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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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자녀 공부가 인생 최대의 관심사가 된다. 학창시절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엄마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가 우등생이 되기를 바라고, 하위권이었던 엄마는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 자녀가 우등생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엄마의 자녀 공부 관심도와 자녀의 성적은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 엄마의 태도에 따라 엄마는 공부에 가장 도움이 되는 요소가 되기도, 반대로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자녀 공부에 도움되는 엄마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도움을 줘야 한다.

‘엄마의 정보력과 조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의 대학교를 결정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명문대 입학생을 조사하면 대부분 어릴 적부터 부모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진로나 공부를 결정한 학생이 많다. 아이들은 “공부해! 그만 놀고 숙제해!”라고 소리친다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 노는데 억지로 시켜서 하는 공부는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고, 봉사활동이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어릴 때 공부에 반감을 갖게 되면 공부에 흥미를 잃는다. 스스로 노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을 짜서 독립적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키워야 한다.

엄마는 아이가 유아에서 초등학생까지의 시기에는 같이 도서관에 다니며 독서 습관을 길러주고, 일기를 같이 쓰고, 시험공부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며 책과 공부에 흥미를 갖도록 해주면 된다. 공부라는 걸 느끼지 못하도록 자연스러운 놀이를 통해 공부에 친해지도록 만들고 캠핑이나 자연탐구 기회를 많이 가져 두뇌를 발달시켜 주는 게 우선이다. 중학생 이후에는 학원이나 독서실, 공부에 필요한 책 등 필요한 걸 지원해주고 아이가 원하는 공부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상담자가 되면 충분하다.

아이 성적의 등락에 부모가 더 노심초사하며 걱정하고 잔소리하면 한 번 떨어진 성적은 회복 불가능하다. 낙심해 있는 아이에게는 격려가 최고의 약이다. 부모가 자신을 믿는다는 마음을 느끼는 아이는 금세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선다. 특히 고3 때는 누구나 자기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 공부한다. 이 시기에 부정적인 말은 독이고 평생 기억에 남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용기를 북돋아 주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게 미래에 부모 자식의 관계를 위해서도 좋다.

평소에 자녀와 얼마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관계였는지가 슬럼프에서 나오는 시간을 좌우한다. 학원을 많이 다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공부의 출발이 잘못된 것이다. 아이가 보충이 필요하다는 과목만 학원에 다니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스스로 공부하는 게 시간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부모가 공부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숙제 검사까지 하는 부모는 최악이다. 그런 아이는 작은 변수에도 크게 동요하고 기복이 커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기 어렵다.

아이의 생각이나 적성은 무시하고 부모가 대학이나 과를 정해 진학을 요구하는 것도 공부에 방해가 된다. 특히 “엄마 마음에 들지 않는 대학이나 학과를 가면 재수해!”라고 하는 부모는 나중에 아이로부터 원망의 대상이 된다. 대학이나 학과는 아이의 직업과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에, 아이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부모로서 단순히 조언과 상담을 해줄 수 있지만 강요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아이가 목표로 하는 대학을 미리 탐방하고 목표나 꿈을 갖게 해주며 공부에 동기를 만들어 주는 게 좋다.

아이 공부에 도움 주려고 방송통신대학교나 사이버대학교에 진학해 다시 공부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엄마가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바람직하지만 억지로 대학까지 다시 다니며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건 서로 불행해질 수 있다. 아이의 성적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으면 엄마는 “내가 누구 때문에 대학 공부를 하는데? 너는 성적이 이게 뭐야?”란 말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 순간 모든 걸 다 잃게 된다.

아이의 공부 페이스메이커는 초등학교나 최대 중학교까지면 족하지 고등학교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 대학생이 되어도 헬리콥터맘이 돼 학점과 자격증, 취업 준비까지 챙기는 엄마와 아이는 서로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다. 아이는 부모가 부모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인생을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볼 때 공부에 대한 의욕도 더 생기고 학습능률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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