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

 
‘인간의 실존은 세계 내 존재이며, 그 존재의 기본성격은 역사성이다’라고 하이데거는 인간존재와 역사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 말은 인간이 자신의 삶의 환경과 조건들을 떠나서 살 수 없고 인간의 삶이 곧 역사의 흐름이라는 의미이다. 내가 몸담은 나의 조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현대인에게 역사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자 관련 문제가 이슈화될 때 관심을 두게 되는 필수가 아닌 필요인 것 같다.

분단 70주년, 광복 70주년에 접어들며 ‘나는 나의 조국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일제강점기 일제의 탄압과 고문 속에서 조국광복의 희망을 놓지 않고,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내놓았던 독립운동가 행적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것은 강탈당한 나라를 되찾기 위해 세대, 지역, 성별의 경계를 넘어선 독립활동으로 일관했던 나의 조국을 향한 나라 사랑의 실천으로 투철한 신념과 나라 사랑실천에 어떤 구분의 잣대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2015년 1월 현재,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여성독립운동가는 246명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떠오르는 여성독립운동가는 유관순 열사에 대한 기억이 우선한다. 많은 이들의 행적이 관심영역에서 소외된 지금, 잊혀진 우리의 역사성을 되찾기 위한 시도와 기억의 역사를 일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246명의 여성독립운동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들은 의병, 3‧1운동, 문화운동, 국내항일, 의열투쟁, 학생운동, 만주방면, 노령방면, 중국방면, 임시정부, 광복군, 미주방면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며,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항일투쟁을 펼쳤다.

여성의병장으로 40년을 항일운동했던 윤희순, 2.8 독립선언에서 3.1운동의 주역으로 뜻을 펼쳤던 김마리아, 황에스더, 나혜석…,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일구었던 곽낙원, 정정화…, 여성광복군의 주역인 박차정, 오희옥…, 그 외에도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의 소리 없는 행보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들은 집안 3대, 4대에 걸쳐 독립운동가의 맥을 이은 집안의 대들보로 독립활동을 묵묵히 실천했던 우리의 어머니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들이 실천했던 나라 사랑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 때로는 한국여성, 우리 어머니의 역사를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관심을 두지 못했다.

필자는 가끔 보훈 관련 행사에 참석하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보훈 유관단체를 이끌고 계시는 흰 머리의 어르신들을 대하고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 그들의 가슴속에 새겨져 있는 나라 사랑의 흔적을 대하노라면, 나라 사랑에 대한 계승 의지와 확고한 신념, 그 이면에 새겨진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의 역사가 보인다. 또 우리가 여성독립운동가라고 부르지만, 그들은 가슴에 담고 나라 사랑을 실천하는 주역이다.

여성독립운동가의 독립활동은 평안도에서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국내부터 중국, 미국에 이르기까지 멈추지 않았다. 일제에 항거했던 여학생, 교사, 노동자, 간호사, 의사 등 민족독립의 끈을 이은 한국여성독립운동가의 행보 속에는 어떤 경계도 없었다. 여성을 넘어서서 민족의 이름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이들. 이들의 행보를 지속하게 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광복 70주년에 즈음해 과거 희생을 넘어서서 저항의 목소리를 냈던 이들을 대하면서 잊힌 한국여성의 역사성을 숨죽여 귀 기울여 본다. 잊혀진 한국여성독립운동가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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