·식물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개발이 자연환경을 보호한다는 말은 일종의 궤변, 논리적인 형용모순인 셈이다. 사실 그냥 손 안 대고 가만 두는 것만큼 좋은 보존은 없다. 부득이하게 개입해야 하는 상황은 이미 훼손돼 자생력을 잃어버린 경우뿐이다. 케이블카를 추진하면 등산객이 줄어 산의 훼손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 역시 전제가 잘못됐다. 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 이미 대규모 산림 훼손 등 회복 불가능한 환경 파괴가 이루어진다. 친환경 개발이란 수사에 불과하다. 또 케이블카가 있다고 등산객이 줄어들 것이란 보장도 없다. 오히려 케이블카로 인해 찾는 이는 수십배 더 증가할 것이다. 덕유산이 이를 잘 보여준다. 사람이 몰리면 자연은 무조건 훼손되고 망가지는 건 자명한 이치다.

생태계 또한 매한가지다. 대규모 산림의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서식지의 파괴와 야생 동식물의 생태가 무너지게 된다. 지리산을 상징하는 반달가슴곰이 위협받을 것이며 설악산을 대표하는 산양의 생태가 위협받을 것이다.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불허한 이유도 산양의 서식처 파괴가 큰 이유였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즐겨 벤치마킹하고 있는 스위스나 일본의 경우도 이미 1980년대 이후 국립공원 내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위해 국립공원 같은 보호지역만이라도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는 게 국제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론의 핵심은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경제적 목적에 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지역민은 소외되고 개발업자의 배만 불리는 일은 아닌지 사업의 지속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따져볼 일이다. 지역사회 발전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요즘 시대 청정 자연은 그 자체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그런데 산을 죽이면서 케이블카를 놓는 것이 당장의 탐욕에 눈이 멀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볼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청정 자연 국립공원 정상에 케이블카가 필요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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