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

 

전 세계 여성리더의 진취적인 행보와 드높아진 사회적 위상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역사 속에서 존재감조차 부각되지 못했던 한국여성의 발자취를 돌아보게 된다. 한국여성의 본격적인 사회진출은 대한민국 여성리더의 반열을 높이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데 한국여성의 사회진출과 그 시도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가 ‘대표적인 한국여성인물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당연하게 ‘신사임당’을 떠올리는 것처럼, 한국적 여성상과 그 이미지는 전통사회체제의 그림자와 맞물려 있어서 진취적인 한국 여성상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여성리더의 등장과 활약은 여성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주목하게 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은 국가브랜드가치 및 이미지 강화에 주력하게 되면서 여성의 역할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그러면 우리는 ‘한국여성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되뇌며 역사와 여성의 관계를 다시금 상기할 수 있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 또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여성독립운동가 233명(2013년 기준)의 존재가치와 그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민족의 암울했던 시대, 전통과 근대의 경계구도에 놓여 있던 시기에 한국여성은 그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항일구국운동에 매진했던 민족구성원이었다. 그런데 기존의 전통적 관념에 지배받는 고정된 이미지의 틀과 일제강점기에 억압받던 희생적 존재라는 단편적인 틀 속에서 한국여성을 단정 짓고 그 존재를 확인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서 그 이면의 존재가치와 활동변화는 투시하지 못한 채 말이다.

조선조 말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시대변동의 흐름에서 한국여성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러나 한국여성은 일본침략에 저항하는 민족의식을 발휘함과 동시에 자발적으로 항일구국운동의 궤도에 섰다. 국가-가정-개인의 연결 구도를 강화시키는 역할자로,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뛰어넘어 ‘민족독립’을 지향하는 거침없는 행보를 하는 진보적인 여성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한국여성독립운동가를 아는 가’라고 질문을 던지면 유관순 이외의 인물은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한국여성독립운동가는 다수의 관심영역에 없었다. 그렇지만 한국여성은 독립운동에 투신하던 지도자를 보좌하거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아내, 어머니, 자녀, 동반자로 늘 활동해왔다.

우리나라는 233명의 한국여성독립운동가를 인정하고 있다. 이들은 의병(2명), 국내항일(55명), 3.1운동(67명), 문화운동(1명), 학생운동(21명), 의열투쟁(1명), 중국활동(16명), 만주활동(11명), 노령활동(1명), 광복군 활동(29명), 임시정부활동(14명), 미주활동(8명)과 추가대상자(7명)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한 항일구국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대표인물을 살펴보면, 윤희순, 양방매(의병), 고수복, 김마리아, 박자혜, 조신성(국내항일) 유관순, 권애라, 동풍신, 조화벽(3.1운동) 김두석(문화운동) 고순례, 박옥련, 이광춘(학생운동) 이혜수(의열투쟁) 곽낙원, 박차정, 정정화, 오희옥, 조마리아(중국활동) 남자현, 차경신, 이애라, 안경신(만주활동) 김알렉산드라(노령활동) 오광심, 유순희, 전월순, 지복영(광복군) 고수선, 김순애, 송미령(임시정부활동) 강원신, 이혜련, 전수산(미주활동) 등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다수 있다.

국내와 국외,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고 나이, 성별, 시대의 틀을 넘어서서 일본제국주의에 목숨을 걸고 대항했던 이들.

이 여성들을 우리는 단지 시대의 희생양, 희생적 존재라는 틀 속에서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는가? 대한민국 광복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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