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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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결심을 ‘좋은 아빠 돼 보기’로 정했다면 작심삼일이 아닌 꾸준히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도 태어나 접하는 모든 일이 처음이고, 부모도 처음이라 둘 다 완벽할 수 없다. 양육은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고 퍼즐을 맞춰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나비의 날갯짓 하나가 태풍을 만들어내듯이, 아빠의 작은 변화와 노력이 아이의 성장과 성취에 큰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믿고 포기하지 않으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온다.

좋은 아빠 되기는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같이하는 거로 시작하면 쉽다. 친밀감은 아빠와 아이가 같이 한 활동량에 비례한다. 생활 속에서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역할을 부여하면 책임감과 자신감이 향상한다. 설거지, 밥 차리기, 아빠 구두닦기, 자동차 세차 등 가사 일에 동참시킨 아이가 독립심이 훨씬 강하고, 성인이 되어 성공한 삶을 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캠핑이라면 텐트 치기, 불 피우기, 요리재료 준비하기 등에 참여시킨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욕심에 한글을 억지로 읽게 하고, 구구단을 외우게 하는 실수를 많이 한다. 자칫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줘 공부에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놀이나 활동을 공부와 연계해 자연스럽게 학습에 흥미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계곡이나 강에서 생물과 자연에 흥미를 느끼게 하거나, 경주나 부여 등 유적지를 탐방하며 사회와 역사에 흥미를 갖게 유도할 수 있다. 요리나 가전 기구 수리를 통해 가정과 기술에 대한 이해, 자동차를 타고 가며 과학의 원리를 알게 해주는 등 공부는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활동이 비싼 사교육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도서관과 서점을 같이 다니는 건 아이가 책과 친해지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처음부터 좋은 책을 강요하지 말고,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책과 친해지도록 만든 후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 도서관은 자발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그런 사람들의 공부 태도를 본받게 하는 기회가 된다. 아빠와 같이 책을 읽고, 같이 간식을 사 먹고, 도서관을 오고 가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행동만으로도 자녀와 충분히 교감할 수 있다.

아이의 나쁜 버릇은 질책보다는 칭찬으로 교정해야 효과가 크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이라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한다. 잘못된 행동에만 질책하면 아이는 혼나지 않으려고 거짓말하거나 몰래 그 행동을 반복한다. 잘한 행동에 칭찬과 격려로 잘못된 행동을 멈추도록 유도해야 누가 보지 않아도 옳은 행동을 한다. 칭찬이나 질책도 말로 하기보다 편지가 더 낫다. 말은 행동을 바꿀 수 있지만, 글은 마음을 바꿀 수 있다.

자녀가 여러 명이라면 편애하는 건 금물이다. 관심을 골고루 줘야 아이들도 상처받지 않는다. 한 아이의 학교행사에 참여했다면 다른 아이의 학교행사에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1년에 한 번 학부모 총회 시 자녀가 공부하는 교실을 가보고, 담임교사를 만나는 건 자녀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기 좋다. 더 나아가 1일 학부모 교사를 한다면 아빠에 대한 자긍심과 아이의 자존감까지 키워준다. 자녀의 학년 반 번호, 친한 친구 이름, 담임교사 이름, 지금 읽는 책, 좋아하는 과목 등을 아는 건 좋은 아빠라면 기본이다.

가정은 힘들게 공부하고 돌아오는 아이들, 직장에서 온종일 시달린 가족들이 돌아와 쉬는 쉼터다. 가정을 포근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데 아빠의 역할이 크다. 가정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아빠가 매일 술에 취해 들어오거나, 사소한 잘못에 불같이 화를 내며 험악한 분위기를 자주 조성하면 자녀는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방황한다. 퇴근할 때 아이들이 인사하지 않는다고 나무라지 말고, 아빠가 먼저 아이에게 살갑게 인사하며 아이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아이의 준법정신은 대부분 아빠에게서 나온다. 아이를 차에 태우고 다니며 상습적으로 교통신호를 위반하거나, 길거리에 침을 뱉고, 담배꽁초나 휴지를 버리고, 타인에게 욕을 하고, 무단횡단하는 아빠는 아이를 범죄자로 키우려고 작심한 사람이다. 아빠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법과 질서를 지키는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자녀도 모범 시민으로 성장한다.

자녀를 명문대 보내는 조건이 ‘조부모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란 우스갯소리가 통용되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아빠의 관심으로 바뀌었다. 엄마만큼 아빠도 강해지고 역할을 충분히 해야 자녀가 잘 성장한다. 좋은 아빠는 “남을 밟고 일어서 1등 해라”가 아닌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라”고 가르치는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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