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한국영화 ‘기생충(parasite)’이 미국 아카데미영화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가 되며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해 4관왕을 수상하자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당장 나가서 영화를 보라”며 작품성에 대해 극찬했다. 한국영화에 냉정한 시각을 보여왔던 일본 언론들도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한지원 작가가 한국영화 최초 92회 아카데미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했다”며 대서특필했다.

‘기생충’이 101년 한국영화 역사뿐만 아니라 92년 오스카 역사도 새로 썼다. 오스카는 아시아 영화에게는 칸, 베를린 국제영화제보다 훨씬 벽이 높게 느껴졌던 시상식이다. 영화 기생충은 4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이러한 거대한 높은 벽을 가뿐히 넘은 역사적인 사건을 터뜨렸다.

사실 미국인을 포함한 국제영화 시장에서는 할리우드 영화를 제외한 타 언어로 제작된 작품엔 별로 관심이 없다. 솔직히 백인 영화 아니면 무관심인 것이 아시아 영화에 대한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이다. 그러나 ‘기생충’은 이러한 고질병을 보란 듯이 치유하며 아시아 영화를 외면하고 무시했던 할리우드 관계자들과 전 세계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한국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지만, 후보에 지명된 것도, 수상에 성공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할리우드에서도 인정한 ‘기생충’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한국보다 훨씬 빈부격차가 심한 미국 사회에 ‘기생충’은 현대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수직구조와 빈부격차, 누가 선이고 악인지가 구분되지 않는 기묘한 스토리를 제공한 점이 국제영화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반지하방에 사는 하층민을 그린 내용, 돈을 벌기 위해 상류층 집안에 들어가 과외를 하는 스토리, 서양 작가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지하실에 숨어사는 한 남자, ‘한 지붕 세 가족’ 이야기는 블랙코미디 장르와 잘 어울리며 호러로 급변하는 중추 역할까지 충분히 완성했다.

반지하방은 한국사회에서 하층민을 대표한다. 그들에게 익숙한 반지하방의 특색은 서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절묘한 블랙코미디로 오스카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더불어 심사위원들은 영화가 제기하는 하층민들의 분노를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계층구조(하이라키) 시스템 속에서 울부짖는 평민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누구든지 선보다는 오히려 악인이 될 수 있다는 묘한 분위기는 사회 속에서 서로 속고 속이며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글로벌 기생충’으로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기생충’은 창업을 통해 상류층으로의 신분 상승을 꿈꾸었지만, 결국은 망하고 하층민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의 삶을 그리며, ‘부의 양극화’를 리얼하게 묘사했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미국 할리우드 작가뿐만 아니라 유럽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들도 한국 특유의 반지하방과 지하실을 탐색하러 아현동이나 신림동 등 국내를 탐방할지 모른다. 극과 극의 삶을 사는 우리 사회의 계층은 너무 대조적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철저하게 해쳐나갈 수 없는 냉혹한 신분 계급은많은 영화인들과 관객들에게 영감을 줬다. 

이번 영화는 ‘가족’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구성원들의 철학, 시각, 목적을 연구하며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들을 생산해냈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로 철저하게 나눠져 있는 신분 여건에 봉착한 우리들은 가혹한 현실 속에서 서로를 비판하며 밀치며 살고 있다.

이번 수상의 쾌거는 두 집단의 대조를 통해 계층 간의 병폐를 꼬집고 사회 현실과 연결시키며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위트와 블랙코미디가 융합된 스토리의 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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